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구제해야 할 인권위, “동성애는 죄악” 토론회 열려

인권위, ‘동성애혐오’ 단체에 공간 대여...반인권적 행보 계속되나

차별을 구제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서 이번엔 “동성애는 죄악”이라며 특정 대상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혐오하는 단체의 토론회가 열렸다. 해당 단체의 공간 사용을 허용한 것에 대해 인권단체 등은 인권위가 최근 반동성애 성향의 인권위원 선임에 이어 반인권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홀리라이프, 선민네트워크,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 반동성애 입장을 표방해온 종교, 보수 성향 단체들은 19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2회 탈동성애 인권포럼’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동성애 혐오와 옹호에서 배제되는 탈동성애자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으나, 포럼에서 제기된 내용은 기존 반동성애 단체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홀리라이프 등 반동성애 입장을 표방해 온 종교, 보수 성향 단체가 19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탈동성애 인권포럼'을 열었다. 이들은 동성애가 종교적,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동성애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묘사하는 반동성애적 입장을 드러냈다. [출처: 비마이너]

차별 구제해야 할 인권위에서 성소수자 혐오 단체, 버젓이 토론회 열어

특히 이날 발제를 맡은 훌리라이프 이요나 대표는 “행정부가 성소수자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권위가 설치되면서부터다”, “2006년 7월 인권위가 차별금지법을 만들도록 국무총리에 권고하면서 차별금지법 이슈가 시작됐다”라는 등 인권위가 ‘친동성애’적 정책을 펴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인권위를 공격했다.

이러한 이들의 입장은 인권위법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인권위법 2조에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2조)’로 규정한다. 이에 대해 선민네트워크 김규호 상임대표는 “탈동성애 인권에 있어 가장 문제되는 국가적 과제는 인권위법”이라면서 “인권위법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탈동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보다 더 소수자”라면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 단체는 동성애는 종교적,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성적 지향이며, 현재 인권단체와 인권위, 국제기구 등이 주장하는 성소수자 인권은 서구의 타락한 성 윤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동성애를 허용하면 가정과 국가가 파탄 난다’거나 ‘동성애 옹호가 좌익 혁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동성애를 ‘성 중독’ 등 고쳐야 하는 질병으로 묘사하면서 ‘성중독예방치유법’, ‘성중독예방치유위원회’ 등 동성애 치료 정책을 제시했다. 아울러 인권위가 권고한 성별정체성·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성소수자단체, 당일 규탄 성명 "인권위, 혐오단체에 제 안방 내주나"

사실상 특정 대상에 대한 차별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내용의 토론회가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를 업무로 하는 인권위에서 열린 것이다. 이는 성소수자 차별을 명시한 인권위법에도 어긋난다. 이에 따라 인권.성소수자 단체는 이러한 단체에 공간 사용을 허락한 것은 반인권적 인권위원 선임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권위가 또다시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분노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아래 인권위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은 “이런 행사가 배움터에서 열린다는 것은 인권위가 인권 침해적 행위, 차별행위를 승인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한 격”이라며 “어떤 나라의 인권기구가 인권침해 행사에 장소를 빌려주겠는가”라고 질타했다.

명숙 집행위원은 “이러한 행위는 극우 기독교 세력인 최이우 목사 같은 이가 인권위원으로 선임된 맥락과 연결된다”며 최근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보와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등이 인권위 앞에서 동성애혐오와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최이우 목사는 인권위원에 적합하지 않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배제를 인권위가 변호하는 듯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내용이 인권위에서 필터링조차 안 되는 게 문제다. 인권위가 임무를 제대로 못 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구 동성애자인권연대, 아래 행성련)도 당일 규탄 성명을 냈다. 행성련은 “이는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이 (올해) 9월을 목표로 인권위법의 성적지향을 삭제하겠다는 망언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같다”라며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기관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선전·선동하는 행사를 용인하는 태도는 인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인권의 참뜻을 폭력으로 덧씌우고 오용하는 이들을 용인하는 인권위의 태도는 인권은 물론 위원회까지도 부정하고 없애려 하는 이들에게 제 안방을 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한때 차별받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인권위마저 성소수자 혐오를 용인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라고 꼬집었다.

인권.성소수자 단체들은 앞으로 국제 인권단체.기구에 이번 사건을 알리고 규탄 연명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사건이 번지자 인권위 배움터 대여를 담당하는 홍보협력과 관계자는 “배움터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토해보겠다”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현재로써는 ‘인권옹호와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인권 관련 공개토론회 및 학술세미나’를 하는 경우에 배움터 대관을 허용하며, 신청 목적과 다를 때는 대관을 철회하게 되어 있다.

이어 관계자는 “성소수자 인권옹호와 인권위의 차별금지 방향은 대치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이에 대해 거부할 근거가 없다. 비정부 민간단체 활동을 지원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배움터를 빌려주고 있는데, 대체로 형식적 요건만 맞추면 승인해주고 행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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