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나온 현대차 무엇을 감추고 싶을까?

[불법사장 찾아 3만리](10) 순회투쟁 마지막날

마지막이란 아쉬움을 전제한다. 9박 10일. 스타케미칼 일정까지 포함하면 11박12일의 대장정을 마치는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라는 것을 느끼지도 못하게, 아침부터 분주하다. 5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가야 할 소하리 공장! 그런데 5시 20분에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길을 두 번이나 헤맸고, 결국 6시 20분이 조금 넘어 도착했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화성동지들이 정문에 계셨다. 에휴... 그냥 따라갈 걸.

통근버스가 모두 왔지만 조식을 하는 조합원들이 많아 식당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딱 20분. 그나마 20분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새벽 6시 전에 오셔서 우리를 기다리셨던 임채웅 분회장 동지께 죄송하고, 소하리 활동가 동지들께도 죄송했다. 또 어제 화성부터 함께 해 주신 김영성, 오준환, 이명노, 신성원 대의원 동지들을 비롯해서 김수억 동지와 힘차게 해고투쟁을 하고 계신 이동우 기아해복투 의장 동지께는 갑절로 죄송했다. 짧지만 굵게 순회투쟁을 진행하고, 함께해주신 동지들게 인사를 하고, 기아차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아침밥이 맛있다. 오호~ 식당도 깨끗하고... 광주, 화성, 소하를 모두 들렸지만 환경면에서 기아차 공장들이 현대차 공장보다 깨끗해 보였다. 함께 온 모든 동지들이 평가도 동일하다. 기아차가 더 오래됐음에도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설비투자를 그만큼 더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이익을 더 많이 남기는 현대차에도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외주화만 골몰하지 말고.



분회 동지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소하공장은 비정규직노동자가 840여 명 있는데 생산에 480여 명, 비생산(간접)에 360여 명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하리는 나이 많은 고참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많이 계시고, 인맥으로 들어온 분들도 많아서 조직화에 어려움을 호소하신다. 1차 소송에 10명이 참여했고, 2차 소송에 98명이 참여하는 등 소송 참여률이 낮다. 다만 소하공장 14개 사내하청 업체 중 1개 업체를 새롭게 조직해서 11개 업체에 조합원이 있고, 투쟁도 계획한다 얘기를 들으니 절로 힘이 난다. 또 정규직과 1사 1조직이 되어도 가입하지 않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볼 때 형식보다는 어떻게 현장을 장악했느냐에 따라 조직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임채웅 분회장 동지의 고충이 느껴진다.

본격적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어제 진행한 노사공동의위원회(8/8, 통상임금 관련) 관련 얘기부터 해주신다. 뭐 광주에서, 화성에서 들었던 것과 같이 “원청에서 입장이 나와야 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당연한 답변만이 오갔다고 한다. 특히 사내하청 호봉제 요구와 관련해서는 “상향조정은 힘들다”고 했고, “원청이 호봉을 없애려고 하는데 하청이 호봉을 신설하는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도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

불법파견 특별교섭 19차 내용

2015년 3월 24일 14시 소하리

금일교섭에서 회사측에서 안을 제시

-기존 350명에서 400명 특별채용 제시(2015년- 150명, 2016년- 250명)
-공정 재배치 실시
-2017년 이후 추가 특별채용시 특별교섭을 통해 논의
-노사합의에 따른 소송취하

- 조합은 일부인원 채용이 아닌 사내하청 조합원 정규직전환과 장기적인 로드맵과 전환배치 해소 방안에 대한 전향적인 안 요구
-노측대표 마무리발언에서 차기교섭 때 노측요구안에 대한 전향적인 안이 없으면 조합도 결단하겠다. 차기교섭 때 회사는 정확한 안 제시 요구
-사측대표 마무리발언에서 차기교섭에 노측요구안을 고민해서 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함
-차기교섭 일정은 간사 간 논의 후 진행

지난 협의에서 노측은 생산하청 2887명에 대한 1차적 담보를 요구했고, 비생산도 포함해서 전체 비정규직문제에 관한 로드맵 제시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생산하청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어쩌면 현대차비정규직3지회가 모든 사내하청에서 생산하청으로 요구를 낮춘 이후 불법파견 투쟁의 최대 요구가 ‘생산하청’이 되어버린 것 같아 부끄럽고 죄송했다.

