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도 “성소수자 차별하는 성교육안” 우려

휴먼라이트위치 “성교육 표준안 국제 기준에 역행”

  성소수자, 교육 단체에서 지난 4월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성교육 표준안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든 모습.

교육부가 지방 교육청과 일선 교육 현장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성교육에서 다루지 말라고 성교육 표준안 연수지침을 내려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가운데, 국제인권단체에서도 한국 정부의 성교육 표준안이 성소수자를 차별한다고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한국 등 90여 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지난 1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이러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하고, 지난 3월에는 일선 교육 현장에 성교육 표준안 교육에 대한 연수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에 동성애,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일절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연수자료를 통해 청소년의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고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동성애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려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에서는 교육부가 성적 지향으로 고민하는 청소년 성교육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한 것이라고 비판해온 바 있다.

휴먼라이트워치 또한 황우여 장관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빠진 성교육 표준안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성교육을 권고하는 국제사회의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성소수자를 비롯한 청소년들의 교육권, 정보권, 건강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엔인구기금에서는 2014년 발간한 「포괄적 성교육을 위한 운영 지침」에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로 타인을 대할 때 성별, 민족, 인종,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존중, 수용, 관용, 공감하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성교육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 모든 영역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1990년 9월 발효되고 한국이 1991년 11월 비준한 바 있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는 당사국과 서명국의 의무로 “사춘기 소년 소녀들에게 학교의 안팎에서 자신의 건강과 발달을 보호하고 건강한 행동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되어야 하고, 그들이 이로부터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는 이에 근거해 2014년 11월 「성소수자 아동에 대한 차별 근절에 대한 입장서」에서 아동권리협약 비준, 서명 국가에 “(학교에서의 차별을 포함하여)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기반을 둔 차별에 대해 보고하여야 한다”라며 “건강권을 실현하는 노력에 대한 보고에서, 서명국은 관련된 성소수자 건강 교육 및 서비스 내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0년 발간한 「성 건강 프로그램 개발: 행동을 위한 틀」에서 “성 건강은 (성,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 섹슈얼리티에 대한 폭넓은 이해 없이 정의되거나, 이해되거나, 가능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교사 성교육 연수 과정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휴먼라이트워치는 “(한국 정부가) 표준안에 동성애를 명확하게 포함하지 않은 결정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하며 한국 정부에 성교육 표준안 이행과 교사 연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보건 전문가, 인권전문가와 협의해 성교육 표준안을 개정하는 한편, 청소년 성소수자를 보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공무원의 의무를 규정하는 등 학교 내 성소수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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