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TPP 투자자조항 폭로...“초국적기업, 최우선”

미국서도 ISD 비판...NYT, “ISD, 국가 공공제도의 무력화”

위키리크스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투자자 조항 최신본을 다시 공개했다. TPP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미국의 언론들이 유출본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는 가운데 TPP 투자자 조항의 문제를 심층 분석한 <뉴욕타임스> 보도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각) 2015년 1월 20일자로 기록된 TPP 협상문 초안을 토대로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경제 과제의 주춧돌인 TPP가 △기존 무역 협정 중 외국 투자자 또는 기업의 이득을 가장 우선하며 △국가 공공제도를 무력화하고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와 모호한 규정 때문에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위키리크스]

<뉴욕타임스>가 이 같이 지적하는 TPP 투자자 조항의 핵심 문제는 국제에서도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때문이다. TPP상 이 제도는 외국 기업에 대하여 투자가 예상치를 밑돌거나 기업의 이익을 해할 경우 미국 정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TPP 협상에 참가하는 다른 11개국에 위치한 기업들도 상대국에게 마찬가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기업과 투자자들은 세계은행(WB)이나 유엔(UN)이 관할하는 법원을 통하여 정부의 법, 규정 및 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는다. 중앙 정부나 지역정부 모두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기존 무역 협정 중 외국 투자자 또는 기업의 이득을 가장 우선

이 같은 TPP에 대해 반대 진영은 TPP가 이전의 그 어떤 협정보다도 가장 우선하여 기업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TPP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과 기업 대표들은 이전에 체결된 다른 협약들 또한 TPP와 유사한 내용을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ISD는 지구상에 이미 존재하는 3,000개 무역 협약에 규정돼 있으며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해 ISD를 허용하는 51개의 협정을 이미 체결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ISD는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의 경제 협정에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서 이런 협정들은 사실상으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은 25년 이상 17개의 투자자 소송을 당했고 이중 13개만 법원으로 갔다. 그리고 어떤 재판에서도 미국은 패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TPP 반대 진영은 미국이 지금까지 패소한 사례가 없는 이유는 소송을 제기한 국가의 회사 자체가 크기나 예산 또는 시장 파워에서 불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들은 TPP가 체결될 경우 이들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을뿐더러 오래 전부터 미국에 투자해 왔던 일본과 호주와 같이 부유한 나라의 투자자 권한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쉐로드 브라운 오하이오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이 소송에서 진 적이 없지만 장래에는 보다 많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 역의 관계도 성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자본의 크기, 힘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세계무역감시(Global Trade Watch)에 따르면, TPP가 체결될 경우 미국에서 활동하는 약 9,000개의 외국인 소유 회사가 미국 정부에 대해 소송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역으로 미국에 있는 18,000개 이상의 기업은 나머지 11개 나라에 대해 같은 권한을 얻게 된다.

국가 공공제도의 무력화

ISD로 인하여 국가의 공공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국내에서의 비판도 되풀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TPP 챕터의 조건 아래, 외국인 투자자는 가입국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해당 투자를 몰수하거나 국유화할 경우” 금전적인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고 확인했다. 또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간접 수용”에 관한 정의에는 “뚜렷하며 합리적인 투자에 기초한 예상(성과)에 대해 개입하는 정부의 조치”가 포함된다. TPP 반대 진영은 이에 대해 초국적 기업들이 “간접 수용”이라는 문구를 폭넓게 해석하여 투자 가치를 해하는 규정이나 법 개정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TPP 찬성진영이 ISD로부터 공공정책이 보호된 사례로 선전하는 1999년 메타넥스(Methanex) 사건에 대해 반대 진영은 일본과 같은 나라의 훨씬 더 큰 회사가 비슷한 재판을 하게 될 경우에는 동일한 판결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반문한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자동차 연료첨가제(MTBE) 판매금지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미국 내 캐나다 투자기업 Methanex가 제소한 사례인데, 해당 소송은 6년을 끌다가 2005년 결론지은 바 있다.

또 손해배상 액수도 매우 높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석유채굴권을 몰수했다는 이유로 에콰도르에게 23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를 지불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미국에 소재하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들은 이미 미국 민사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1993년 이래, 연방 정부가 치외법적 국제무역재판소를 통해 17개의 소송을 당한 것을 포함해 국내법상으로는 70만여 건의 소송이 걸려 있다.

외국 기업 차별 금지와 모호한 규정

TPP 협상을 맺을 경우 가입국은 자국 영토 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우대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TPP 찬성 진영은 정부가 외국 기업을 내국 기업과 동등하게 다루는 한, 무역 조항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센터의 국제기업 전문가 스콧 밀러도 “외국 기업에 대해 차별 대우를 하지 않는 한 정부들은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공적 역할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모호한 텍스트 정의도 TPP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투자에 관한 한 조항은 “투자자가 투자의 성질이 있는 것을 소유하거나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모든 자산”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또 “지적재산권, 주식과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 수단”을 포함해 건설, 경영, 생산, 양도물, 배당 수익과 다른 유사한 계약, 그리고 면허, 권한, 허가권과 국내법에 따른 유사한 권리까지 포함돼 그 영역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일본, 호주 등 12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TPP 협상은 2005년부터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문서는 2012년 초기 버전이 공개된 후로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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