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노동자 자살...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20명 넘어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등 비슷한 양상

노조탄압과 정리해고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 일주일 만에 투쟁사업장 노동자 3명이 연달아 사망하면서 노동계도 비상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조탄압과 해고, 비정규직 신변 비관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만 20명 이상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정리해고, 노조 탄압 등에 시달리던 노동자들 잇따라 사망

지난 10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양우권 이지테크 분회장이 자택 근처 야산 산책로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2006년 노조가 설립된 후 노조탄압이 시작됐고, 고인은 대기발령과 2차례의 해고, 2차례의 정직 등에 내몰렸다. 그는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3년 만에 복직을 하기도 했지만, 회사는 그를 현장으로 복직시키지 않고 광양제철소 밖에 있는 사무실 책상 앞에 대기시키며 1년간 CCTV로 감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양 분회장은 유서를 통해 “지회장을 위시해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십시오. 멀리서 하늘에서 연대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인 이지테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그룹 계열사다. 양우권 열사는 유서에서 박지만 회장을 언급하며 “당신은 기업가로서의 최소한의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1일에는 대규모 정리해고 사업장 하이디스의 전 노조 간부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경찰은 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 배재형 전 지회장이 설악산 한 야영장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배 전 지회장은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하이디스는 공장폐쇄와 먹튀, 대규모 정리해고 등의 논란을 일으키며 ‘제 2의 쌍용차’로 알려진 사업장이다. 지난 2007년 대만기업인 이잉크사가 하이디스를 인수했으나 이천공장에 대한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를 회피해 왔고, 올 1월 공장폐쇄와 직원 377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지난 4월 1일 공장폐쇄가 이뤄진 후, 회사는 현재까지 4차 희망퇴직 공고를 낸 상황이다.

5월 7일에는 부산의 대표적인 막걸리 ‘생탁’을 생산하는 부산합동양조 노동자 진 모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탁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370일 넘게 파업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노조와 시민사회는 노조탄압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인은 긴 시간 파업에 참여하며 생계곤란과 스트레스, 건강악화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노동자 자살...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20명 넘어

노조탄압, 정리해고 사업장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노동계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전후해 열사정국을 맞았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극단적 선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노조탄압과 비정규직 신변비관, 스트레스 등으로 죽음을 선택한 노동자는 20명에 육박한다.

2012년 대선 이틀 뒤인 12월 21일, 대규모 정리해고 사업장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조합원이 노조탄압 등을 비관해 자살했다. 하루 뒤인 22일에는 이운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초대조직부장이 잇따른 노동자 사망에 충격을 받아 투신자살했다. 크리스마스인 25일에는 해고 기간 쌓인 부채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호일 한국외대지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기연 외대지부 수석부위원장도 지부장의 빈소를 지키다 쓰려져, 이튿날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1월 19일에는 서울지하철 6호선 기관사로 일하던 도시철도노조 조합원 황 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열악한 기관사 처우로 스트레스성 장애 소견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같은 달 28일에는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윤주형 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현장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해고돼 복직투쟁을 벌여왔으나, 복직이 더뎌지며 스트레스와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노조탄압,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사망은 비슷한 형태로 이어졌다. 같은 해 4월 14일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촉탁직으로 전환된 후 계약만료된 공 모 씨가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16일에는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분회 김 모 조직부장이 공장 안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7월 15일에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부당징계에 항의하며 연탄불을 피워 자살을 시도한 사건도 있었다.

10월 18일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정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과 노조는 고인의 사망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악질적 노무관리 등에 따른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듬해 9월 18일,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송 모 씨도 비슷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반복됐다. 같은 해 4월 4일에는 철도공사 마산신호제어사업소에서 전기원으로 근무하던 철도노조 조합원 조 모 씨가 강제전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2013년 11월 29일에는 또 한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김 모 조합원은 2011년 정리해고 후 현장에 복귀하지 못한 채 휴직자 생활을 해오다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맸다. 10월에는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 최종범 씨가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음해 5월 17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분회장이었던 염호석 씨가 노조탄압으로 괴로워하다 자살했다. 같은해 7월 19일에도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광안센터에 근무하던 IT수리기사 정 모 씨가 노조활동을 끝까지 하지 못한 처지와 저임금으로 인한 생활고를 토로하며 자살했다.

회사 청산으로 직장을 잃은 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자 양 모 씨도 2014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는 전북지역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 진기승 조합원이 국기게양대에 목을 매고 1층으로 투신해 사망했다. 고인은 3년간 해고자 생활을 이어오며 생활고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9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초단기 쪼개기 계약과 지속적인 성추행에 시달리다 자살했고. 11월에는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이만수 씨가 강제전보와 입주민의 괴롭힘 등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2월 16일에도 금호타이어지회 김재기 대의원이 도급화 철폐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다.

김혜진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정책팀장은 “자본의 노동탄압은 사회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폭력행위지만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자본의 잔인함에 무감각해지고 노동권의 침해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이를 지적하는 사회적인 지지나 여론도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립된 노동자들은 절망을 느껴 죽음을 택하기도 하고 자신의 죽음이 돌파구가 되길 바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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