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광화문 등 도심 곳곳서 충돌

민주노총의 느닷없는 ‘집회해산’ 선언...한상균 위원장은 사과문 발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한상균, 민주노총)이 23일, 서울 정동 및 광화문 일대에서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 참여한 약 1만 명의 조합원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광화문 방향 행진을 시도했다. 경찰이 서대문과 광화문 일대에서 캡사이신을 살포하며 행진을 막아서면서, 노동자들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대가 경찰에 가로막히면서, 민주노총은 광화문 광장 집결 지침을 내렸지만 지도부가 곧바로 해산을 선언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상균 위원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총파업대회 실천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조직적 혼란에 대해 70만 조합원 동지들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여의도 국회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개악 저지 피켓시위를 벌였으며, 시위에 참가한 41명을 비롯해, 도심에서 시위를 벌인 조합원 5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민주노총의 느닷없는 ‘집회해산’ 선언...해산 후 경찰 캡사이신 살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과문 발표 “판단착오, 미숙한 대오 운영 사과드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9.23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약 1만 명의 참가자들은 집회 시작 전부터 경향신문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집회가 끝난 오후 4시 20분 경 부터는 광화문 방면으로 청와대 행진에 나섰다. 경찰은 광화문 흥국생명 앞과 서대문 역 앞 8차선 도로에 차벽을 설치하고 시위대의 행진을 막아섰으며,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에게 오후 5시 30분까지 광화문으로 집결한다는 지침을 내렸으며, 집회 참가자들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노사정위 사무실이 위치한 광화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광화문에 집결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곧바로 집회를 해산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회 해산을 선언했으며, 민주노총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막혀 6시 경 정리 집회 없이 해산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집회 해산을 선언한 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경찰과 시위대간의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이 전교조 및 공공운수노조 마무리집회 장소인 세종문화회관 앞 일대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반발이 일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캡사이신을 살포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시위대는 “민주노총이 집회를 해산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인도를 가로막고 캡사이신을 뿌렸다”고 비판했다. 충돌이 한 시간여 가량 이어지면서, 일부 산별연맹 간부들은 민주노총 측에 ‘민주노총이 집회 해산을 선언했는데도 충돌이 이어지고 있지 않느냐. 정확한 지침을 내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은 광화문 인도 및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병력을 배치하고 캡사이신을 살포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경찰이 취재 중인 한겨레신문 기자까지 연행을 시도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기자들과 경찰 간의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경찰에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방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으나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경찰이 연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충돌 끝에 오후 7시 경 최종 해산했다.

한편 집회가 마무리 된 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집회 과정에서의 판단 착오와 미숙한 대오 운영을 사과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에 맞선 투쟁전선 구축-강화에 복무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투쟁력 고양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타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광화문에 운집한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내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으로 대회를 마무리 한 것은, 보다 강력한 투쟁이 필요한 지금 시기에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저를 비롯한 전체 임원은 총파업대회의 혼란과 과오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나서겠다”며 “전술적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실행 역시 가장 조속한 시일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광화문 등 도심 곳곳서 충돌

이날 열린 총파업대회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나와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10~11월 총파업 총궐기 투쟁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쌍용차 정리해고로 많은 동지들을 하늘로 보낸 상주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겠나. 해고의 영혼이 망령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저성과자 퇴출제, 쉬운 해고, 일반해고가 무슨 말이냐”며 “살고 싶지 않은 이 세상에서, 노동자 민중들은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민주노총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역사적 사명을 받아 안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우리에게는 두 번의 결단의 시기가 올 것 같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면허증을 발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노예각서를 받으라고 한다”며 “어려운 조건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자. 11월 14일 농민, 빈민, 대학생들과 함께 노동자들을 조직하자. 공장, 물류, 사무, 병원을 박차고 야만의 정권을 갈아엎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오는 10월 15일 총파업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올 하반기 2천만 노동자와 박근혜 정권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다. 군사독재시절로 회귀하려는 정부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같은 투쟁이 필요하다”며 “공공운수노조는 10월 15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2천만 노동자의 선두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파업돌입 후 서울로 상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기완 홈플러스노조 위원장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며 “홈플러스 새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그동안 MBK같은 투기자본의 구조조정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나. 투쟁을 통해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환 한국GM비정규직지회장도 “얼마 전 21번의 쪼개기 계약으로 2년 20일간을 일한 계약직 노동자가 용기를 내 노조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노동개악으로 기간제 사용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면, 이 노동자들은 얼마나 더 노예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냐”며 “1천 800만 미조직 노동자들의 미래가 이 투쟁에 달려 있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 투쟁은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10월 ‘노동개악 가이드라인 분쇄 총파업 총력투쟁’을 진행하고, 11월 중하순 경 ‘노동개악 저지! 노동자 서민 살리기 6대 요구 쟁취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11월 14일에는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시민사회 등이 노동개악 저지 등을 내걸고 민중총궐기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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