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현장속으로
울산플랜트노조 76일간의 파업, 무엇을 남겼나

참세상  / 2005년06월07일 10시12분

홍석만/ ‘화장실을 지어달라’ ‘모래가 섞이지 않은 밥을 먹게 해달라’며
파업을 시작했던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파업이
지난달 27일 노사정 합의와, 지난 1일 조합원 총회를 거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오늘 <현장속으로>에서는 울산플랜트노조의 76일간의 파업에서
협상까지, 그 성과와 과제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파업부터 협상 테이블까지 함께 하셨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의 백석근 부위원장 모시고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백석근/ 안녕하세요.


홍석만/ 조합원 총회 결과를 먼저 말씀해 주시죠.

백석근/ 총회 투표는 현장복귀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합의 결과는
중간 결과이기에 내용을 중심으로 투표가 있을 수 없습니다.
결과는 총 858명이 투표하여 741명이 찬성하였습니다.
86%가 넘는 찬성률입니다. 이와 같은 찬성률은 현 집행부 판단에
대한 믿음일 것입니다. 현장 복귀이후 진행될 상황에 대한 지도부의
방침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합의의 내용보다는
일단 노조가 인정되고 협상의 틀이 마련되었기에 제 단체 대표들의
약속을 믿어 보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보자는 자신감 있는
표현입니다.

홍석만/ 얘기를 처음부터 풀어가보죠.
파업을 시작하면서 플랜트 노조의 주요 요구안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백석근/ 현장의 기본복지시설, 근로조건 개선, 노동조합 인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복지시설에 있어서는 식당, 탈의실,
샤워실 등 아주 기본적인 요구인 거죠.

홍석만/ 요구사안들이 너무나 소박하다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그동안 건설 플랜트 현장의 노동 조건이 어느 정도였습니까?

백석근/ 현장 야전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을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막아가며 밥을 먹습니다. 노동시간은
9시간 이상이며, 남들이 다 쉬는 유급휴일은 생각해볼 수도
없습니다.

홍석만/ 그렇게 열악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현장의 불합리한 고용구조가 열악한 근로조건의 원인

백석근/ 첫째는 현장의 고용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수주산업이라는 이유로 일용직으로 고용하여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그만인 구조가 잠시 머무는 노동자는 자기 식구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발주처, 원청, 하청 그리고 도급자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첫 수주 공사비가 최 말단으로 올 때는 5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인력을 관리하는 아주 오래된
관행으로 현장을 열악하게 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구조는
근로조건의 열악함뿐만이 아니라 부실공사, 중노동,
일자리 축소 등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홍석만/ 네. 말씀을 들어보면 지금이 2005년도가 맞는건가 의심이 들
정도인데요. 그동안의 울산플랜트 노조의 파업 투쟁을
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화면 보시고 말씀 계속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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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① 그간의 투쟁 일지 S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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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요구안 중 ‘개별교섭’이 아닌 ‘집단교섭’이 주요 쟁점이었는데...
집단교섭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사측의 개별교섭 주장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백석근/ 우리 건설플랜트노동자는 공사가 있을 경우(프로젝트) 고용이
되었다, 없으면 현장을 떠납니다. 기간이 적게는 7일
많게는 몇 개월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년 평균 4-5개의 회사에 반복 고용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한 지역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이 거의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인력 수급에 있어 임금과 근로조건이 좋지 않을 경우
고급 기능인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개별교섭이란
불가능한 것이며 집단 교섭만이 노사 모두를 위해 합리적인
것입니다. 현재 사측은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사측의 교섭전략이라며 개별교섭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홍/ 파업기간 내내 정부는 강경진압 일변도였는데...
탄압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백석근/ 일단 파업 찬반 투표전날 밤 부터 현장 앞에 전국각지에서 파견된
30개 중대의 경찰병력이 최근 까지 상주하게 되었고
이러한 와중에 현장 선전전 및 파업 참여 독려 조합원들을
연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SK 등 발주처의 업무방해 고발을
들어 파업 5일만에 지도부 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그 후 헤아릴 수 없는 탄압은 도를 지나쳐 850명 전원 연행,
구속자 43명, 수배자 12명, 불구속 입건자 180여명이 말해 주듯이
상식을 벗어난 탄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홍석만/ 다자간 협상틀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셨는데...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다자간 협상 -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백석근/ 파업 70여일 동안 교섭을 한번도 못해 보았다면 이해를
하시겠습니까? 교섭을 주선하고 행정 지도를 해야 하는 노동부는
현실을 외면한 해석으로 과도하게 사측 편들기 나섰으며,
사측은 공권력의 탄압의 뒤에 숨어 계속 억지를 부리는 모습이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SK 등을 비롯한 발주처가 경총까지 움직이는
초 강경자세를 보여 줌으로써 파업은 초강경 투쟁의 양상을 띠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극한 상황을 막고자 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자리가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정권과 사회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 공론이 되면서 형성된 자리입니다.
그러기에 노조의 투쟁의 산물이라 판단합니다.

홍석만/ 다자간 협상의 성격이 다소 애매한 것 같은데...
노사간 교섭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는것도 사실입니다.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는다 해도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것
아닌가요?

