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들, 사실상 세월호 특조위 왕따

비상임 위원들도 농성 결합...“일하고 싶다”

해양수산부, 감사원에 이어 법원까지 세월호 특별조사위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통과 이후에도 또 다른 난관이 예상된다. 사실상 조사 대상인 정부가 독립기구인 세월호 특조위를 왕따시키고 있는 셈이다.

특조위에 따르면 3월 중순 진상조사 준비 차원에서 사전 자료 확보를 위해 해양수산부, 검찰, 법원, 감사원에 공식 자료요청을 했지만, 대부분의 기관이 외면했다. 해수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의 자료만 받고, 나머지 기관에선 제대로 된 자료를 받지 못한 것. 감사원은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만 출력해 보내줬고, 광주 고법은 지난 21일(월) 특조위 직원이 직접 내려가 열람 복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목요일이 돼서야 법원 행정처 지침이 내려와야 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해 빈손으로 올라왔다. 검찰은 한 달이 넘도록 준다 만다 답변도 없었다.

해양수산부는 시행령(안) 수정을 놓고 특조위와 논의를 해야 하지만, 특조위 위원장과 국무조정실장 만남을 위해 논의 내용을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해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해수부는 시행령 수정 방향이 담긴 A4 한 장짜리 문서를 특조위엔 보내지 않고 국회 농해수위에만 보냈다. 대놓고 무시하면서 성실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8일 오후1시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 등이 농성 중인 광화문 농성장에 특조위 비상임위원들도 결합하며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조사 소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에는 시행령 수정 내용을 보내면서 특조위에는 보내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해수부가 기존에 입법 예고된 안에 대해 고칠 게 있으면 어떤 걸 고치려고 하는지 우리에게 문서로 확인해 준다면, 만나서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고 성실한 대화 자세를 촉구했다.

권 소위원장은 정부의 자료 제출 문제에 대해 “변협이 확보한 자료, 국회 국정조사 자료, 디지털 포렌식 해야할 자료 등 확보할 자료가 굉장히 많다”며 “정부가 자료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확보할 수 있는 통로와 방법이 많아 순차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성에 결합한 비상임위원들은 시행령(안)이 진상조사 활동 자체를 개점 휴업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 비상임위원은 “‘세월호 진상규명 하나만 열심히 하겠다’며 다른 일을 못 한다고 하고 있는데 그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사람들이 특별조사위에 관해 물어보는데 대답할 말이 없다. 일(진상조사)을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 비상임위원은 “정부는 시간이 흐르면 국민이 세월호를 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참사 1주기를 맞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시간이 정부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한익 비상임위원은 “작년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여하면서 시행령이 난관에 부딪힐 것 예상해 법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는데, 시행령이 특별법을 잡아먹고 있는 형상이다. 특별법은 없고 시행령 밖에 없다. 시간 가는 게 안타깝다. 일 좀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박종운 안전사회 소위원장은 “시행령에 따르면 안전사회과 10명 중 8명의 국민안전처 직원이 오게 된다. 안전사회과가 특조위 과인지 국민안전처 분과인지 모를 지경이 된다”며 “안전사회 소위원장은 1년 6개월 동안 잘 있다가 그냥 가라는 뜻인 것 같은데, 국민안전처 마스터플랜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어제 농성을 시작한 후 많은 시민이 격려하고 방문해 주셔서 고무돼 있다”며 “사무실을 떠나 특조위를 원칙적으로 지원해 주는 시민과 유가족 속으로 들어와 허심탄회하게 시행령 문제 등에 의견을 나누고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임위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특조위 위원장이 제시한 것처럼 5월 1일 이전에 정부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특조위의 시행령안을 수용하라”며 특조위 독립적 활동 보장 약속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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