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행령 수정안도 쓰레기...생색, 특조위 무력화”

차관, 여당 추천 사무처장이 지휘-감독 강조...특조위.유가족 수정안 거부

29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유가족과 4.16 국민연대는 쓰레기 수정안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 역시 특조위 진상규명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생색내기 수정이라며 수정안 수용 불가선언과 대통령 결단을 촉구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원확대, 파견공무원 비율 축소, 해양수산부-국민안전처 파견공무원 최소화 등 특조위가 제시한 주요 쟁점사항 10개 중 7개 사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특조위가 가장 중요하게 지적한 내용 중 하나인 소위원회 위원장의 사무처 조직에 대한 지휘-감독권한 부여 문제와 관련한 조항들은 수정하거나 추가하지 않고 입법예고안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영석 차관은 이에 대해 “특별법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수정했다고 밝힌 7개 사항도 대부분 생색내기용이거나 눈 가리기 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진상규명의 범위에 대해 정부 시행령 원안은 ‘4.16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 조사결과 분석 및 조사’로 한정시켰다. 수정안에선 참사 원인 규명에 관한 조사를 추가했지만 정부 조사결과 분석도 그대로 유지했다.

주요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을 두고 진상규명 업무 전반을 통제할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선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획조정실장은 ‘행정지원실장’으로, 기획총괄담당관은 ‘기획행정담당관’으로 변경하고 업무 내용도 기획조정에서 ‘협의조정’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초기 정원을 90명으로 하고 이후 정원 확대를 위해선 시행령을 개정하도록 한 것을 두고, 초기 90명, 6개월 경과 후 120명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여기에 보고서 작성을 위한 특조위 활동기간 영장 시에는 ‘필요 최소 정원’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특례 조항을 넣어 또 다른 독소조항 논란을 일으켰다.

해수부는 그나마 특조위가 문제를 제기했던 민간과 파견공무원 비율(51:49), 해수부, 안전처 파견공무원 비율 등이 높아 특조위 독립성 훼손 논란이 발생하는 지점은 특조위 제시안의 비율(58:42)로 맞췄다. 하지만 출범 초기 정원을 90명으로 낮춰놔 실제 인원수는 49명: 36명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특조위는 해수부가 수정안에서 파견공무원 비율과 조사 대상인 해수부-안전처 공무원 비율을 줄여서 생색내기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다.

차관, “사무처장(여당 추천)이 파견공무원 지휘-감독, 공무원 독단 불가능”

박 차관은 파견공무원“특조위는 파견공무원에 대한 징계 건을 가지고 있으며, 부위원장인 사무처장은 모든 파견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견공무원의) 독단적인 업무수행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에 상당한 함정이 있다. 박 차관이 꼬집어 언급한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여당 추천 인사이기 때문이다. 즉 사무처장이 모든 파견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강조한 것은 유가족과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진상규명 소위원장 등이 파견 공무원을 지휘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을 못 박은 셈이다. 특별법 제정 당시에도 사무처장을 여당 추천 인사로 하는 것이 핵심 논란 중 하나였다. 실제 해수부는 특조위가 가장 핵심인 진상규명 국장과 과장 모두 민간이 담당하게 해달라는 주요 요구 사항도 무시하고, 국장은 민간, 과장은 파견공무원(검찰수사 서기관)이 맡도록 해놨다.

이에 대해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에 미리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위 시행령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특조위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 소위원장, 안전사회 소위원장, 지원 소위원장들이 각각 그 안에 있는 조사관들의 조사업무를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직원 전체를 3개 파트로 나눠 소위원장들이 특조위원장을 대신해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또 “진상조사의 주체는 민간인이 돼야 한다”며 “파견공무원은 유능한 공무원이 오되 역할은 행정 지원과 보조가 돼야 한다. 소위원장들의 지휘 감독하에서 민간인들이 조사를 하고 행정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해야 일이 제대로 된다. 이걸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관제 조사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행령의 핵심 문제 때문에 특조위는 진상규명의 또 다른 핵심 요소를 조사기획과 설치로 보고 진상규명국 밑에 조사기획과를 요구했지만, 해수부는 입법예고 원안과 수정안 모두 거부했다. 조사기획과는 진상규명을 위한 종합계획수립. 청문회 실시. 특검 요청, 진상규명 활동을 총괄한 종합보고서 작성 등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조사 1, 2, 3과 과장은 조사에만 전념하고, 독립적 진상규명 핵심 역할을 조사기획과가 맡고 과장도 민간 채용으로 하자는 취지였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해수부가 입법예고 전에 특조위를 만난 자리에서 조사기획과를 파견공무원으로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말도 안 된다’고 했더니 결국 공무원이 하는 것을 넘어 조사기획과 자체를 없애 버렸다”며 “해수부와 정부는 정말 진상규명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또 다른 진상규명의 핵심 과정은 진상규명 소위원장-국장-조사기획과장 3명이 똘똘 뭉쳐 한 방향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것이며, 이것은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며 “이런 걸 확보 하지 않고 특조위 활동을 하라는 것은 공무원들이 관리해 줄 테니 정부의 한 부서로 잘 지내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해수부 발표에 앞서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오후 1시 광화문에서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쓰레기 시행령을 폐기하라”며 오는 5월 1일 1박 2일 범국민 철야행동을 예고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유경근 세월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유가족과 특조위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세 차례나 차관회의를 미루면서 시간을 끌어왔지만, 그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우리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고 의견을 듣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내일 차관회의에 시행령 수정안을 올릴 것 아니라 폐기 의견 분명히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이어 “내일 차관회의에 폐기 안이 상정되는지 아닌지 지켜 보기 위해 유가족 150여 명이 차관회의를 찾아갈 것”이라며 “시행령이 그대로 통과된다 해도 지난 특별법 제정 과정처럼 그냥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