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성평등조례 성소수자 조항 삭제 요구...“성평등 훼손”

대전시 이어 여성부도 기독교 단체 눈치 보기

  성소수자, 여성단체 등이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의 성소수자 지원 조항 삭제를 요구한 여성가족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최근 여성가족부가 성소수자 권리를 명시한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 조항을 삭제하라고 대전시에 요구한 것에 대해 성소수자 단체 등이 성평등 정신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전시에서 지난 7월 1일 시행한 성평등기본조례는 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고자 모법인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여성발전기본법’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해 7월 1일 시행했으며, 대전시의회는 개정 법률 시행에 앞서 6월 19일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개정된 성평등기본조례에는 대전시장이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과 성소수자 지원 정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한국기독교언론회와 대전지역 보수 기독교 단체가 반발하자 대전시는 지난 7월 23일 조례에서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 내용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4일 양성평등기본법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도 대전시에 공문을 보내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에서 성소수자 지원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7월 29일 조례의 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바 있다.

공문에서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기본법은) 남녀가 함께 만드는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을 포함하거나 이를 규정하고 있진 않다”라며 “동 조례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성소수자와 여성단체들은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가족부를 규탄했다.

무지개행동은 공문 내용에 대해 “양성평등기본법과 성평등기본조례의 정신에 따라서 성소수자 또한 성에 기반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다른 이들과 동등한 주민으로서 이 법과 조례의 적용을 받는다”라며 “(조례의 성소수자 지원 조항은) 법과 조례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누군가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등의 상위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무지개행동은 “여성가족부의 주장은 양성평등기본법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면서, 정책의 대상에서 유독 성소수자만을 배제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성차별을 외면하고, 성평등 정책 대상에서 성소수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법과 조례의 정신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지개행동은 여성가족부에 “대전광역시에 성평등기본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성차별적 행위이며 성소수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차별적으로 대우하라는 지시이기 때문에 평등권을 침해한다”라며 대전시에 가한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전시에는 “부당한 압력에 맞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