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3시경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 100여 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박2일 범국민 철야농성단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이들은 또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강고한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2일 간의 범국민 철야농성을 마무리했다.
[출처: 김용욱 기자] |
▲ 오후 1시 50분께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유가족들에게 인도로 올라가라고 하자 유가족들이 인도를 통해 광화문으로 가겠다고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족들은 왜 인도로 갈 수 없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출처: 김용욱 기자] |
기자회견에서 김혜진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시행령 폐기를 위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높은 불통의 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시민과 가족은 경찰에 의해 갈라지게 됐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시행령 폐기 노력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며 가족들이 왜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려 했는지 꼭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성호군의 아버지 최경덕 씨는 “하루 반 이상을 인사동 사거리에서 보냈다”며 “하루에 1미터를 가더라도 청와대로 가야 한다는 분이 계셨지만 너무 힘든 분들이 많아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은 작년에 언제든지 청와대를 찾아오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힘든 길이 될지 몰랐다”며 “자식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다시 내일이라도 모레라도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경찰 폭력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어제 또 한 명의 쌍용차 희망퇴직자가 목숨을 잃어 참담하기 그지없다”면서도 “무력감, 패배감이 아닌 한발 씩 더 나아가 희망을 만들자”며 “향후 투쟁을 더욱 다부지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오전 11시 께 유가족 30여 명은 인사동 사거리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도로에 고착돼 밤을 지샜다. [출처: 김용욱 기자] |
▲ 광화문 방향 인도로 가려는 유족들을 필사적으로 막는 경찰들 [출처: 김용욱 기자] |
1박2일 범국민 철야농성단은 2일 오후 이틀 간의 농성을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경찰은 인사동사거리에 유가족을 고착해 시민들과 분리시켰다.
2일 새벽 2시 30분 경 경찰은 인사동사거리에서 농성하던 참가자들을 인도로 밀어내는 한편, 도로와 인도 위에 남아 해산을 거부하던 세월호 가족 50여 명을 고착시켰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경찰은 오전 11시 농성단이 청와대 반대 방향을 통해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가면 유가족들이 인도를 통해 청와대 방향인 광화문 인도를 통해 갈 수 있도록 약속했다. 그러나 농성단이 이동하자 경찰은 말을 바꿔 유가족 역시 청와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라고 강요해 유가족과의 대치는 2일 오후 2시경까지 계속됐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차는 다 막히고 지나는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우리를 욕했다”며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도 누구하나 와서 말리는 경찰이 없었다”고 분개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이 길을 내려고 시도할 때마다 캡사이신을 쏘며 제지했으며 결국 2시 20분 경 유가족 모두를 인도로 밀어냈다. 유가족들은 강하게 항의하다가 청와대 반대 방향으로 광화문을 향해 나섰지만 여기서도 경찰은 방패로 고립시키고 이동을 제지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철야농성단은 광화문 광장에서 유가족을 기다리면서 경찰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유가족 행진 보장을 촉구했다.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평화롭게 행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최루액 섞은 물대포를 바닥이 하얗게 되도록 퍼부었다”면서 “말하고 모이고 행동할 자유, 추모할 자유, 진실을 요구할 자유 등 당연한 권리들이 아무렇지 무너지고 있지만 최루액에 맞섰던 그 힘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 진실을 밝히자”고 제안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우리가 폭력 경찰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차벽을 넘기 위한 또 다른 결의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찰은 1일 저녁 9시 경부터 서울 인사동사거리에서 1박2일 범국민 철야농성에 참여한 참가자들에 대해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최루액, 고농도 캡사이신을 탄 물대포를 살포해 다수의 부상자를 냈다.
특히 밤 11시 경부터 약 40-50분 동안 참가자들에게 고농도 캡사이신 물대포를 집중적으로 쏘아 참가자 다수가 기침, 호흡곤란, 구토, 화상과 같은 통증을 호소했고 물대포 압력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다수가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또 범국민 철야농성단 약 40명을 체포했으며, 농성단이 이용한 음향차를 압류하고, 음향차를 운전했던 세월호 가족도 연행했다.
한편, 2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긴급논평을 내고 “세월호 추모 집회에 대한 과도한 경찰력 사용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청와대 앞 세월호 시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경찰은 유가족들에게 캡사이신을 직격으로 발사해 유가족들이 눈을 씻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김용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