김영성 대의원이 소하까지 왔는데 지부도 인사하고 가자고 제안했고, 지부와 자리를 주선해 주셨다.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기아차지부 문종식 수석부지부장 이하 실장 동지들이 순회단을 맞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얼마 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부가 총파업 조직을 위해 기아차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황영선 조직실장 동지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부와 순회단이 함께 현장을 순회하고 투쟁을 조직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며, 다음에는 일정 조정을 통해 힘 있게 조직해 보자고 얘기하신다. 문종식 수성부지부장은 “총파업 관련해서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31일 조합원 총회에 압도적 가결을 선동하고 있고, 4월 24일 반드시 총파업 성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힘찬 투쟁 결의를 밝히신다. 96~97 총파업 투쟁에 선봉에 섰던 기아차 동지들이 힘주어 말하니 올해 잘하면 한판 뜰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이 현실이 되길 기대한다.


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불법파견 교섭 상황에 대해서도 담당 실장 동지가 직접 보고해 주신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린다. 김영권 정책2실장은 “기아차지부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3차례 교섭을 진행했고, 3차 교섭에서 사측이 400명 신규채용안을 제시했다”고, 노조는 2887명 생산도급에 대한 포괄적인 로드맵을 요구했다고 했다. 회사는 공정재배치와 전환배치를 요구했고, 노조는 도급TO를 줄이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사내하청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부가 책임 있게 투쟁하겠다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문수석동지가 금속노조 농성관련해서 말씀하신다. 비정규직 동지들 심정은 이해하지만 15만 금속노조 위원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일반 조합원들이 이 문제 본질을 못보고, 현상만 가지고 비하는 일들이 있어서 걱정되었다고 하신다. 함께 순회를 하는 김정진 동지가 통상임금을 그렇게 합의했다면 정규직 동지들도 우리와 비슷한 행동을 하셨을 것이라 답변했다. 문수석부지부장 동지도 마음은 이해한다고 답변한다. 이렇게 서로의 의견을 마음으로 받고, 기아차지부와의 간담회를 마무리 했다. 이제 마지막 일정 양재동 기자회견이다. 올라가는 차 안에서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긴 마지막이 되니 놓친게 생각난다.

그런데 양재동에 도착하니 어깨띠를 하신 분들이 도열해 있다. 현대차에서 우리를 마중나온 분들이다. 소위 집회를 하고 계신다. 기자회견으로 하려고 앞으로 가자 집회를 하신다는 분들이 내 팔을 잡는다. 놓으라고 해도 요지부동이고, 우르르 나에게 다가온다. 서초서 경찰이 와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이름을 밝히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동을 방해해도 되는지 물었다.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일단 내 어깨를 잡은 손들이 사라졌다. 현대차는 차량벽을 쌓고 저렇게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서까지 우리를 막는 이유가 뭘까? 아니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어서 저럴까? 당당하다면 떳떳하다면 이러지 않을텐데. 참 답답하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오신 동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준비하려 했다. 권영국 변호사가 경찰들에게 왜 우리 기자회견이 정당한지 설명한다. 아니 가르친다는 표현이 더 맞다. 어쨌든 이런저런 조정과 경찰과 현대차 간의 조정을 통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현대차의 불법성, 이를 비호하는 경찰의 공무집행 과정을 많은 동지들이 비판했다. 특히 권영국 변호사는 “언젠가는 내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반드시 할 거다. 그때 당신들이 저지른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날이 빨리 오려면 우리가 힘차게 투쟁해야 겠다. 또 2일동안 우리와 함께 한 기아차지부 김영성 대의원은 “올해 현대차 기아차 동지들이 함께 투쟁을 결의했다. 반드시 불법파견 끝장내고,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를 구속하겠다”는 힘찬 결의를 밝히셨다. 옆에 불법파견 문제와 통상임금 적용을 위해 양재동 1인 시위를 하고 계신 기아차지부 현장조직 동지들도 함께 해서 그 의미가 더 컸다.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다. 힘들고 지치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에 진짜 이렇게 많은 불법파견 사업장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몰랐기 때문에. 우리가 세상에 자본의 불법성을 조금이라고 고발한 듯해서.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어렵지만 힘들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 9박 10일 투쟁이 나에게 남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