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삼성'?, 새누리당의 전북교육감 공격이 아쉬운 이유

"여성에게 위험한 사업 노동 금지, 근로기준법에도 나와 있는데"

“최초 발단이 된 내용을 보면 겉으로 나왔던 이야기를 다들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한 말의 속 내용이 바르게 전달되지 않은 것들도 있어요”

전북의 한 마이스터고교 진로진학 담당 교사 A씨가 한 말이다. 그는 “김 교육감이 한 말을 기업이 안전을 담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좋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에서는 공격성만 드러내는 것 같아요”고 말을 이어갔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 8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북교육청이 ‘삼성 드림클래스 사업’에 협조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색깔론에 가까운 공격을 하자 그에 대한 반박 의견을 냈다.

그 과정에서 “약 3년 전부터 관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우리 전북 지역의 학생들을 취직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해 놓았다“는 발언을 하며 유해한 사업장에 보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김 교육감은 삼성이 교육 자선사업에 앞서 반도체 피해자 등 평생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먼저라는 의견도 밝혔다.

김 교육감의 이런 발언에 보수 언론들의 공격은 쏟아졌다. 김 교육감이 왜 3년 전부터 그런 지시를 했는지에 대한 배경 취재 보도보다는 ‘반삼성’, ‘반기업’ 정서를 밝혔다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보도의 후폭풍은 컸다. 한 보수적 청년단체는 김 교육감이 “취업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한민국 여당의 수장도 동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지난 9월 15일 전남 무안 전남교육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한 기자가 “김승환 전북교육감에 대한 사상 검증에 들어간 것 갔다”고 평한 이날 국감장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승환 교육감의 페이스북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다소 유치해 보이는 당시 질의응답을 들어보자.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김승환 교육감님, 휴대폰 뭐 쓰세요?”
김승환 전북교육감, “2G씁니다”

박 의원, “아니! 어느 회사?”
김 교육감, “삼성입니다”

박 의원, “노트북은 뭐 쓰세요?”
김 교육감, “삼성 씁니다”

박 의원, “나쁜 기업거를 쓰시네요”
김 교육감, “삼성이 나쁜 기업이라고 한 적 없습니다”

행정을 감시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국정감사지만, 그래도 국회의원들은 다르겠지라는 기대감이 무너지는 공방전은 이 후 몇 차례 계속됐다.

김 교육감의 3년 전 ‘취업 제한’ 지시 그 배경은?

이날 국감장에서 어느 누구도. 3년 전부터 어떤 이유로 김 교육감이 반도체 기업에 취업을 하지 말도록 했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의 노동 환경이 어떻기에 그랬는지 묻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반기업 정서’에 포커스를 맞췄고, 김 교육감은 ‘유해한 사업장에 취업을 보내서는 안 된다’에 포커스를 맞췄다.

기자는 김 교육감의 페이스북 발언 내용 중 ‘3년 전’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3년 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2년 6월, 한 여성노동자의 죽음이 여론에 회자됐다. 군산의 한 특성화고 3학년 졸업반이던 99년 삼성전자에 입사하고 겨우 6개월 만에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은 후 13년의 투병 생활 끝에 2012년 6월 2일 숨진 윤슬기(당시 31살)씨.

정치권과 노동계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고,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사업장에 대한 언전 조사와 산재와 관련된 법 제도 정비에 대한 요구가 올랐다.

당시 고인뿐만 아니라 이 학교 출신 여성노동자 3명도 두경부경계성종양, 다발성경화증, 백혈병 등 상성전자 반도체공장에 다니는 동안 희귀병에 걸려 투병 중에 있었다. 한때, 이 학교에서는 100여 명 이상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취업을 하기도 했다.

참소리가 반올림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살펴봐도 전북지역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들이 눈에 띈다. 지난 2014년까지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하는 동안 백혈병 등의 질병을 앓고 산재 신청을 제기한 이들은 62명. 이 중 출신학교가 파악된 이는 39명이다. 이들 중 군산과 익산, 전주 등의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 6명이 산재 신청에 동참했다.

비슷한 시기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몇 차례 산업재해율이 높은 기업에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일을 교육청이 나서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다음은 <교육희망> 윤근혁 기자가 2년 전 김 교육감의 ‘취업 제한’ 지시 동영상을 확보하고 발췌한 내용이다.