백석근/ 다자간 협상이라는 틀이 갖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여 주체에 있어서 항상 당사자가
아니라 하지만 당사자인 원청(발주처)가 참여하였고,
당사자라 하는 하청이 대표성을 갖고 참여하였습니다.
시청과 시민사회단체는 어쩌면 중재자를 자임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이는 건설플랜트 현장을 둘러싼 노자간의 협상의 모양이
되었다고 봅니다.
내용에 있어서도 노조가 제안한 의제를 채택하고 근로조건이나
채용상의 문제, 노조 인정 등이 다루어 졌고 큰 틀에서 중간 합의를
보았습니다.
법적 구속력에 대한 부문은 어쩌면 중요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체협약이 맺어졌다하여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면,
예를 들어 원청(발주처)의 취업방해에 있어 휴지조각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단체협약이 원하청 동시 교섭의 틀로
만들어진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합의 내용에 대한 강제력에 대한 부문은 결국 참여주체의
책임의식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홍석만/ 그럼 여기서 협상이 시작되던 날 울산의 표정에서부터
협상 이후 서울 마포 SK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세명의 조합원이 지상으로 내려오기까지
화면 함께 보시고 말씀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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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② 합의 시작에서 농성 해산까지 S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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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백석근/ 크게 4가지 부문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일일 8시간 노동제와 포괄임금 금지로 상징될 수 있는
근로조건 부문. 둘째, 건설현장의 병폐인 하도급을 근절할 수 있는
내용을 합의 보았다는 것, 셋째,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채용상의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노동조합인정 차원에서
노조비 일괄 공제가 있습니다. 그 외 실무협의회 논의를 합의하고
쟁점이 타결될 때까지 공동협의회를 지속하겠다는 것과
노조가 처한 민형사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공동협의회가
관계 기업 및 기관에 건의하기로 한 것 등입니다.

홍석만/ 그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 기본적인 법령 준수 수준이라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백석근/ 근로조건의 문제에 있어서는 실무협의회를 통해 유급휴일, 유급휴가
그리고 복지 문제를 다루기로 하였기에 아직 예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물론 6월 1일 있었던 실무협의회의 사측 입장을 보면
큰 기대할 것은 없다는 판단도 있으나 어렵게 만들어낸
협상테이블이기에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또한 현장이 법도 없는
무법천지였던 현실을 감안하면 이제부터 시작이라 봅니다.
중요한 것은 끝나지 않은 협상이라는 것이고 노동조합이
협상형식이나 결과의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사활 문제를
걸고 고뇌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홍석만/ 집단교섭에 대한 사안은 어떻게 되었나요?

백석근/ 미타결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산별 교섭이 잘 안되는
경향이 보입니다. 또한 타 3개 지역 건설플랜트 노조에서 이미
이루었던 집단 공동교섭의 틀을 흔들려는 음모가 숨어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갖고 설득을 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고 집단교섭이 정식화되길
희망합니다.

홍석만/ 그런데 만약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실건가요?

백석근/ 노동조합의 76일의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를 합니다.
이번 현장복귀는 공동협의회 합의정신이 얼마나 잘 이행되나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노조가 현장복귀를
선언한 만큼 이제는 사측에 모든 공이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합의사항이 이행되어 더 이상의 갈등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원합니다.

홍석만/ 현 시점에서 최대 현안은 무엇입니까?

백석근/ 노동조합은 현장 복귀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노조원 기피 현상이 첫날부터 나타납니다.
심지어는 노조탈퇴서를 내용증명으로 노조에 보내고
한부를 회사에 제출할 경우 현장 출입증이 발급될 것이라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파업이전에 일했던 현장 복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노조는 발주처를 포함한 전 업체에 합의사항인 채용상의
불이익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협조 공문을 발송할 것입니다.
법적인 조치도 병행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 밖에서 실업자로 전락한다면 이제는 생존권의 문제를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석만/ 40명이 넘는 구속자 문제나, 이후 있을 손해배상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백석근/ 다자간 공동협의회에서는 민형사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전체가 책임있게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협의회 참여자 모두가
참여하는 건의서를 조직하고 나아가 노조의 적극적 노력을 통해
해결할 예정입니다. 노조는 6월 1일 기자회견에서 검경이 새로운
노사관계에 최대의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홍석만/ 실무협상으로 넘어간 사안이 많은데...
이후 협상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백석근/ 노조는 실무협상에 성실한 자세로 임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사측은
또다시 대표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고, 위임된 노무사를 통해
개별교섭 공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내를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사측의 입장이 더 이상 타협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플랜트 건설노조를
포함한 건설산업연맹의 전체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이 정부와 사회 전체의 의지에 의해 풀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홍석만/ 무엇보다도 조직을 추스르는 문제가 남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맹 차원에서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백석근/ 울산지역건설플랜트 노조의 이번 파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특히 비정규직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조직화와
교섭의 틀과 내용 등 그리고 다단계 불법 하도급, 블랙리스트 등의
쟁점을 남겼습니다.
우선 조직 확대를 위해 총력 노력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푸는데는
전국 플랜트 건설 현장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그리고 파업과정에서 드러난 법제도적 문제를 풀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여 구체적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홍석만/ 네. 지금까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의 백석근 부위원장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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