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조항 사라진 대전 성평등조례 의회 통과

성평등→양성평등 용어 변경, 성소수자·여성단체 반발 예상

  7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배제하는 대전시성평등기본조례 개악저지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운동본부

보수 기독교 단체와 여성가족부의 요구로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삭제된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 개정안이 대전시의회를 통과했다. 대전시의 이러한 처사는 성평등을 훼손하고 성소수자 권리를 축소했다는 성소수자와 여성단체 등의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18일 제22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성평등기본조례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대전시가 지난 8월 12일 입법예고한 것으로, 16일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상임위 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에 처리된 조례는 성소수자 권리와 지원을 담은 조항을 삭제하고 성평등으로 표기된 기존 조례명과 조례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전지역 성소수자들과 인권단체 등은 지난 7일 ‘성소수자 배제하는 대전시성평등기본조례 개악저지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조례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16일 개정안이 상임위 회의를 통과했을 때에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과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국가인권위원회 법 등을 저버리고, 보수 기독교 단체에 굴복했다고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전여성단체연합도 17일 성명서에서 확장된 성평등 가치를 담았던 조례 내용이 다시 후퇴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민과 관이 협의의 과정을 거치고 지역적 여건을 반영하여 만든 조례를 일부 기독교 목회자들의 종파적 시각에 굴복하여 재개정을 졸속 추진하는 행위는 시와 시의회가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에 대한 비전과 실행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대전시와 의회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 성소수자와 여성단체의 우려에도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역 내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전시는 지난 7월 1일 시행된 개정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위임된 사항을 담고자, 같은 날 성평등기본조례를 개정해 시행한 바 있다. 양성평등보다 폭넓은 성평등을 지향하며 성소수자 권리 증진 조항이 포함돼 성소수자와 여성단체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곧바로 보수기독교 단체의 공격을 받았다. 양성평등기본법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에서도 8월 4일 조례의 성소수자 조항이 법의 취지와 어긋난다며 삭제를 요구한 바 있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