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그 위상에 걸맞는 대우와 관심을"

김치 파문, 쉽지 않는 해법 찾기 차분한 접근을

이상용(대아청과(주))  / 2005년11월09일 13시00분

온 나라가 김치 문제로 야단법석이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중국산 김치에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발표이후 일파만파로 들썩인다. 불똥은 납에서 기생충알로 옮겨 붙었고 급기야는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배추에서 쪽파로까지 튀었다. 어디가 끝인지 짐작조차 어렵다.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식당에선 김치를 아예 내놓지도 않는다. 공장들은 문 닫을 일만 남았다고 아우성이고 아이들 급식은 엄마들이 나서서 직접 챙길 태세다. 바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우습게도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손가락질한 꼴이 되고 말았다. 중국은 화장품 성분을 문제 삼은데 이어 김치 수출을 전면 중단했고, 국산에서도 기생충알이 발견되자 그렇게 풀 문제가 아니었다고 넌지시 훈수까지 던지고 있다. 이젠 일본까지 검역을 강화하고 나섰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수습이란 말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정부와 정치권은 연일 대책회의가 한창이고, 업계와 전문가들도 최근 김치협회를 발족했다. 시민들도 팔을 걷어부치고 ‘우리김치사랑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를 어디서 풀어야 할지 종잡지 못하는 눈치다.

너무 광범위하고 중요한 문제이기에 해법 마련이 쉽진 않을 것이다. 국민 건강의 문제로만 보기엔 무역 마찰이 걸리고, 무역 문제에 무게를 싣기엔 국내 생산기반과 농민들이 걱정된다. 수급과 가격의 문제도 생산자냐 소비자냐의 문제로 헷갈린다. 그렇다고 경솔한 발표로 국민 불안만 키웠다고 식약청과 정부만 탓하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여론의 냄비를 끓어 넘치게 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어느 때 보다 합리적 접근과 차분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정부는 여론을 정확히 읽고 대응해야 한다. 무역입국으로서의 위상도 고려해야겠지만 차제에 검역 체계를 정비하고 검사방법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식품안전관리체계도 정비해야겠다. 수입산에 대해서도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중국과도 협의 조율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상대국의 눈치가 보이고, 40만 회원이 넘는 요식업체의 이해관계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안전한 식품을 열망하는 국민의 알권리를 빌어 납득시켜 나가야 할 일이다.

또, 김치의 안정성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고, 국산에도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면 그 원인이 되는 분뇨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과 농법을 개발 보급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산지단계에서 출하 이전에 표본조사라도 거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지금 국민들은 설사 사후 약방문일지라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위협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참으로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숨가쁘게 대책들을 열거했는데도 왠지 허전하고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궁극적 해결책이 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번 김치사태는 곪아오른 종기를 찢고 봉합하는 외과적 시술 보다는 속 깊이 자리잡은 원인을 치유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인가. 그 원인을 하나하나 되짚다 보면 종국에는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책임으로 귀결 되기에 이른다. 납과 기생충알이 범벅된 중국산 김치를 탄생시키고 급기야 국산 김치까지 단두대에 올린 주범은 과연 누구인가. 그 베일 뒤에는 품질은 뒷전으로 한 채 싸구려 단가에 맞추라고 종용한 수입업자와 국내 소비업체들이 버티고 있음을 결코 부정할 순 없다.

어디 그뿐인가. 원가에만 휘둘리는 식당들이 그렇고, 배추값이 조금 오를라치면 서민경제 들먹이며 부추기는 일부 언론도 문제다.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절대수요 품목임을 고려할 때 한편 이해도 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흔하고 싸니까 소중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김치를 싸구려 비지떡으로 만든 원인이 결국은 무조건 싼 것이어야 한다는 편견과 소비행태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과도한 비약일까.

사실 금치, 금추라는 말은 20년 전에도 있었고 그때도 비쌀 땐 배추 포기당 2~3천 원을 웃돌았었다. 식생활에서의 비중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쉽게 납득이 안 간다. 배추 한포기에 3~4천 원 하던 지난 10월 중순 한 언론 보도에서 비싼 김장값이 걱정된다며 4인 기준 10포기 김장 예상가격이 젓갈과 양념류를 포함하여 6만9천 원이라고 전망했었다. 물론 서너 포기 김장도 버거운 이웃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 서민의 경우에도 4인 가족이 고기 외식 한 번 하면 수만 원의 돈은 지불해야 한다. 전망 좋은 찻집 커피 한잔에 7~8천 원 하는 물가를 생각한다면 겨우내 우리 식구 든든한 먹거리가 될 김장 가격으로 과연 비싸다 말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두어 번 갈아엎다가 한 번씩 찾아오는 호가격에 시름을 잊는 농심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배추값 김치값이 비싸야 정상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타성에 길들어져 있는 편견을 버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바라보자는 얘기다. 배추값이 오를 때 동원되는 수치는 늘 평년 대비가 아닌 전년 대비여야 하는지 궁금하다. 생물이기에 가격 등락폭이 큰 특성과 유통구조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우리 농업구조는 뒷전인 채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차만 들먹이는 접근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치는 먹거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생활이고 전통이며 자랑스런 문화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위상에 걸맞는 대우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김치가 위생상 불안하다고 영원히 먹지 않을 것인가? 또 자존심 좀 상했다고 누대를 이어온 종주국의 위상을 포기할 것인가? 결코 아니지 않은가.

이번 파문을 유구한 김치 역사에 비해 김치산업국으로서의 입지가 일천한 우리 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좋은 계기로 만들자는 거창한 얘긴 차치하고 싶다. 노래 가사처럼 김치 없인 못 살고 배추 없인 정말 못 산다면 때론 불편하더라도 직접 신선한 재료를 골라 담그기도 하고, 또 적정한 대가를 기분 좋게 치루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 할 때다. 지금 우리에겐 고품질, 기능성 프리미엄 김치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김치종주국 국민으로서의 성숙한 소비 문화가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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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중 '두어번 갈아 엎다가 한번오는 호가격에 시름을 잊는 농심'이라 하셨는데, 제가 알고 듣기로는 이미 배추값이 올라갈것으로 예상되면 유통업자들이 떼같이 달려들어 이전보다 100원정도 비싼 가격으로 밭떼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농민들은 가격이 오르나 오르지 않으나 마찬가지란 것입니다. 이익을 보는 것은 유통업자들입니다. 이 다단계유통망 등이 없어지지 않으면, 농민들도, 그리고 소비자도 피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쌀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자신들이 챙겨갈 이익을 그대로 둔 채 농협 등으로부터는 값을 내릴 것을 요구합니다. 또 이번 김치파동에서 필자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김치파동을 보도하는 언론과 이를 밝히고 있는 정부는 그 원인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론 김치로인한 기생충감염경로는 이전부터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도의 내용이 뭔가 감춰진 의도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보다 이런 문제를 더 많이 고민하시고 연구하실 것같은 필자님께서 한 번 더 본질적 문제 등에 대해 얘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질문
2005.11.10 11:53

덧붙임

이상용 님은 대아청과(주) 팀장으로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회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