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0만명, 좌파 포데모스 지지 시위...“변화를 위한 시간”

“그리스 시리자 승리에 고무 그러나, 아무도 우리를 대신하지 않는다”

그리스 좌파 시리자의 승리에 이어 유사한 긴축으로 고통 받은 스페인에서도 풀뿌리 대중운동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의 부상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31일(현지시각)에는 10만 명이 모여 포데모스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를 밝혔다.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 중앙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는 포데모스를 지지하는 10만여 명이 결집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변화를 위한 행진’에 나선 이들은 올해 신자유주의와 기성 정치 질서에 맞서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스페인은 올해 말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지방선거도 여러 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출처: @podemos]

광장에는 포데모스의 자주색 깃발이 바다를 이뤘다. 공교육과 보편적 건강서비스 지원부터 군주제 철폐까지 민중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현수막과 피켓이 물결쳤다. 수많은 이들은 “똑딱 똑딱, 포데모스의 승리가 다가온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면서 포데모스의 승리를 희망했다.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은 4년 전 수천 명이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라는 이름으로 점거한 곳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스페인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긴축에 맞서 자발적으로 봉기해 몇 달 동안 농성 시위를 진행했다. 포데모스를 구성한 주축 인물들도 이 시위에 참가했었다. 포데모스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5석을 내며 세계적인 주목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어 창당 1년 만에 지지율 1위의 정당으로 부상했다.

<가디언>에 의하면, 이러한 포데모스의 힘은 1000개 이상의 풀뿌리운동에 기초한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정기적인 모임과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독재자 프랑코가 사망한 1975년 이래 스페인에 자리 잡은 양당 체제의 종식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혼란’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라 부른다”

이날 시위는 약 1주 전 그리스에서 시리자 정부가 선출된 뒤, 36세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거리에 나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10만의 지지자들을 향해 “좌절이 아닌 정치적 변화로 나아가자”라며 “우리는 꿈 꾸며 이 꿈을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 위기 후 부자의 수는 27%까지 늘었고 이 수는 바로 빈곤 위험에 처한 이들의 수와 동일하다”면서 “과연 이것이 경제 회복인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글레시아스는 또 “포데모스는 무엇보다도 변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그들은 이를 실험이자 혼란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라고 강조했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보수 정부의 긴축을 반전시키고 부패와 싸우겠다고 약속하면서 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현직 교수로 ‘청년공산주의자’와 ‘미래없는청년’ 등 스페인 좌파 학생운동에 참여한 바 있다.

“우리 모두의 질문, 결국 정부가 민중을 위해 일하느냐의 문제”

집회를 위해 전국에서 260대 이상의 버스가 동원됐다. 많은 이들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여행 경비를 마련했다. 마드리드에 사는 수백 가구는 전국에서 온 이들에게 잠자리를 지원했다. 또 많은 이들이 집회 참여자에게 무료로 차편을 제공했다.

집회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나와 포데모스를 응원했다. 마리 헨라호스는 “어떻게 여기에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는 1970년대에 어렵게 싸워 얻어낸 모든 것을 잃었다.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4번째의 경제국이지만 가장 불평등한 곳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67세의 그는 동남부에 위치한 알리칸테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출발해 해질녘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헨라호스는 또 “포데모스가 기대에 부응할 것을 확신한다”며 “결국 우리 모두는 정부가 자기 민중의 이익을 위해 나서느냐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로마 고메스는 “지금 상황은 바껴야 된다”면서 “정치인들은 우리에게서 빼앗기만 하고 청년들을 나라밖으로 내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두 자녀가 3년 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독일로 이주했다.

안달루시아 실비야에서 온 페파 하엔 헤수스는 “포데모스가 성공할 것이라는 데 아무런 의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조카 27명 중 일자리가 있는 조카는 2명 뿐”이라면서 “모두가 현 시스템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의 뒤에 섰던 다른 4명은 “환희는 안달루시아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문구를 들고 있었다. 오는 3월 말 지역선거가 진행되는 안달루시아에서는 기성정당에 맞선 포데모스의 전초전이 진행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안데스 전통악기를 든 연주단과 함께 참석한 알레한드로 쿠아론은 “남미의 부패와 불평등 때문에 난민이 됐지만 스페인 역시 불평등이 장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300만 개의 주택이 비어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다리 아래와 거리에서 자야하는 상황”이라며 “변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도 우리의 과제를 대신하지 않는다”

광장 곳곳에서는 그리스 국기도 펄럭였다. 집회에 참가한 27세의 의사 빅토르 가르시아는 “그리스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면서 “이전에는 모든 게 잘 되지 않지만 지금은 민중이 힘을 가지고 있다”며 그리스 국기를 흔들었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도 “많은 정부들이 수년 동안 했던 것을 그리스에서 그들은 단 6일 만에 했다"며 그리스 시리자 승리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시리자의 승리가 포데모스를 위한 길을 예비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경계했다. 그는 “우리는 형제를 지지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과제를 대신할 수 없듯 아무도 우리의 과제를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데모스 지지자들은 시리자를 하나의 사례라고 본다. 스페인인들은 내부에 주의를 더욱 기울여야 하는 때라는 견해다. <가디언>은 최근 포데모스는 특히 시리자 내각에 여성이 지명되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온 뒤로 시리자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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