세월호 유가족들, 왜 450km 걷기에 나섰나

안산~진도 팽목항 도보행진 참가기...“선체인양·진실규명” 향한 발걸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경기 안산을 출발해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450km를 걷는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26일 가족과 함께하는 시민들이 안산단원고 앞을 지나고 있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다시 걷기를 한다. 지난 26일부터 걷기 시작해 오는 2월14일까지 걷는다. 이번에는 안산에서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19박20일 450km를 걷는다. 마지막 진도 팽목항에 도착하는 2월14일이면 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 설 5일 전이다. 지난 추석도 눈물로 안타까운 절규로 보냈건만 하나도 나아진 것 없이 더 답답하고 고통스럽다. 이에 이번 설 명절 앞에는 진실이 규명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며 거든 것이다.

“진실을 인양하라” 외치는 이번 걷기는 세월호 가족과 전 구간 참여자가 중심이 되고, 각 지역 시민이 참여한다. 세월호 걷기는 몇 차례 있었지만, 250여일 지나도록 4.16당일 그대로다. 4·16가족협의회는 26일 걷기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1월 수색 종결 후 온전한 선체 인양을 믿었는데, 이제와 시간을 끌고 인양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정부 태도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눈물로 심경을 말하면서 “자식 앞에 떳떳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박제화하려는 세월호, 현실로 끌어내자

나는 제14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를 마치고 이어 함께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회원과 함께 버스를 대절하여 타고 서해안을 따라 습지연수를 하면서 진도 팽목항을 다녀왔다. 컨테이너 박스에 분향소가 마련되어 조문을 받는 팽목항은 우리의 눈물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염없이 파도치고 있었다.

몇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아등바등 대던 연말정산을 던져 버리고, 26일 걷기에 참여하려고 아침 일찍 지인들과 안산 분향소에 갔다. 모든 일정을 다하기 힘들더라도 자기가 사는 지역만이라도 함께 하지고 여기저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밴드(BAND) 웹자보를 올렸다. 안산 분향소에 도착하니 500여분 넘게 함께 하고 있었다.

함께 걸으면 힘이 된다. 세월호를 머리로만 생각하면 쉽게 관념이 된다. 나도 세월호와 함께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생각이 관념이 안 되려면 함께 행동해야 한다. 리본을 달고, 외치고 서명하고 걸으면서 우리는 박제화하려는 세월호를 자꾸 현실로 끌어내야 한다.

세월호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계신 전교조 경기지부 김재춘 안산지회장이 함께 해주시면서 언 강물도 녹일 만큼 따뜻한 점심을 제공해주셨고, 함께 걷던 전교조조합원을 위해 수원지회 조합원들은 오소리가 많이 든 국밥을 저녁으로 대접해주셨다. 안산 분향소에서 수원역까지 24km 걸었지만 천릿길 가는 일정에 든든함을 느꼈다. 수원역에서 첫날 문화제를 열었다.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영상을 봤다. 눈물이 나지만,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이들이 죽어갔다. 진실을 규명하자”

  전교조가 누리집에 공지한 도보행진 일정표 [출처: 교육희망]

27일에는 수원역에서 오산역까지 일정이다. 하루 걸었지만 몸이 거뜬하여 하루 더 걸어도 될듯하다. 굉음을 내고 이착륙하는 오산비행장 옆 긴 비상활주로를 걸어 병점역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후에는 오산역까지 간다. 이후에 전교조 조합원들의 진실규명의 지치지 않는 발걸음은 천안으로 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동혁군의 어머니의 간절한 호소가 아직도 귀가에 애절하다. “마음들이 외칩니다. 세월호를 인양해주십시오. 세월호에 있는 실종자를 수습해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주십시오. 다시는 이 나라의 선량한 국민에게 이 아픈 고통 주지 마십시오.”

이번 안산-진도 팽목항 걷기에 내가 사는 지역 지나는 길목만이라도 함께 외치며 진실이 인양될 때까지 함께 걸으면 좋겠다. 전교조 처음 시작할 때 함께 외쳤던“ 아이들이 죽어간다. 교직원노조 설립하자” 마음을 다시 새기며 “아이들이 죽어갔다. 진실을 규명하자”고 외쳐야 한다.

안산에서 진도까지 450km의 긴 걷기에 내가 걸은 것은 30km의 짧은 구간이지만 이틀 걸으면서 416이 가르치는 우리에게 왜 가르쳐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마음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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