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거리 상담이 ‘쓰레기 유발’ 행위?

경찰, 반말과 고압적 태도로 "쓰레기 수거해서 갖고 와"

지난 8일 오후 9시 30분경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서울역 광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거리 홈리스들에게 다가가, 보온병에 담아온 차와 단체에서 제작한 ‘홈리스뉴스’ 신문을 나누며 거리 상담활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이 활동가는 얼마 전 며칠 치의 건설직 일당을 받지 못했다며 토로하는 홈리스 한 명과 상담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때, 서울역 파출소 소장을 비롯한 경찰, 서울역 특수경비용역 등이 다가와 이 활동가와 거리 홈리스를 에워싸며 “차를 나눠줄 때 사용하는 종이컵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한다”며 상담활동을 중단시켰다. 이 활동가는 “사용 후 종이컵을 수거하겠다”며 누차 항의했지만 파출소장은 “수거된 쓰레기를 파출소로 갖고 와 검사받으라”며 ‘월권’을 행사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쓰레기를 치우는지 감독하겠다며 이들을 쫓아다녔고, 결국 이 상태로는 상담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활동가와 홈리스들은 술자리에 있던 과자봉지 등을 한곳으로 모아 쓰레기를 수거하여 경찰들에게 확인시켜야 했다. 그제야 경찰은 자리를 떠났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활동가는 “이건 일개 해프닝이 아니라 거리상담 활동을 쓰레기 유발 활동으로 치부하는 경찰의 무지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홈리스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쓰레기로만 보는 경찰의 무지몽매함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라고 질타했다. 또한 그는 이 과정에서 경찰이 홈리스와 자원활동가들에게 반말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증언했다.

이 활동가는 “현재 서울역엔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명의범죄, 요양병원 유인입원과 같은 범죄가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면서 “경찰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광장 청소를 할 게 아니라 이러한 기본적인 치안 업무부터 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홈리스에 대한 경찰의 이러한 행태는 예전부터 빈번했다는 것이 홈리스, 빈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파출소는 지난해 3월 “노숙인 관련 범죄 감소 유도와 공공질서 확립”이라는 목표로 민경협력 치안협의회를 구성한 바 있다. 하지만 홈리스행동은 실제로 치안협의회에서 “쓰레기 청소를 명분으로 (홈리스가) 거리에서 머무는 행위를 제재하고 불심검문을 무기로 홈리스들에 대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권력 집행이 최근엔 홈리스에 대한 노골적인 폭력과 통제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홈리스에 대한 폭압적 경찰행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13일 경찰청 앞에서 열렸다. [출처: 비마이너]

이에 홈리스행동 등은 13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 홈리스에 대한 경찰의 직무집행이 도를 넘어섰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2개월간 거리 홈리스로 생활해 온 최아무개 씨(60세)는 “얼마 전 서울역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발로 차이고 두들겨 맞아 생 발톱이 빠졌다. 이게 민주 경찰이 할 짓인가.”라며 “정부는 이런 사람들(홈리스)을 흡수할 수 있는 복지는 취하지 않고 거리에 나앉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만 탓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신훈민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변호사는 “법은 사람이 아니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의 직무 수행은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1조에 있는 이야기다”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경찰청 생활안전과장과의 면담에서 물의를 일으킨 서울역 파출소장을 면직 처분하고 책임자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은 사실관계 확인 후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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