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빚 허덕이는 미국 대학생, 채무 상환 거부

우리의 꿈을 악용해 돈 버는 대학...교육부는 채무 수금원

2년 전 간호사를 꿈꾸며 대학에 입학했던 메켄지 바스케스. 그러나 지금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식당에서 일한다. 2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내 상황은 학교에 다니면서 훨씬 더 나빠졌어요”라고 바스케스는 말했다.

바스케스는 미국 코린시안대학에 학자금 채무 상환을 거부한 15명 중 1명이다. 그는 이 대학 소속기관 에베레스트인스티튜트가 운영하는 9개월짜리 프로그램 수강료 3만 달러(3,300만원)를 대출받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입학했다. 그러나 매달 돌아오는 납기일을 맞출 수 없게 되자 그는 학교를 포기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바스케스가 빌린 돈 전부를 요구하고 있다.

  학자금 채무 상환을 거부한 15명 [출처: debtcollective.org]

미국 지역언론 NYULOCAL 등에 따르면, 대출금을 내다가 불합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스케스는 자신보다 더 열악한 학생들을 알게 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공동으로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기로 했다. 결국 지난달 19일 미국 교육부에 공동으로 학자금 부채 폐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자 미국 언론들은 앞 다투어 ‘빚 파업(Debt Strike)'의 새로운 운동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빌린 학자금을 제 때 갚지 못하면 개인 디폴트에 빠져 급여와 사회보장연금 지급액 등을 차압당하고 신용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집을 구하기도 어려워지며, 일자리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바스케스는 “우리는 빚을 갚지 않을 것이다.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알고 있다”며 채무를 더 이상 상환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대학 때문에 가난해진 첫 세대...교육부는 채무 수금원

학자금 대출 상환을 거부한 15명이 교육부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이들은 “교육 사업에 의해 가난해진 첫 번째 세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한편 “우리는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 비혼모, 이제 막 시작한 젊은이들로, 우리 자신과 가정을 위해 배움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이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교육이 보다 나은 삶을 인도할 것이라고 믿었고, 이 나라의 교육제도도 그럴 것이라는 교육부를 믿었지만, 코린시안은 우리의 꿈을 악용했고 이윤을 내기 위해 우리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또 “매달 교육부는 우리의 열정으로 수익을 내는 부도덕한 제도에 지불하라고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면서 “월급날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진 채무 수금원”이라고 비꼬았다.

이들은 이에 “우리의 미래를 훔쳐 간 교육부, 채권자들, 서비스기관과 보증기관에게 우리는 ‘신물이 난다. 이 채무를 없애라’고 말한다”고 밝히는 한편, “재학생과 졸업생에게는 우리 모두의 꿈을 악용해 수익을 내는 고등교육제도의 종식을 위해 당신과 함께할 것”이라면서 “우리와 함께 싸우자”고 제안했다.

현재 코린시안은 과도한 재정운영, 학생기록부, 졸업생 취업률 조작 등을 문제로 연방 및 주정부에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채무 상환을 더욱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은 대학 측의 잘못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로는 약탈적인 고등교육제도가 문제라고 본다. 에베레스트인스티튜트에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9,438명으로, 빚 총액은 1,300만 달러(143억 원)에 달한다.

새 프로젝트 빚 공동체 운동 출발

코린시안대 학생들의 학자금 채무 상환 거부 행동은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운동을 벌였던 ‘스트라이크 뎁(Strike Dept)’의 지원을 받았다. 이들은 빚 파업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인 ‘빚 공동체(The Debt Collective)’ 운동을 발표하고, 첫 번째 사업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빚 공동체 운동은 채무자 공동의 저항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다.

월가점거운동의 후속 프로젝트 중 하나로 조직된 ‘스트라이크 뎁’은 코린시안대 출신을 포함한 9,000명 이상의 학생 채무를 폐지한 바 있다. 이들은 장기 채무자의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한 뒤 폐기해 현재까지 1,400만 달러의 의료 및 학생 부채를 해결했다.

스트라이크 뎁은 주거,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필요를 위해 빚을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채무자들이 함께할 때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다고 본다. 스트라이크 뎁이 주장하는 빚 파업의 논리는 단순하다. “당신이 은행에 1,000달러를 빚졌다면, 은행은 당신을 소유한다. 하지만 당신이 은행에 1조 달러를 빚졌다면, 당신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다. 함께하여 우리가 은행을 소유하자”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뎁 활동가 앤드류 로스는 채무자들을 실제로 돕는 것 외에도 이 운동을 알리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는 “상당히 많은 관심이 있다. 우리의 계획은 이러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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