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한국대사관, ‘법대로 하라’에 현지 노동자들 비명

파업 여성노동자 다수 체포·구금·부상...“한국 기업과 대사관 책임”

유엔(UN)이 별도의 인권특별보고관을 두고 있을 만큼 인권 상황이 열악한 미얀마에서 한국대사관이 이랜드 등 현지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미얀마 당국에 개입을 요청해 노동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KTNC WATCH)의 6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얀마 양곤 쉐비다 공단에 위치한 한국계 기업 이랜드(ELAND), 한세실업의 자회사인 코스텍인터내셔널(Costec International)과 홍콩계 포드코리(Ford Cory) 등 3개사 노동자들은 지난달 2일부터 월 5만원(50,000 크얏) 수준인 기본급을 월 8만원 대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미얀마 당국은 노동자들이 공공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병력을 투입해 해산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이때 이랜드 노동자이자 노조지도부인 미오 민 민 씨와 포드코리 소속 나잉 흐타이 르윈 씨도 공공질서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미얀마 경찰에 체포돼 정치범 수용소로 유명한 인세인 감옥에 수감됐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22일 회사와의 협상 과정에서야 이들 행방을 알게 됐다.

  지난달 17일 파업에 나선 현지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행진하고 있다. [출처: 이라와디 화면캡처]

미얀마 당국자, “한국대사관과 기업이 당국 개입 요청”

문제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당국의 무력 진압에 현지 한국대사관이 직접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 <이라와디(www.irrawaddy.org)>에 따르면, 미얀마 고용및사회안전부 차관 흐틴 아웅 씨는 “자국 기업들의 투자에 영향이 있으므로 대사관들이 현행법에 따라서 행동을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기사는 랑군 지역 지방정부 노동부 장관인 쪼 에 마웅 씨를 발언을 따 “기업들이 법원에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진정을 했다”면서 “그것이 경찰이 (노동자들을) 연행한 이유며, 고용주들이 그들의 손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개입한 것이라 밝혔다”고 전했다.

현지 한국대사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해당 기업 3곳 중 2곳이 한국 기업인 만큼, 한국 대사관이 미얀마 당국에 공권력을 투입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와 경찰의 해산 작전이 한국 대사관과 한국 기업의 요청 후에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미얀마의 법과 제도를 충분히 감안하여 노동자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한국 대사관과 기업이 오히려 미얀마 정부에 공권력을 요청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국제 사회가 한국 기업과 정부에 걸고 있는 기대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소된 노동자, 징역 2년형까지 가능...한국 기업과 대사관 책임”

미얀마는 유엔(UN)이 별도의 인권특별보고관을 두고 있을 만큼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 UN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이양희 교수가 맡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에 체포된 한국기업에서 일했던 노동자와 노조활동가들은 모두 미얀마 형법 제 505(B)조항에 적시된 “공공사회를 위해, 위협을 야기하거나 시도” 또는 “공공질서 혹은 국가에 반하여 위해를 가하도록 다른 이들을 부추기는 행위”로 기소됐거나 기소될 예정이다. 만약 법원이 이들에게 유죄를 인정할 경우 징역 2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은 “하루에 12시간 이상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겨우 8만원 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국 대사관과 기업은 알아야 할 것”이라며 “이 여성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면 기업과 대사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지난달 25일 관련 의혹에 대해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답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주재국 정부 관심 요청”

외교부 관계자는 6일 <참세상>에 “현지 한국대사관 문의 결과, 공장 출입문이 완전히 봉쇄돼 직원들이 출입을 못하고 물건도 운반할 수가 없어 파업노동자들의 공장 출입문 봉쇄와 같은 직접적이고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주재국 정부에 관심을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국대사관의 요청 뒤 파업 노동자 다수의 체포와 부상을 초래한 미얀마 당국 개입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사실관계 확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세상>은 이랜드와 한세기업 본사에도 각각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로 문의했으나, 양사 모두 담당자 회의 등을 이유로 답변해 주지 않았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미얀마 당국은 회사를 대신해 노동조합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이랜드 노동자들은 사측이 제시한 월 13,000원 수준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하고, 지난 5일부로 파업을 종료했다. 그러나 코스텍인터내셔널 노동자들은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랜드 노동자들의 파업이 종료되기 전인 지난 4일 오후 4시경 미얀마 경찰과 이들이 동원한 자경단이 쉐비다 공단에 위치한 이랜드 공장 앞에서 농성 중이던 코스텍인터내셔널, 포드코리 노동자들의 농성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30명과 미얀마 기자 2명, 노동활동가 3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행된 기자와 일부 노동자들은 석방됐지만, 여성노동자 14명과 노동활동가 1명은 구속된 채, 공공질서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인권, 공익법, 노동조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단체가 모인 네트워크로 민주노총, 국제민주연대 등 7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사무국은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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