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 살리기’ 비정규직 투쟁 본격화

3월 초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출범...노동사회진영 ‘힘 모으기’

노동사회운동 진영이 ‘(가칭)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구성한다.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막아내고, 재벌 대기업중심의 경제정책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오는 4월 민주노총 총파업과 상반기 영역별 비정규직 투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올 한해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노동운동진영의 투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은 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출범 준비 워크숍을 개최했다. 앞서 약 50여 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11월 ‘비정규직양산저지긴급행동’을 구성해 정부의 비정규직종합대책 저지 활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이후 총 4차례의 준비모임을 거쳐 비정규직 문제에 전면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운동본부를 출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 ‘장그래 살리기’ 비정규직 투쟁 전면화
3월 초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출범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가칭)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를 제안하며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사관계를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재편하는 안이자, 87년 이후에 확보돼 왔던 노사관계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기업 일방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미”라며 “노동운동진영은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넘어,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가 단위들은 ‘(가칭)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사회연대체’이자, 투쟁하는 이들을 묶어내고 미조직노동자들이 함께 싸울 수 있는 ‘투쟁체’로서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김혜진 활동가는 “범국민캠페인으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입법화를 막고,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해 함께 싸울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을 모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또한 단지 정부대책을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는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범사회적 대중투쟁과 더불어, 올 상반기 민주노총 비정규직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영역별 투쟁도 예고되고 있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비정규직 투쟁과 운동본부 출범을 시작으로, 3월 초에는 서울지역 대학 청소, 경비,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집중 투쟁이 이어질 예정이다.

노사정위 합의시한인 3월 말~4월 초 경에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4월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과 함께, 학교비정규직 등 공공부문 노동자와 건설노동자 등도 시기집중 파업을 고민 중이다. 특히 금속노조는 올해 사업계획으로 6월 말, ‘사내하청 시기집중 공동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실장은 “미조직노동자들이 노조에 물밀듯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미조직층이 노조 문을 조심스럽게 노크하고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위기를 가장 절감하고 있고, 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의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분명 전과는 다른 양상인 것은 맞다. 올해에는 공직선거가 없어 미조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희망을 걸 가능성이 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같은 사회적 연대를 구성하면 미조직노동자들이 호응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목표 동의하는 각계각층 단체로 외연 넓힐 예정
장그래 행진, 사내하청 총파업 지원 등 사업 벌인다


단체들은 워크숍을 시작으로 2월 중 운동본부 구성을 본격화해, 다음달 4일 공식 출범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약 70여 명의 노동, 시민, 사회, 종교, 문화, 학술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운동본부는 향후 목표에 동의하는 각계각층의 단체들로 외연을 넓히고, 대국민 캠페인을 비롯해 ‘장그래 행진’, 사내하청 총파업 지원, 서명운동, 농성투쟁 등의 사업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활동 목표로는 △비정규직 법, 제도 폐기 △노동시장 구조개악 및 비정규직 종합대책 저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없애도록 하는 사회적 여론 형성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도입 및 진짜사장이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도록 입법화 △임금, 근로시간, 고용 유연화 명목으로 자행되는 노동조건 개악 저지 등을 내건 상태다.

다만 목표 설정에 있어 ‘비정규직 법, 제도 폐기’를 전면화 할 것인지 여부는 이견이 남아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비정규직법, 제도 폐기는 중장기 전략이다. 운동본부는 보다 더 대중적이고 실현 가능한 요구로 가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스펙트럼이 다양한 만큼 소모적인 논란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많은 단위가 오도록 해야 한다”며 “우선은 비정규직 종합대책 저지를 중심으로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화와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비롯한 대안을 목표로 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 요구를 제외하는 대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3권 보장(노조법 2조 개정)’을 핵심 목표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남신 소장은 “운동본부는 민주노총과 파트너로서 한국 노동시장 양극화를 아래로부터 뒤집을 수 있는 구체적 단위로 출범해야 하며, 가능한 많이 모여야 한다”며 “너무 센 주장, 혹은 함께 하기에는 합의가 쉽지 않은 입장에 대해서는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소장은 운동본부 구성 주체문제와 관련해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운동본부 성원으로 들어오기는 어렵겠지만, 사안별 연대나 긴밀한 공조 체계 구성은 필요하다”며 “정당의 경우 진보정당 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을지로위원회)도 운동본부에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김소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운동본부가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라는 분명한 기조와 목표를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집행위원은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소송이 승소했으나, 정부는 사내하도급 합법화를 위한 법을 내놓는다. 싸우고 바꾸어놓으면 또 다시 개악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법 조금 바꿀 문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저지하고, 노동자 고용안정, 임금인상 정도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 당장 절박한 요구로 비정규직법, 정리해고법 폐기를 외쳐야 현실적인 요구도 쟁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