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정치 운동 목적 안 된다”며 이주노조 신고 반려

노동부, "노조설립은 완화된 허가제로서 신고제...설립신고 반려 가능하다"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신고 반려 처분이 위법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왔지만, 노동부는 “이주노조의 경우 정치 운동을 목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부가 이주노조 설립 반려를 위해 이유를 끼워 맞춘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출처: 뉴스민]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조합원 명부의 제출을 요구하고···원고가 그 보완 요구를 거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7월 초, 이주노조가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고용허가제 폐지를 목적”으로 한다며 노조 설립신고서를 보완하도록 요구했다. 이주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노조 규약 일부를 수정했으나, 노동부는 같은 이유로 재차 보완 요구했다.

이에 이주노조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대구에서도 오전 11시 성서공단노조·경산이주노동자센터 등 20여 개 단체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27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조 탄압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뉴스민]

이들은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으로 지탄받은 고용허가제를 바꾸는 것과 반인권적 단속추방이 아닌 이주노동자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한 핵심적인 요구”라며 “매우 당연한 요구인데도 정치운동으로 해석하여 수정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밝혔다.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주노조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제약하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정치적 활동이라고 허가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은 “10년 전 이주노동자가 노동자성이 없다고 설립을 반려했는데 이제 와서 반려 이유를 바꾼다. 이유를 끼워 맞추는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스스로 합법적인 노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부의 처분은 앞으로 다른 지역의 이주노동자 설립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부는 “정치 운동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고, 노조설립과 관련해서는 “완화된 허가제로서의 신고제”라고 설명했다.

오영민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노조설립에 관한 법률은 신고제이지만 정확히는 완화된 허가제로서 신고제다. 일반적 신고는 행정관청에 신고하면 끝나지만, 노조설립 신고의 경우 심사해서 요건에 안 맞으면 반려할 수 있다”며 “이주노조의 경우 정치 운동을 목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 당시에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노조에 있어서 가입자격이 없다고 반려했다. 불법체류자는 노동법상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대법원 판결은 다르게 났지만, 판결만으로 불법체류자가 취업자격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연 단체들은 최기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절차에 맞지 않다”며 막아서 소동이 벌어졌으나, 오후 12시 30분 경, 양 측은 28일 면담을 갖기로 했다.

  27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뉴스민]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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