"KBS 파노라마에 나온 (삼성 반도체 회사에서 같이 일하다 백혈병으로 남편을 잃은) 분이 (전북교육청 소속) 군산여상 출신이다... (중략) 인생 망가지고 삶이 송두리째 빼앗기는 곳으로 학생들을 몰아넣어서야 되겠나. 이것은 교육자의 도덕성과도 관련된 것이다... (중략) 산업재해율이 높은 기업에 우리 제자들을 몰아넣는 일, 이제는 안 해야 한다." (2013년 8월 12일 김승환 교육감)

"특성화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반도체 관련 업체들에 취직을 시키는 것은 억제를 해야 하지 않겠나? 아이들 죽을 줄 빤히 알면서 취업률 높인다는 명목으로 사지에 몰아넣어서야 되겠나?" (2013년 10월 7일 김 교육감)


이 시기에는 군산여상 졸업반이던 2003년 말 삼성전자 천안공장에 입사하여 2011년 악성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한 여성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있기도 했다.

“유해·위험한 사업에 노동 금지, 근로기준법에도 나와 있어”

참소리가 만난 A교사는 특성화고도 수도권과 지방의 서열화가 존재한다면서 형편이 어렵고 당장 취업이 필요한 학생들이 반도체 공장과 같이 당장 취업을 할 수 있는 곳에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보니 지방의 특성화고 출신 여성노동자들이 반도체 공장에 취업하는 일이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반도체 공장의 안전 문제를 교육청에서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 A교사의 지적이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서는 임산부와 18세 이상의 여성이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장에서의 노동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65조(사용 금지) : 사용자는 임산부가 아닌 18세 이상의 여성을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 중 임신 또는 출산에 관한 기능에 유해·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근로기준법 109조 – 벌칙)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 40조(임산부 등의 사용금지 직종) 관련 별표 4
임산부가 아닌 18세 이상인 여자 : 2-브로모프로판을 취급하거나 노출될 수 있는 업무. 다만, 의학적으로 임신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여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브로모프로판은 유독 물질로 고용노동부에서 2013년 노동자에게 중대한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물질로 보고 특별관리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 물질은 생리불순과 같은 집단 생식독성 증상을 보인다. 실제로 지난 1995년 경남 양산의 LG전자부품공장에서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직업병 피해를 입은 이들과 비슷한 부품 세척작업을 하던 10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생식독성 증상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유해 환경유발 업체에 특성화고 학생들을 보내지 말라고 한 말들은 이처럼 법에도 명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의 질의가 아쉬운 이유다. 특히 교육 관련 상임위원회가 주관하는 감사였다는 점에서 유해 물질 작업 환경에 대한 논의는 보다 심도 깊게 처리되어야 했다.

그러나 박인숙 의원은 다음과 같이 김승환 교육감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학생들한테 취업을 할 때 어떤 회사를 가냐고 물어봐서 그 회사에 유해시설이 있는지 물어보고 가라고 하나요? 삼성 반도체는 나쁜 데라고 하셨잖아요. 유해시설이니까 학생들 가면 안 된다. 노조도 없다. 그러니까 그러면 학생들한테 어디에 취직해라 하면서 그 회사를 점검하고 가라고 하나요?”

사업장 내 안전은 뒷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질문이다.

이날 김승환 교육감은 논란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유해 물질을 다루는 현장에 학생들을 보내지 않도록 하는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반삼성’ 공격이 아쉬운 이유

이날의 국정감사 이후, 10월 2일 전북도청 국정감사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승환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전북 학생들의 취업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교육감의 발언으로 삼성의 새만금 투자도 불확실해졌다는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폈다. 그래서 범도민적 규탄대회라도 개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노근 의원은 10월 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김승환 교육감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재차 하면서 ‘김승현 교육감’이라고 잘못 부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삼성 반도체 관련 문제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사 사장의 대학 동기인 한 프랑스 경제학과 교수는 공개 서신을 통해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 이 교수는 삼성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희귀병 문제와 관련한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을 보고 서신을 작성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생산 기업 현장의 노동 환경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올림에 제보된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 현황에 따르면, 피해 제보자는 모두 327명이다. 이 중 124명이 사망했다.

특성화고 진로진학 담당 A교사는 안전한 작업 현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김승환 교육감의 발언에서 시작하여 국정감사까지 번진 ‘반삼성’ 논란이 아쉬운 이유다.

“반도체 기업의 공정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작업환경에 있다는 것을 교사들이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노동 현장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어떻게 투명하고 안전하게 유지할 것인지가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아쉬워요.”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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