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국내 첫 동성혼 소송 시작

“소송 제기, 동성애자들이 겪는 고통 고려하면 오히려 늦었다”

“동성 커플의 희망은 비난 속에서 외롭게 살거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의 하나로부터 배제되는 게 아니라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하는 것이다. 헌법은 그 권리를 이들에게 보장해야 한다.”

지난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동성 커플의 결혼을 ‘권리’로서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날 미국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 전역은 ‘무지개색’으로 물들었다.

이러한 모습이 국내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까. 즉, 한국에서도 동성 커플이 법적 부부가 될 수 있을까. 그 역사적 첫발을 내딛기 위해 한국에서도 ‘동성 결혼’ 첫 소송이 시작됐다.

주인공은 지난 2013년 공개결혼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씨.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9월 7일, 청계천에서 양가 부모님들과 20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이들은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12월 13일 서대문구청은 이들의 혼인이 민법상 규정한 ‘혼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리를 거부했고, 이에 두 사람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국내 첫 동성혼 소송 심문기일이 6일 오후 3시 서울서부지법(이기택 재판장)에서 열렸다. 이번 소송을 위해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아래 희망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50여 명의 변호사들이 소송대리인으로 함께했으며, 소송대리인단 주심변호사는 류민희 희망법 변호사가 맡았다.

  2013년 공개결혼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씨의 국내 첫 동성혼 소송 심문이 6일 오후 3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소송 심문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내용을 알리고 있다.

# 변호인단 “소송 제기, 동성애자들이 겪는 고통 고려하면 오히려 늦은 감 있어”

이번 심문기일은 가족관계등록 비송사건(당사자의 대립이 없는 비분쟁성 사건)이기에 절차상 비공개 심리로 진행됐다. 심문은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신청대리인 측의 모두진술, 전문가 참고인에 대한 변호인단의 질문을 통한 심문, 소송당사자에 대한 당사자 심문, 신청대리인 측의 최후진술로 진행됐다.

이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의 혼인규정은 헌법의 틀 안에서 그 의미가 획득되어야 한다”면서 “민법에는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만을 혼인으로 인정한다는 법 규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교수는 “동성애 혹은 동성 간의 혼인문제는 전통이나 관습법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라 그런 현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법 규율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다양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드러난 오늘날 “법원은 이 사건을 통하여 이러한 법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후진술에서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동성애자들이 혼인법 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당함으로써 겪는 고통과 박탈감을 고려하면 신청인들이 제기한 이 사건 신청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라면서 “법원은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과거의 오류와 편견에서 벗어나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는 한편 성소수자가 받아 마땅한 법적 보호 영역을 해석하고 발견해 내야 할 시대적 책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 김조광수 “내가 죽기 전에 우리 관계 인정해달라” 눈물

소송이 끝난 직후인 오후 5시 30분, 법원 앞에선 이번 소송을 준비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소송의 당사자인 김조광수·김승환 씨를 비롯해 이번 재판에 참여한 변호인단은 가슴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의 법원 모양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 씨는 눈물을 쏟으며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발언하던 중 눈물을 쏟은 김조광수 씨

“작년에 김승환 씨와 대만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리미티드 파트너쉽(Limited Partnership, 2014)’이라는 미국 다큐를 봤습니다. 미국에 사는 게이 커플이 동성 결혼 후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우리처럼 소송을 진행한 과정을 담은 다큐였습니다. 두 사람은 무려 38년을 법정에서 싸웠습니다. 201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그들이 속한 주(州)에서 ‘동성결혼이 불법이라는 주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38년 만에 합법적인 부부가 될 수 있었는데, 너무 애석하게도 당사자 중 한 분이 2012년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다큐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돌아가기 전까지) 37년을 법정에서 싸웠는데 결국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한 분은 세상을 떠난 겁니다.

...그걸 보면서 그냥 내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37년이 걸리면 어떡하나. 전 올해 만 50살입니다. 37년이 걸린다면 87살이 될 수 있습니다. 호모포비아들이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들보다 30년 일찍 죽는다고 합니다. 근거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에게 남은 생은 얼마 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법정에서 판사님께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제발 부탁한다고. 제발, 내가 죽기 전에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37년은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더 이상 우리 관계를 법정에서 배제시켜주지 말아 달라고.”


