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동성간 키스에 '경고'...“인권 퇴행”

무지개행동, 인권위에 진정하고 국제사회에 고발할 계획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가 청소년 동성 간 키스 장면을 방영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연출 여운혁)에 대해 23일 '경고' 징계를 내렸다. 이에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심의위원들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규탄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5명의 여고생이 벌이는 탐정 놀이를 담은 14부작 성장 드라마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방영돼 올해 3월 18일 종영됐다. 이 드라마에서 11화(2월 25일 방송), 12화(3월 4일 방송)에 등장한 여고생들의 키스 장면이 지난 3월 25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 심의를 받으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로 지적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여고생 키스 장면

방심위는 23일 오후 3시 전체회의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의 다수 의견에 따라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날 전체회의에 참관한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에 따르면, 이날 전체회의에 참가한 심의위원 9명 가운데 경고 6명, 주의 2명, 권고 1명으로 최종 경고 처분이 내려진 것.

방심위는 청소년의 성적 고민을 진지하게 담고자 한 드라마의 기획 의도를 고려하더라도, 동성간 성적 표현 장면을 장시간 클로즈업해 노출한 것은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하남신 방심위원은 노예의 권리, 여성의 권리가 각각 노예제 시기와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던 시기에는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에 빗대 현 사회에서 동성애는 시기상조라는 식으로 동성애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권고' 의견을 낸 장낙인 방심위원은 청소년의 이성 간 키스 장면을 다룬 방심위의 유사사례와 비교했을 때 <선암여고 탐정단>에 경고 처분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방심위는 청소년의 이성 간 키스 장면이 방영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2013), tvN 드라마 <몬스타>(2013)에 대해서는 경고보다 낮은 처분인 권고, 의견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3일 방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무지개행동이 방심위에 <선암여고 탐정단> 중징계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연 기자회견

이에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방심위의 경고 처분이 성소수자를 차별한 퇴행적인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방심위 회의에 참관한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징계 수위를 먼저 결정하고 그 후에 근거조항을 찾는 비논리적인 심리 방식에 경악했다”고 비판했다.

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시 심의가 얼마나 엉망인지 눈으로 확인했다.”라며 “대부분 심의위원이 동성애는 이성애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거나, 동성애가 사회 일반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본인들의 잣대를 (심의 과정에) 들이밀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지개행동은 이번 결정에 대해 “아동 청소년 인권 및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미디어의 노력에 대한 퇴행적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지개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방심위의 차별적인 판결을 진정하는 한편, 국내외로 이번 결정의 문제를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무지개행동은 23일 방심위 전체회의를 한 시간 앞둔 오후 2시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징계가 성소수자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방심위에 징계를 멈출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무지개행동은 기자회견 중 <선암여고 탐정단>의 키스 장면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해 지난 3월 25일 방심위의 심의 내용을 비꼬기도 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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