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갈코리로 갑을오토텍 금속노조 쟁의행위 방해

사측 “선전물 철거해야”...노조파괴로 연이어 폭력사태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이 금속노조 파괴 목적으로 신입사원으로 위장해 갑을오토텍에 입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기업노조 측이 15일 칼 갈코리 등으로 금속노조의 선전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측 간부 2명이 부상당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성명을 내고 “지회는 적법하게 절차를 거쳐 올해 임금교섭 관련 쟁의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선전물을 부착한 것”이라며 “갑을상사그룹과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 용병을 동원한 금속노조의 쟁의행위 방해, 파업 파괴 책동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기업노조, 칼 갈코리로 곳곳 다니며 금속노조 선전물 일방 철거
금속노조 2명 부상...사측 “게시판 외 선전물 철거해야”


지회의 성명과 사진, 복수의 관계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기업노조 위원장 성모 씨를 비롯해 10여명은 점심시간 직후 1층 사내 휴게실에서 모여 칼 갈코리 등을 직접 만들고 근무시간인 오후 1시 5분경 현장 곳곳을 다니며 금속노조의 현수막, 대자보 등 선전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출처: 갑을오토텍지회]

[출처: 갑을오토텍지회]

[출처: 갑을오토텍지회]

동영상도 확인한 결과, 기업노조 사무장인 김모 씨가 현장에서 ‘집합’이라고 외치며 칼 갈코리로 금속노조의 선전물을 일방 철거하자 기업노조 측 관계자 수명이 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 금속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 등은 김씨가 전직 경찰 출신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출처: 갑을오토텍지회 제공 동영상 캡쳐]

이대희 갑을오토텍지회장은 “기업노조 측은 1시40여분까지 공장을 돌아다니며 지회의 쟁의행위를 방해하고 폭력을 유도했다”면서 “일하던 조합원들이 ‘무슨 행동이냐’며 막으니까, 김씨는 ‘회사가 시켰다’며 선전물을 계속 훼손했다. 다수의 조합원이 김씨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기업노조가 선전물을 일방 철거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지회 간부 박모 씨가 칼 갈코리에 찔리고, 최모 씨도 허리와 오른쪽 팔을 다치는 부상을 입어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회는 기업노조의 이날 쟁의행위 방해 행위가 ‘회사와 기업노조가 공모한 합작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업노조의 행동이 근무시간에 이루어졌다는 점, 이날 사건 직후 사측이 ‘선전물 철거’ 요지의 기업노조와 같은 주장을 펴는 공문을 지회에 보낸 점 등을 들었다. 지회는 “노조파괴 용병들이 현장에 난입해 이 같은 행위를 한 시각은 업무시간 중으로 사측의 지시 및 공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에 사측은 15일 본지와의 취재에서 “기업노조 측의 행위가 근무시간에 이루어졌는지는 현장에 없어 모른다”면서 “오늘 사건은 회사가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으며 기업노조에서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 노무담당 부장은 이어 “기업노조가 금속노조가 현장에 붙인 선전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측은 오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해 노조 양측에 모두 선전물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에 게시판 외에 다른 곳에 선전물을 부착하는 행위는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의 이 같은 주장은 노조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부당노동행위’라고 노측 변호사는 전했다. 새날법률사무소의 김상은 변호사는 “노조가 쟁의행위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선전물을 사용할 지를 회사가 정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쟁의행위 기간 중에 회사가 허가한 장소에만 선전물을 부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사측의 이 같은 주장은 마치 ‘기업노조가 금속노조의 선전물을 일방 훼손하고 철거한 것이 정당했다’고 옹호하면서 ‘향후 사측이 선전물을 철거하겠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쟁의행위 방해로 부당노동행위다”고 주장했다.

한편,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측과 위원장 성씨는 15일 모두 전화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사, 노조파괴 책임 안지고 노조 간 갈등으로 몰아?
“노동부와 검찰·법원 늦장 대응이 폭력사태 빌미 줘”


지회는 이날 사건을 포함해 신종 노조파괴 의혹이 제기된 이후 갑을오토텍에선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으며, 사측이 노조 간 갈등으로 몰아가는 꼼수를 부린다고 15일 성명에서 주장했다. 지난 4월 30일 금속노조 간부와 조합원 10여명이 신입사원들로부터 폭행당한 데 이어 5월 8일과 21일에도 폭력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지회는 “사측은 임금교섭에 나오지도 않고, 신종 노조파괴 의혹에서 벗어나려고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마치 모든 부당노동행위가 노조간 갈등으로 보이도록 수작을 부린다”면서 “현재 갑을오토텍 현장을 활보하며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은 회사가 노조파괴를 위해 모집, 고용한 신입사원들이며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부와 검찰·법원의 늑장대응이 폭력사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사측과 폭력을 일삼는 노조파괴 용병들의 이력과 명단을 낱낱이 공개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지회장은 선전물 일방 철거 등 지회의 쟁의행위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선 “선전물 손괴행위와 폭력행위 등 형사 고소할 것”이라며 “또, 회사나 기업노조가 지회의 쟁의행위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법률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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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

    저 칼 들고 다니는 분.. 불쌍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