이를 지켜보던 김승환 씨 또한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울음을 삼키며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22번째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나라가 되길, 전향적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면서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성애적 관계만이 아닌 복합적이고 헌신적인 관계다. 부모님이 그러하였듯, 저 역시 그런 관계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곽이경 민주노총 대외협력부장은 최근 민주노총이 동성 배우자에 대한 가족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자신 또한 성소수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충을 토로했다.

곽 씨는 “민주노총은 최근 규약을 개정했다. 사무총국과 지역본부 사무처 활동가 중 동성 배우자에 대한 가족수당을 주기로 한 것이다. 왜냐하면 성소수자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사람이 있기에 제도를 고치고 새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곽 씨는 “제 예전 파트너는 병원 신세를 많이 졌다”면서 “내가 실질적인 보호자였고 각종 치료를 결정하고 돈을 냈지만 병원은 내게 의료기록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망 후 각종 절차에서도 배제됐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도 어김없이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이 나타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 바깥에선 바른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등 성소수자 혐오집단들이 “서구사회는 왜곡된 성문화를 정상이라고 가르치는 타락의 길로 가고 있다”면서 “남자며느리, 여자 사위 반대한다”고 외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소수자 단체와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을 소극적으로 제지하기도 했으나 이들의 고성은 이날 소송을 마친 이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지속됐다.

  2013년 공개결혼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씨의 국내 첫 동성혼 소송 심문이 6일 오후 3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법원에서 나오는 김조광수·김승환 씨.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법원 배지를 내보이는 김조광수 씨. 이날 소송 당사자인 김조광수·김승환 씨를 비롯해 재판에 참여한 변호인단은 가슴에 무지개색의 법원 모양 배지를 달고 재판에 참여했다.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 바깥에선 바른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등 성소수자 혐오집단들이 “남자며느리, 여자 사위 반대한다”고 외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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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판대앞에

    동성애는 자기애성 변태성향입니다.
    동성은 친구의 대상이지 성의 관계로 창조주께서 만들지 않았습니다. 순리를 역행하는 죄 중에서도 아주 악질이며 돈으로도 어떤 선행으로도 죄값을 치를수 없는 것입니다. 성경에 분명히 하나님 왕국에 결코 들어가지 못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천국은 예수님을 믿는다고 가지 못하며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갑니다. 동성애자를 사랑하고 품어주어야 할 대상이지만 그 죄성은 경고하여야 합니다. 가정이 해체된다느니 에이즈병이 난립한다느니 이런것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동성애자를 정죄할 자는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동성애에 헤매지 말고 강한 감정몰입에서 헤어나오시길 바랍니다.
    이 땅에서 잠시 동성애 누리다가 영원한 영생복락을 누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 동물앞에

    동물들도 하지 않는....아무튼 짐승만도 못한 짓입니다. 어쩌다 자기통제불능이 되어....돌이키십시오. 빨간불일때 건너면 사망입니다. 동성애적 성향이 누구에게든 찾아옵니다. 필자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워서 발버둥치고 머리를 흔들고 정신을 차리려고 엄청 애썼습니다.
    너무도 그 바람이 강하여 통제하기 힘들었으나 분명한 것은 그 강세가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판단하고 빠져 나왔습니다. 동성애는 자기자신을 죽이는 자살행위입니다.

  • 질서

    영원히 사망 하는 길입니다... 동성애와 자살...

  • 시온의등불

    동성애의 죄는 자신을 죽이는 자살행위와 같습니다.
    마귀의 속삭임에 넘어 가서는 안됩니다.
    감정을 잘 다스리면 훌륭한 인격체가 되지만 감정의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면 사망입니다.
    저는 지옥을 본 사람입니다. 지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 세상끝자락에

    도덕과 윤리기준이 무너진지 오래입니다.
    선을 악하다 악을 선하다고 하는 가치기준의 혼동속에 우린 숨쉬고 살아가고 있지요.
    동성애자는 누가 뭐라고 하기전에 자신속에 있는 악마와 싸워야 탈출할 수있습니다.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오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는 줄로 압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아름다운 성을 허락하셨습니다. 아담에게 같은 남자를 지어주시지 않으셨고 여자를 지어 둘이 하나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순리를 역행하는 것은 자신의 눈을 찌르는 자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