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비정규직 가족들 “구본무 회장이 대화에 나서야”

1월 말 교섭 타결 실패...2일부터 구본무 회장 집 등에서 무기한 노숙농성

24시간 노숙농성에 돌입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들이 LG그룹 구본무 회장 자택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가족들을 집으로 보내달라. 하루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구본무 회장이 대화에 나서달라”며 호소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노사가 1월 말 교섭 타결에 실패하면서, 노조는 무기한 노숙농성을 선포하며 전면투쟁에 나선 상태다. 지난 2일부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SK그룹 본사 앞에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남동 구본무 회장 집 앞과 여의도 LG그룹 본사 앞에서 각각 24시간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건강악화, 생계문제 등으로 노동자 가족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 가족들은 3일 오전 11시, 한남동 구본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사장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LG유플러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성 조합원의 아내 유효금 씨는 “LG유플러스 기사님들은 LG라는 타이틀을 걸고 회사를 위해 고객에게 굽실거리며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기사님들을 모른 척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노동자로서의 권리, 인정적인 직장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일이냐. 오죽하면 가족들이 이곳까지 나왔겠나. 이번 설날을 웃으면서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용성 조합원도 “노조 가입 후 6개월 만에 월급이 반 토막이 났다. 10월에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월급은 계속 줄어들어 살림이 힘들어졌다”며 “12월~1월에 들어서는 돈이 하나도 없어, 돈이 생기면 기저귀부터 구하러 다녔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노조 가입 후에도 와이프가 많이 응원해준다. 동지여러분과 더 열심히 투쟁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조합원의 아내 한선미 씨는 “큰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단지 아이들의 아빠, 남편으로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구본무 회장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직장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3월 31일 노조를 결성하고 4월부터 교섭에 돌입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을 해결하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9개월 째 교섭은 난항을 겪었고, 노조는 파업 및 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현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장은 “우리가 노동조합 하자고 했지, 가정을 파탄 내자고는 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무슨 죄가 있나. 빨리 이 투쟁을 끝내서 조합원들을 당당한 가장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며 “앞으로 우리는 가족들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이 파업투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도 “LG유플러스는 야비하게 SK뒤에 숨어 SK가 어떻게 나올지 눈치만 보고 있다. 회사는 더 이상 경총을 내세우지 말고 성과급 잔치 할 돈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라”며 “우리는 타협할 수 없다.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 일자리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조합원 가족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짜사장 구본무 회장이 나와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전 조합원들의 가족들이 모두 나서서 이 사회에 LG그룹의 행태를 알리고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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