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얀마 한국대사관, “노동자가 한국인 관리자 감금” 허위 진술 의혹

노사 양측, 한국 외교관 진술 부인...미얀마언론, 한국대사관 밀실외교 신랄하게 비판

최근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현지 노사 분규에 미얀마 당국의 개입을 요청하여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당국자가 밝힌 한국 공장의 피해 내용 중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허위 진술 여부에 관한 추가 논란이 일 조짐이다.

이 같은 논란은 <미얀마타임스>가 지난달 19일 “한국, 정부에 노동 분규 중단 촉구”라는 제목으로 “이번(2월 20일) 경찰 진압은 자국 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 대사관의 뒷방외교로 주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면서 제기됐다.

최원영 주 미얀마 한국대사관 경제상무관은 이 언론에 “노동자의 법적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파업노동자들이 공장 앞 출입구를 점거하고 사람들과 물건의 출입을 방해하는 것은 심각한 재정상의 손실을 야기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코스텍 파업노동자들이 2월 3일 한국인 관리책임자를 약 12시간 동안 감금했다”고 말했다.

<미얀마타임스>는 또 “최 상무관에 따르면, 이백순 한국대사는 한국 시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전제로, (다음 날인) 2월 4일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우 에이 민 노동부 장관을 만나 ‘파업 노동자들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최 상무관이 한 이메일을 통해 “코스텍 파업노동자들이 2월 3일 한국인 관리책임자를 약 12시간 동안 감금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내용 [출처: 미얀마타임스 화면캡처]

이 같은 한국 외교당국자의 진술은 미얀마 당국에 현지 한국대사관이 파업시위에 대한 개입을 요청했는지 여부를 묻는 <미얀마타임스>의 질문에 대해 답한 것이다. 우선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 노사문제에 한국대사관이 현지 당국의 공권력 개입을 요청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코스텍 노사 관계자 모두 현지 노동자가 한국인 관리책임자를 감금했다는 외교당국자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코스텍 노동자는 해당 언론에서 “2월 3일, 아마도 한국계 외국인 여성이 오전 8시 경 약 20명의 노동자들과 공장으로 들어갔다. 그는 저녁 8시경까지 이 공장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그를 이 공장에 있으라고 강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대사관에서 코스텍 노동자들이 한국인을 감금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거나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도 자사 관리책임자가 감금됐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관련 사실 여부를 묻는 <참세상>의 질문에 대해, “감금 얘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희 쪽에서 나온 얘기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현지 언론에 대한 정정보도 조치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6일 주 미얀마 한국대사관 경제상무관이 현지 언론에게 이 같이 말한 사실의 근거를 확인해 달라는 <참세상>의 문의에 대해, “파업노동자가 공장출입문을 점거해서 사실상 외부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이 상황을 표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 요청 뒤 파업 농성 진압...사측 위한 ‘뒷방외교’

관리책임자 감금에 관한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의 개입 요청이 있은 뒤 미얀마 당국은 2월 20일과 3월 4일 2번에 걸쳐 파업 노동자들을 대대적으로 진압했다. 그리고 이는 현지 노사관계가 사측 편으로 기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1번째 폭력진압은 공장주들이 하루 1달러 임금 인상을 거부한 2월 17일 협상 바로 뒤인 이달 20일 일어났다. 경찰은 당시 거리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주로 젊고 가난한 여성 노동자 1000여 명을 향해 곤봉을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수십 명이 충돌 중 피를 흘렸다. 일부는 경찰이 우르르 몰려드는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한세실업이 2월 23일 체결했다고 주장하는 자회사 코스텍의 노사합의는 바로 이러한 공권력의 투입 뒤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의 ‘뒷방외교’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월 25일 한국 대사와 미얀마 고위 국회의원과 2번째 회의 뒤에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미얀마타임스>에 따르면,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이나 의회 관계자 모두 회의에서 시위가 언급됐다는 점은 부인했다. 이들은 단지 외교 수립 40주년인 현재 ‘관계 개선’을 집중 논의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의 하루 뒤인 2월 26일 국영 <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이백순 주미얀마 한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는 노동부 장관의 사진을 게재하고 정부가 공장 시위 중단을 위한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기사를 실었다.

미얀마 당국은 공권력 투입 뿐 아니라 국영방송을 통해 파업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이들은 시위가 공장 이익을 해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내쫓고 있다며 파업노동자들에 대해 파업 종료와 회사가 제안한 임금 인상 수준을 받아들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타임스>는 “피켓 시위 참가자의 약 절반은, 이 미끼를 물었다”면서 “많은 이들은 경찰의 진압으로 겁을 먹었다”고 전했다. 다른 수백 명은 파업을 고수했지만 결국 3월 4일, 경찰은 ‘의무’라는 완장을 찬 용역을 동원해 파업 농성을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30명과 기자 2명, 활동가 3명이 연행됐고 노동자 14명과 노동활동가 1명이 구속됐다.

기업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미얀마 이랜드 노사도 당국의 파업농성 진압 하루 뒤인 5일 결국 사측이 제시한 월 13,000원 수준 인상과 파업참여 노동자에 대한 보복금지를 골자로 하는 합의를 체결했다.

  2월 20일 진압 장면 [출처: www.dvb.no 화면캡쳐]

“국내외 한국 소유 공장들, 역사적으로 노동자 학대”

<미얀마타임스>는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진압을 한국 외교관들이 은밀히 조직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면서 다른 나라의 사례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해 초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페이스북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캄보디아 특수군부대를 배치하라고 로비했다는 것을 홍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에 따른 충돌로 노동자 5명이 총격에 희생됐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국 소유의 공장들은 역사적으로 노동자를 학대했다고 보도했다. 1996년에는, 베트남의 한 신발공장에서 한국 관리자가 노동자들을 모이게 하고 신발로 때려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공장에서의 체벌은 1970년대까지 한국에 뿌리 깊게 남아 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이랜드 공장의 한 노동자는 <미얀마타임스>에 “나는 정치는 모른다. 하지만 (3월 4일) 진압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친 곳이 아픈 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당시 현장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때때로 꿈 속에서도 나타난다”고 호소했다.

박영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3일 서울 여의도 한세실업 본사 앞에서 진행된 기업인권네트워크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OECD 가입국으로 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이 노동3권 등 국제기준을 준수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도록 정하는 OECD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국대사가 현지 노동부장관을 만나 개입을 촉구했다면 이번 폭력 해산에 한국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미얀마타임스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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