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장 인터뷰

[현대차 비정규직 금속노조 농성] (2)

  김성욱 울산비정규직지회장
불법파견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는 교섭, 결과적으로 8월18일 합의(8.18합의)에 대한 입장은?
불법파견에 맞서 10년 동안 투쟁했다. 안 해 본 투쟁이 없고, 교섭도 많이 했다. 8.18합의는 ‘불법’ 단어조차 없는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서’다. 현대차에 불법파견 면죄부를 준 합의서다. 사측에 임금, 근속 모두 내줬고 전환배치까지 합의했다. 또, 비공개 합의서 존재 등 노조 민주주의를 훼손한 잘못된 합의다. 사측에 명분과 실리 모두 내줬다. 울산비정규직지회(울산비지회)는 지난 해 8월18일 합의 전 7월2일,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의 안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51.8% 신규채용안이며, 조합원마저 배제되는 신규채용안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38차 정기대의원대회(정기대대)에서 8.18합의가 폐기된 이후 전규석 위원장 담화문이 나왔고 논란이 됐다. 담화문 내용 사전에 확인했나?
사전에 확인했다. 담화문 나오기 전날이다. 내용 확인하고 바로 서울 금속노조에 올라가서 문제제기 했다. 1월13일 금속노조 관계자들과 문제제기 하려고 만났다. 관계자들은 중앙집행위원회(중집) 결정에 준해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날 밤부터 금속노조 1층 농성에 돌입했다. 긴급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속노조 농성 관련해선 울산비지회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사후 승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금속노조 농성 돌입 과정은 알겠다. 농성의 본질적 이유와 장기화의 원인은?
우리가 힘 있는 노조였다면, 기업지부처럼 힘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은 묵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저항하는 것이다. 우리는 10년 동안 투쟁하면서 삶을 걸었다. 빼앗긴 10년을 되찾고자 투쟁했다. 미래에는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당당하게 투쟁하고, 살아가기 위함이다. 정기대대에서 ‘제발 당사자인 현대차 비정규직이 투쟁할 수 있는 공간만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막았기 때문에 저항하는 것이다. 우리도 조합원인데 금속노조 위원장실까지 점거하고 싶겠나.

공동 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농성하는 이유는, 10년의 투쟁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현장에선 8.18합의가 폐기됐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신규채용이 계속 강행된다. 현대차지부가 동의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특별히 다른 거 해달라는 게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되돌려 놀고, 금속노조가 투쟁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덧붙이면, 정기대대에서 8.18합의가 폐기됐으면 금속노조는 신규채용을 당장 중단시켜야 했다. 정기대대 결정 이후 투쟁계획도 내지 않았다. 어영부영 넘어가게 되면 금속노조 대대는 필요 없는 게 돼버린다. 중집에서 다 논의하고 평가하면 그만 아닌가.

8.18합의 전 7월19일, 전주 아산 울산 3개 비지회 통합대의원대회(통합대대)에서 각각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 결과는 전주·아산 비지회 교섭유지, 울산비지회 교섭중단이다. 단일 입장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3개 비지회가 9.18판결에 대해 각각 현실적 판단이 있었다. 또, 당시 통합대대에서 전주·아산 비지회는 교섭을 통해 사측 입장을 더 확인하자고 한 반면, 울산비지회는 조합원을 배제하는 신규채용안인 사측 최종안이 이미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통합대대 결정인 ‘존중’의 의미는 교섭을 통한 내용적 추가 확인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합의까지 존중하기로 한 적 없다.

8.18합의에 대해선 교섭권과 체결권 위반 논란이 있다. 절차상 쟁점에 대해 어떻게 보나.
불법파견 특별교섭단의 의장은 금속노조 위원장이다. 7월31일 3개 비지회와 금속노조 위원장이 서울에서 간담회를 할 때, 체결권이 위원장에게 있다고 확인했다. 전규석 위원장은 최근까지 전주·아산 비지회에 교섭권을 위임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위임하지 않았고 체결권도 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8.18합의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8.18합의 당일 울산비지회가 교섭장에서 항의농성을 했다. 농성 시작과 마무리 과정은?
일단 울산비지회가 교섭결렬을 선언한 이후 8월18일까지 합의 내용이 철저히 비공개였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합의 말미에, 울산비지회까지 합의서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농성을 하게 됐다. 이경훈 지부장이 울산비지회는 합의서에서 뺀다는 약속을 받고 농성을 마쳤다. 그러나 합의 결과는 울산비지회 조합원에게도 적용됐다. 우리가 항의했지만 지부 측은 울산비지회의 조직관장력의 문제라고 했다가, 불법파견 소송에도 참여하지 않은 ‘비조합원 대상’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교섭 요구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에서 ‘조합원 우선 정규직’으로 바뀐 것은 현대차지부와 사측 양측에게 결과적으로 빌미를 준 것 같다. 과정에서 어려움은?
할 수 있는 투쟁 다했다. 점거농성과 철탑농성, 만장투쟁, 현장투쟁 등. 사측이 계속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이 힘들어했고 점점 지쳐갔다. 조합원들을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조합원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단계적 측면이지, 조합원만 정규직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최근 울산비지회 해고자들이 8.18합의를 인정하며 현장 복직한다고 대자보를 쓰고 신규채용에 응시했다. 사실관계와 심경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
해고자들이 대자보를 쓰고 싶어서 썼겠냐. 해고자들을 이해하지만 잘못된 방식을 택한 것 같다. 사실관계도 다르다. 8.18합의를 존중한다는 주장은 조합원 모두를 무시하는 처사라 안타깝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