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 누명 씌우기, 의료급여 벼랑 끝으로 내몬다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결국 '아픈 게 죄'?
시장화된 의료의 '과다 공급' 통제 필요성 제기되기도

서울 수유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뇌병변장애인 김형식 씨(가명)는 2년 전 화장실에서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 이 때문에 인근 병원에서 두 달 넘게 입원 생활을 해야 했다. 두 달째부터는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없어 고령의 부모님과 지인들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나마 의료급여의 혜택을 받아 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씨와 같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부가 ‘복지재정 효율화’를 내세우며 복지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고, 이 중 의료급여도 주요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중복된 의료급여 체계, 수급자들의 과잉 진료 등으로 인한 복지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인데, 사실상 ‘가난한 환자’들을 향한 대대적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난할수록 건강 나쁘다는 ‘상식’ 무시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과제>를 보면 의료급여와 관련하여 △의료급여 장기 입원자 관리 강화 △경증질환자 종합병원 이용 관리 강화 △주거목적 요양병원 장기입원자 관리 △보훈병원 장기입원환자 입원료 체감비 및 고엽제 환자 진료비 본인부담제 도입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본인부담금 지원을 목적으로 월 6000원씩 지급되던 건강생활유지비를 장기 입원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수급자가 감기 등 52개 경증질환으로 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약제비 본인부담금을 500원으로 묶어 두었던 것을 정률제로 조정한다.

또한 정부는 수급자 중 요양병원 입원 필요성이 낮은 장기 입원자에게 퇴원과 양로시설 등 주거시설 입소를 유도할 방침이다. 보훈병원 장기 입원자에게는 ‘입원료 체감제’ (입원료 90%만 지원)가 적용되며, 고엽제 환자,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 등에 대해서는 진료비 20%를 본인부담제로 도입한다. 이러한 내용은 오는 9월 『의료급여법』 시행령, 관련 고시 등 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 서비스'를 통해 의료급여 수급자들에게 보내겠다는 알림문 예시. (출처: 보건복지부)

정부 측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비가 과다한 것을 수급자의 과잉 진료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4년 기준 건강보험 가입자의 1인당 의료비는 약 108만 4000원인 반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비는 약 361만 1000원으로 약 3배가량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가난할수록 건강이 좋지 않다는 상식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건강보험 가입자와의 의료비 차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나쁜 건강 상태로 더 많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발간한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방안 연구’에 의하면 2011년 저소득계층의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유병률이 각각 45.5%, 14.2% 수준으로, 전체 평균 각각 23.7%, 8.4%보다 1.7~1.9배 높았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복합만성질환 위험도가 약 1.47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쇼핑’에 중독된 의료급여 수급자?

이러한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공격은 200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 사례로 수급자들이 수백 장에서 수천 장 이상 파스를 처방받으며, 어떤 수급자는 한 해 1만 3699장을 처방받았다고 그 심각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정부 돈으로 ‘의료쇼핑’을 즐기고 있다는 비난을 한 셈이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는 2007년 개정 <의료급여법>을 시행하면서 의료급여에 제한을 가했다. 구체적으로 기존에 본인부담금이 적용되지 않았던 의료급여 1종(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 중 노동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해 의원 1000원, 병원 1500원, 종합병원 2000원, 약국 처방전 500원 등 본인부담금을 부과했고, 앞서 논란이 된 파스는 급여 항목에서 제외했다.

이와 동시에 의료급여 수급자를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져, 2008년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차상위계층을 의료급여 2종(수급자 중 노동 능력이 있거나, 최저생계비 120% 이내의 차상위계층)에서 건강보험으로 전환하고, 2009년에는 차상위계층 만성질환자와 18세 미만 아동을 건강보험으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희귀난치성 질환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대신 환자 가족에 대한 의료급여 1종 자격은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7월부터 의료급여 과다이용이 예상되는 사람에게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지난 3월 24일 발표한 ‘알림 예시문’을 보면 “귀하께서 사용하신 총 진료비는 000원이며, 이 중 정부가 000원을 지원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해 “참고로 의료급여 수급권자 평균 진료비용은 000원입니다. 귀하께서는 특정 상병의 의료 이용량이 매우 높아 적절한 관리가 요구됩니다”라고 사실상 의료 이용을 자제할 것을 압박했다. 또한 “의료급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정부는 재정 지출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및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사실상 수급자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방향은 의료서비스 이용이 절실한 빈곤층을 더욱 옥죄고 의료 사각지대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수급자들이 의료급여를 받더라도 소득이 낮아 본인부담금을 부담하기는 어렵다. 수급자들의 병원 이용이 방만하다 보는 것은 억지스럽다”며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의료비가 걱정돼서 몸이 아파도 치료 받을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비급여 항목 진료가 필요한 진단이 나올까 봐 아예 진단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라고 의료급여 수급자의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의료급여의 사각지대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발간한 이슈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절대빈곤선 이하로 살아가고 있는 인구 중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인구가 2006년 250만 명에서 2013년 300만 명 수준으로 50만 명이나 늘었다. 비슷한 시기인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의료급여 수급자 수 또한 185만 명에서 145만 명으로 40만 명이나 줄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근거).

시장화 된 의료서비스가 더 문제... ‘과다 공급’을 통제해야

김 사무국장은 의료급여 의료비 증가는 오히려 시장화 된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 사무국장은 “의료급여에서 의료비 지출이 많은 원인은 민영화된 의료 체계에서 성과제나 과도한 의료행위별 수가를 통해 경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데 있다”며 “공적 영역에서 생산자에 대해 규제하지 않고 수급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는 과도한 의료비 문제를 고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 등이 조사 연구를 수행한 결과(보건정책학회지, 2014)에서도 이런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의료 공급자의 유인행태로 인한 ‘병원 입원·내원일수’ 증가가 174%에 달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보건의료제공자는 의사-환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하여 환자의 최선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수요를 야기하는 비합리적 대리인으로 행동할 경제적 유인”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해당 연구는 또 정부의 의료급여 개선책이 본인부담제 도입, 대상자 선정 및 자격관리체계 정비 등 주로 수요자 측면에서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중심인 반면 공급자 측면에서의 통제 방안은 소극적인 방안에만 그쳤다고 지적하면서, 의료 공급자의 경제적 목적을 위한 과다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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