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퀴어퍼레이드 금지 안 돼”...행진 예정대로

조직위 “성소수자 목소리 보장 의미 담은 것” 환영

퀴어퍼레이드가 28일 서울시청광장 부근에서 예정대로 열릴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서울지방경찰청(아래 서울시경), 남대문경찰서(아래 남대문서)의 퀴어퍼레이드 금지통고 집행을 정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직위에서 경찰의 옥외집회금지통고에 반발하며 지난 2일 서울시경 앞에서 퀴어퍼레이드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서울행정법원 13부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가 서울시경 등이 지난달 30일 내린 옥외집회금지통고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에 대해 16일 조직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직위는 집행정지 신청에 앞서 옥외집회금지통고 취소 신청도 함께 낸 바 있으며,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옥외집회금지통고 취소 신청의 1심 선고 전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조직위 측 소송대리인은 옥외집회금지통고 취소 신청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재판이 신청 이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열리므로, 사실상 경찰 측의 금지통고는 효력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경 등은 지난달 30일 퀴어퍼레이드 옥외집회금지통고 사유로 청계로 등지의 행진 구간을 두고 조직위보다 먼저 신고한 3개 단체와 경합해 충돌이 예상되고, 주요 도로인 청계로 등지의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장소에 목적이 다른 두 개 이상의 집회가 열려 충돌이 우려되면 후순위 집회 신고를 취소할 수 있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 8조 2항, 교통 소통을 이유로 주요 도로에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같은 법 12조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지난 판례를 인용해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며, 집회의 금지는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경찰 측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조직위가 지난달 29일 서울시경 집회신고 1순위로 인정되므로 집시법 8조 2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조직위가 서울시경에 지난달 29일 00시 00분에 집회를 신고한 뒤, 다른 집회 신고자인 송아무개 씨가 남대문서에 지난달 29일 00시 01분에 동일 장소에 집회를 신고했다는 경찰 측 사건 기록을 들었다.

같은 법 12조에 대해서도 집회,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할 경우 집회나 시위를 금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100여 명을 질서유지인으로 배치하기로 한 조직위의 계획이 있으므로 금지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경찰이 집시법 12조 2항에 규정된 대로 집회신고자와 교통 소통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진 인원, 노선, 시간, 방법 등을 협의한 바 없으므로 금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금지통고가 계속 유지될 경우 조직위가 2000년부터 매년 퀴어문회축제를 개최해왔고, 올해 16회 퀴어문화축제도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왔음에도, 취소 소송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결과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긴급하게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법원의 결정을 두고 강명진 조직위 위원장은 “이번 법원의 결정은 경찰의 부당한 집회신고 금지통고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으로, 성소수자가 민주국가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퀴어문화축제가 지난 15년간 이어온 사회적 소통방식인 거리 행진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장서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 위원장도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과 집회 및 시위의 사전금지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집시법에 근거한 당연한 결정이며, 성소수자들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평등권을 존중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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