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정상회담 최종선언 채택 못하고 폐회

‘인권으로서의 의료’ 거부한 오바마 대통령

  4월 10~11일 파나마에서 7차 미주기구(OAS) 정상회담이 열렸다. [출처: OEA-OAS]

의료는 인권이 아니다?
‘인권으로서의 의료’ 거부한 오바마 대통령


지난 4월 10~11일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7차 정상회담은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가 참석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라울 카스트로는 1962년 쿠바혁명 직후 미주기구에서 축출됐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7일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해 역사적 화해국면이 조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지난 1월 27일 베네수엘라를 미국안보의 위협으로 선언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미국과 캐나다는 미주기구 33개 회원국의 전폭 지지를 받는 최종선언을 거부했다. 4개월 동안 사전 협상을 통해 작성된 초안의 8개항 중에는 인권으로서의 의료, 개발도상국 기술 이전, 전자첩보행위 중지, 오바마의 행정명령 철회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최종선언은 만장일치로 채택돼야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가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2012년 정상회담 역시 쿠바봉쇄에 반대하는 문구를 미국이 반대해 최종선언이 채택되지 못했다.

정상회담 최종선언을 채택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의료는 인권”이란 조항에 미국측이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오바마는 의료는 특권이며 개인의 지불능력에 기초한 서비스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모랄레스는 “선언 초안에서 중요한 대목은 ‘인권으로서의 의료’인데, 미국정부는 의료를 인권으로 간주하기를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받아들이길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라틴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인 <텔레수르>의 보도에 따르면 7차 미주정상회담이 최종선언 없이 폐막된 것은 일부 조항에 대해 미국정부가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반대했다. 참석한 아르헨티나 외무장관 헥토르 티메르만은 “대통령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고 확인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위협이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 정상들 한 목소리로 미국 비난


이번 정상회담에서 베네수엘라를 미국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한 오바마의 3월 9일 집행명령에 대해 라틴 아메리카 지도자들은 일제히 미국정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라틴 아메리카-카리브 공동체(CELAC) 33개 회원국 전체도 오바마의 행정명령과 제재 조치를 비판했다.

이번 회담에 처음 참석한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는 미국의 관계 개선 조치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비난하고 일방적 제재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에콰도르 라파엘 코레아도 “오바마의 집행명령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브라질 질마 후세프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에 ‘일방적 고립 조치’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타바라 바스케스,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엘살바도르 살바도르 산체스 등도 미국의 일방적인 베네수엘라 제재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미국에 대한 비판이 일제히 쏟아지자 오바마는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면담을 이유로 회담장을 떠났다.

오바마와 미국측 관리들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인권침해와 부패 등의 문제를 이유로 현재 진행중인 제재를 철회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와 10분간 비공개 회담을 가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베네수엘라의 입장을 전했다고 말하면서 전세계적으로 1300만명의 집행명령 반대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4월 15일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 발언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를 자기 뒷마당으로 간주해왔고 이 지역의 민중들을 자기 노예로 간주해 왔다. 이것이 바로 이 지역에 극도의 빈곤이 존재하는 이유다. 미국에게 묻겠다. 우리를 미국의 노예로 대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오바마 대통령, 당신에게 말하는데, 라틴 아메리카는 완전히 변했다. 우리는 더 이상 복종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들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우리 자신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미국 제국주의의 그늘 속에 있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의 민주주의와 우리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에게 계속 납치당해 왔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자기 나라의 위협이라고 선언하는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에게 스파이 행위를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미국에게 문명 전체의 파괴를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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