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죽음 이후 1년, 비슷한 사건 계속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1주기 추모제 열려
"가난한 이들 죽음 계속되는데 '고복지' 운운...환멸감 든다"

지난해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두 딸은 신용불량 상태에 놓여 있었고, 어머니 혼자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 왔던 이 '세 모녀'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는, 이제 한국 사회에 빈곤의 자화상처럼 새겨졌다.

  송파 세모녀 사건 1주기를 맞아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은 지 1년이 지난 27일, 광화문 해치마당에선 다시 한번 이들의 명복을 빌고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길 기원하는 추모제가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의 주최로 열렸다.

오전 10시 30분 약 50여 명의 시민과 활동가가 참여한 추모제는,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동환·재마 스님,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각평 스님의 추모 의식으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있은 후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라며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을 지원할 방법이 없는 알맹이 없는 조사였다"며 "신청만 하면 지원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이 허구임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임에도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는 '이미 우리나라는 고복지를 누리고 있다'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환멸감이 들기도 한다"며 "복지가 손을 놓은 자리에 가난한 사람들은 범죄 피해와 자살 등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발언 중인 홈리스행동 황성철 활동가.

홈리스행동 황성철 활동가도 "거리에서 이름 없이 죽어가는 홈리스 분들이 한 해에만 무려 300명이 넘는다"며 "이런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복지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편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각평 스님은 "정부와 국회에서 송파 세 모녀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빈곤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길 없는 많은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가난하고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과감한 지원대책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는 최근 인천의 한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의문의 피멍투성이 상처를 입은 채 목숨을 잃은 지적장애인 이 모씨에 대한 위령제도 함께 진행됐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죽고 나서 64일이 흘렀지만, 시설 관계자들은 '자해했다', '부딪쳐서 난 상처다'라는 이야기만 할 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여러분이 함께 나서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라고 호소했다.

한편, 최근 들어서도 송파 세 모녀와 다르지 않은 죽음을 맞는 이들의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집에서 퇴거당할 위기에 처한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자신의 시신을 수습할 이들에게 '국밥이나 한 그릇 사드시라'는 메시지와 돈을 남기고 자살했고, 올해 1월에는 대구에서 지적장애 1급 언니와 살던 20대 여성이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지난 2월 7일에는 수급비 49만 원 중 의료비를 30만 원씩 지출해야 했던 기초생활 수급자 70대 노인이 화장실조차 없는 단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추모제 참가자들이 송파 세 모녀 등 가난 때문에 죽어간 이들의 명복을 빌며 기도하고 있다.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 장소 한편에서는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1년간의 타임라인'이 정리된 피켓이 전시되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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