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과 교섭 안 하면 하나마나한 결과

사내하청 토론회, 직접교섭 중요성 강조...대리교섭 필요성도 제기

현대차 사내하청,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 사장과 직접 교섭을 하지 않고 협력업체 사장단이나 경총과 대리교섭을 해도 괄목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현대차 비정규직 공대위 주최로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그리고 민주노조 운동의 과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조합과 원청 진짜 사장과의 직접교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하청업체를 상대로 교섭한 결과는 교섭을 해도, 교섭을 안 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 하청업체 사장과의 교섭이 무슨 결과를 내는지 현대차 잃어버린 4년이 보여줬다”며 “작년에 삼성전자서비스에서 하청(업체)연합회를 (교섭에) 끌어낸 것은 한 걸음 나아갔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진짜 사장을 (교섭에) 끌어내지 못하고 경총과 교섭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했는지 보여줬다. 조직력을 갖추고 싸워야 길게 싸울 수 있지만 또 한편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현대차 비정규직이 잃어버린 4년과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의 합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진짜 사장 나와라 투쟁은 (간접고용 투쟁에서) 처음부터 놓치지 않고 가져갈 중요한 문제”라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결과는 이후 비정규직 투쟁에 상당한 전환을 가져올 만큼 계급 대리전으로 형성돼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병승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조합원도 현대차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하는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병승 조합원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문제에서 자신이 직접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갤로퍼 단종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모든 신차 협의 등의 상황에서 비정규직 지회(노조)가 자기 조합원에 대한 교섭권을 상실해가는 역사적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최병승 조합원은 “2006년 비정규직 지회가 처음으로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위해 독자 투쟁으로 2공장 라인을 세우자 그때서야 회사는 비정규직 노조와 직접 교섭을 하겠다고 했지만, 정규직 지부가 개입해 3자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졌다”며 “지부는 테이블을 여는 조건으로 쟁의 중단, 요구안 축소 압력으로 120개 단체협상에서 최종 8개만 합의하는 방식의 합의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부터 배운 건 열심히 투쟁해서 현대차 원청과 직접 만날 기회가 생겼을 때 항상 정규직 노조가 들어와 함께 요구하고 안 되면 연대 단절을 협박했으며, 정규직 노조와 교섭인지 회사와 교섭인지 모를 정도로 정규직 노조 실무자들과 실무교섭을 하는 촌극이 계속 벌어졌다”며 “그런 촌극이 결국 정규직 노동자를 거치지 않고서는 뭔가 따낼 수 없다는 패배감으로 돌아오고 비정규직 지회 조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게 2010년 대법원 판결까지 비정규직 노조가 투쟁하지 않는 원인이 됐다. 그런 상황을 넘기 위한 노력과 투쟁이 결과적으로 모자랐고 내부 훈련 체계 담보 과정을 겪지못했다”고 진단했다.

최병승 조합원은 “2000년도부터 현대차 비정규직 관련 노사합의는 비정규직 노조를 배제한 상태에서 비정규직의 운명을 비정규직이 직접 결정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진행 됐고, 비정규 노동자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자신이 투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일차적으로 현대차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교섭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당사자와 직접 대화에 나설 때 불법파견 문제를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왜곡된 욕망으로 굴절된 과거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 변호사는 “불법파견이든 사내하청 문제든 사용과 고용을 분리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근대법의 가장 기초는 권리를 가진 자가 의무를 지게 돼 있고, 불법 행위의 책임은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력을 사용해 이득을 취하는 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근대법의 원리”라며 “최소한 자본주의 체제 아래 근대법 적용 원칙에 따라 직접고용 원칙 요구는 정당하며, 직접고용 원칙이 운동의 목표가 돼야 한다. 원청을 비정규직의 사용자로 규정하는 투쟁은 중요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이번 정규직 노조와 아산, 전주 지회의 8.18합의 사태는 비정규 조합원 대중의 요구가 지회 간 다른 결정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이 아니라 비정규직 간의 균열이나 의견대립으로 갈 가능성이 꽤 높다. 지도부들이 오류를 알았을 텐데도 타결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법원 판결 결과를 모르는 공포가 대중을 움직였을 것 같은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할 건지 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중기 교수는 “대리교섭은 안 되고 비정규직 직접 교섭이 맞다고 하지만, 산별노조 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은 전부 대리교섭의 요소가 포함 돼 있다”며 “당사자만 어떤 문제를 판단할 권리가 있고, 나머지는 지원만 하고 투쟁 만 같이 해주는 존재로 노동운동이 구성되는 게 맞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정규직을 배제한 일점돌파나 직접교섭이 원칙으로 자리 잡는 게 운동 장기적 과제로 맞는지 모르겠다. 저도 답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일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완전히 어용이거나 전혀 비정규직 문제에 움직이지 않는 그런 상태라면 과연 대법원이 그런 판결을 했을 까라는 반문을 해보고 싶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정규직 운동의 오류를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와 정규직 노동자들의 협소한 자기 이익 표출을 어떻게 연대의 힘으로 제어할지 고민할 때가 됐다. 제 느낌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다”고 반문했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노중기 교수의 반문에 “현대차 비정규직 10년 투쟁이 대법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결과를 냈다. 현장을 떠나고, 다치고, 죽어갔던 노동자들의 싸움을 외면하고 피해갈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10년이나 처절한 저항을 했지만 싸워나가는 주체가 없으면 판결문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는 촉탁계약직, 청소, 경비, 식당 노동자 문제 등 상대적 약자들을 봐야한다”며 “정규직이 늦게 되더라도 정몽구와 정의선의 이름으로 불법파견 대국민 사과를 하게하고 이들을 감옥에 보내라고 요구해야 하며, 이런 대의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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