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방해

감시, 지배개입도 다시 논란...우원식 의원 노동부 질타

한국타이어 회사가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의 근로자지위확인(불법파견) 소송을 방해한 정황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입수한 자료(한국타이어 노동자 정승기 씨 부당해고 법원재판에 제출된 A4 40페이지 분량의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과장과 팀장급 중간관리자 2명은 불법파견 소송을 준비 중인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을 2014년 5월 22일 대전시 모처에서 만났다.

이 자료에는 관리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자를 집요하게 회유하고 협박해 소송을 무마시키려고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슴없이 ‘소송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괴롭힐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일례로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 소송을 하면 “우리를 알고 지냈던 회사 사람들도 피해가 와요?”라고 묻자 관리자는 “좋지는 않겠죠. 회사를 공격하는데. 소송을 딱 했어. 그럼 소송했다고 그 분들이 엄청나게 소문을 낼 거예요. 그렇죠?”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관리자는 “만약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해 이겼다고 해도 조직이 많이 괴롭힐 거라고”라면서 소송당사자를 압박했다.

또, 관리자들은 현대차 최병승 씨 불법파견 소송을 언급하며 ‘설사 소송에 이기더라도 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고 벌금내고 말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현대차의 불법파견 불복 사례를 악용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중간관리자 과장 박씨와 팀장 김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현대차의 불법파견 불복 사례를 악용해 “벌금을 내며 된다”고 말했다. [출처: 우원식 의원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들은 “정승기 파가 (노조)대의원 선거에 내가 무지하게 노력 했음에도 그 쪽이 됐다”면서 노조 선거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것을 실토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소송당사자에게 회사가 해고자인 정씨를 복직시키지 않는 이유는 “(정승기)하고는 근무하기 싫은 거다, 다른 이유 아무 것도 없다”라거나, 정씨에 대해 ‘국정원 조사 받은 오리지날 빨갱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출처: 우원식 의원실]

정씨는 대법원에서 최종 부당해고로 판결했지만 회사가 재차 해고해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이다.

노동자 감시, 개별성향과 관리 대책 분석
“회사의 불법 행위, 조직적이며 심각해”


회사가 사내하청 노동자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회사에 비판적인 성향의 노동자를 특별히 관리한다는 문건(청룡 문건)도 추가로 나왔다.

회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중간관리자 포함 노동자 13명으로 구성된 회사 분임조의 하나인 ‘청룡’에 대해 우호적인 그룹과 관리 대상, 비우호적 그룹으로 실명 언급해 분류했다. “관리방침에 지극히 호의적인 인원으로 분류됨”, “지시를 상당히 싫어하며 마음을 닫고 있음” 등 노동자 개별 성향도 따로 분석했다. 더불어 “사내적으로 커피타임 등 주기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함”, “사외적으로 식사 모임(애로사항 청취) 등 주기적 관리가 필요함” 등 노동자 개별에 대해 관리방향을 적고 ‘○, △’와 같이 우호 정도를 분류했다.

[출처: 우원식 의원실]

우 의원은 이 문건이 회사에 비판적인 노동자가 노조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 선거에 개입한 의혹의 ‘2014년 한마음 행사 준비’ 문건과 매우 비슷하다고 밝혔다. 청룡 문건 역시 노조 활동 지배 개입, ‘부적응 사원’으로 통칭되는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관리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지난 해 한 언론은 회사가 노조 대의원 선거에 개입해 공약을 작성하거나 조합원을 관리하고, 회사에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해 당선시키려고 했다며 ‘2014년 한마음 행사 준비’ 문건을 보도한 바 있다.

[출처: 우원식 의원실]

우 의원은 “2009년에 2014년 문건까지 회사의 노조 지배, 개입 불법 행태는 매우 조직적인 형태로 과거부터 행해지고 있으며,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타이어가 이렇듯 전국대적인 노사관계를 고수하며 일상적인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노동부는 전면적인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 및 운영에 지배,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이를 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회사 홍보팀 관계자는 불법파견 소송을 못하게 종용했다는 것에 대해 “관련 2심 재판이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고, 재판에 공식 제출된 녹취록에 대해서도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청룡 문건에 대해 “회사는 전혀 알지 못 한다”고 전했다.

노동부 한국타이어 봐주나
우원식 의원 “징계 사안이며 직무유기”


한편, 8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우 위원은 노동부가 한국타이어의 불법 노무 관리에 대해 1년 전부터 확인했음에도 제대로 근로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사의 일상적인 부당노동행위와 복수노조인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에 대한 탄압, 해고자인 정씨에 대한 회사의 보복성 해고 등 최근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6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이 한국타이어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우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2014년 한마음 행사 준비’ 문건을 공개하며 “심각한 부당노동행위 문건이 나왔는데 노동부 대전지청은 2014년 당시 일주일 뒤에 기사를 접해 ‘시간이 지나 수사하지 않았다’고 어제 의원실에 답변했다”면서 “인지하고도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부 징계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부가 한국타이어 봐주기를 계속한다”면서 “정승기 씨 해고 건도 마찬가지로 노동부 대전지청이 직무규정을 어기고 3년 동안 수시 근로감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이없이 해고되는 일이 또 발생한 것으로 직무 유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사실관계 정확히 하겠다, 놓치지 않고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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