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현장속으로
천막으로 퇴근하는 인쇄노동자들

참세상  / 2005년07월29일 0시32분

홍석만/ 영세중소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면 한 1년, 아니면
그 이상 사측과 싸우는 것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노동조합이
과도한 요구를 하기 때문일까요? 오히려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요구마저도 묵살하고, 노동조합이라면 탄압부터 하는
것이 여전한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1년 넘게 노동조합 인정해달라고 싸우고 있는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바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성진애드컴분회인데요. 오늘은
성진애드컴 이진훈 분회장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분회장님, 안녕하세요.

이진훈/ 네, 안녕하세요.

#1. 성진애드컴 소개 및 노조설립 배경

홍석만/ 먼저 성진애드컴,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주세요.


이진훈/ 을지로 인쇄골에 위치한 회사입니다. 인쇄를 하는 회사인데
이 동네에선 합판집이라고들 합니다. 보통 인쇄소에서는 주문한
한 업체만의 인쇄물을 찍기 마련인데 이 합판집은 여러 주문업체의
인쇄주문을 한꺼번에 모아서 찍습니다. 일하는 직원수는 주문접수를
하는 부서와 관리부서, 출고부서를 합해서 약 75명 정도 됩니다.

홍석만/ 을지로면 인쇄업체들이 많이 있는 지역인데, 그곳을 인쇄골이라고
부르는군요. 인쇄골의 전반적인 노동조건은 어떤가요?

인쇄골의 노동조건 - 약품냄새와 위험한 작업환경, 3~4명 영세업체가 대부분으로 장시간노동에 시달림

이지훈/ 우선 작업환경만을 보더라도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을지로
어느 곳을 가도 얼굴이 찌푸려질겁니다. 좁은 공간에 약품냄새와
위험해 보이는 작업환경 때문입니다. 인쇄소의 인쇄공들은
약품 냄새에 항상 찌들어 있고 재단기사나 후가공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항상 손이 잘린다거나 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근무시간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3~4명 있는
소규모 업체가 많다보니 일이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되었던
그 일을 다 하고 가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면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퇴근시간은 몇시라고 말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한달에 일요일 두 번은 쉬자는 운동도 했다고 합니다.


홍석만/ 성진애드컴 같은 경우는 인쇄골에서는 규모가 큰 사업장에
속하는 것 같은데,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나요?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동기는?
사장아들의 심한 욕설 등 기본적인 인권침해를 개선하고자 노조 설립

이진훈/ 오히려 노동조건이야 우리도 근로기준법이 뭔지도 모르고 살긴
했지만, 그 지역 상황이 다들 비슷하니까 그러려니 했던 것도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1살 먹은 사장아들이 있는데 나이가 많든 적든 직원들에 대한
호칭이 “야, 자!”하기가 일수고 손님이 있든 없든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윽박지르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직원들이
짧은 시간에 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는 일들이 많았고
그 이유 중에 큰 것이 사장아들이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을 때
같이 못하는 직원들도 긍정적인 표현을 해 왔습니다.


#2. 현재까지의 투쟁경과

홍석만/ 그런데, 노조 설립 후 1년이 지나도록 단협조차 맺지 못하고
장기투쟁사업장이 되어버린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요?

이진훈/ 노동조합이란 것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가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한데 뭉쳐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와 교섭을 하고
하는 것인데 회사는 조합원들이 직원의 과반수도 안된다며
계속해서 교섭내용을 번복하는 것입니다.
교섭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 하고 다른 쪽에서는 있는지도
몰랐던 취업규칙을 개악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직원들 서명을 받았습니다. 또 회사의 자금상태가 어려우니 어쩌니
하면서 노동조합 때문에 거래처가 끊긴다는 식으로 비조합원과
조합원의 사이를 벌어지게 한다든가 하면서 결국에는 작년 8월에
지노위에서 합의 했던 사항들 조차 무시하면서 계속해서
노동조합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홍석만/ 회사 측이 교섭보다는 노동조합을 없애는데 더 열심이었던 것
같네요. 성진애드컴분회의 투쟁, 영상으로 보고 계속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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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① 집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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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쟁 모습들 영상으로 보셨는데요, 천막농성은
언제부터,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 건가요?

이진훈/ 천막을 친 것은 5월 4일 교섭권을 위임받아 상급단체인
인쇄노조에서 교섭을 하던 것이 본조 언론노조로 교섭권을
반납하면서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이 직접 교섭을 요구 했던
날입니다. 그때에 회사 측은 교섭을 미루면서 출입금지
가처분신청과 업무방해 등으로 형사소송을 내었던 것입니다.
5월 4일 이후로 천막은 투쟁의 대외 선전용으로 그날그날 당번을
정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홍석만/ 낮에는 출근을 하고, 밤에는 천막으로 퇴근하는 생활을 하시는
거군요. 현재 노동조합의 요구안은 무엇입니까?

노동조합의 요구안 - 사장아들의 공개사과, 감시카메라 최소화, 합의사항 이행, 해고자 원직복직

이진훈/ 크게 보면 사장아들의 직원인권무시에 대한 공개사과,
인권을 무시하고 사무실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감시카메라를
최소화하고 한 직원을 다른 직원이 감시기록하게 했던 관리자의
책임처벌, 8월 합의했던 사항을 즉각 이행하는 것, 노조탄압 등으로
해고되었던 조합원이 원직복직되는 것입니다.


홍석만/ 노동조합 요구안 중에 해고자 원직복직 부분, 해고 사유가
무엇이었나요?

이진훈/ 지시불이행입니다. 회사가 부서이동을 시켰는데 그것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상태로 볼 때 경리부에서 출고실로
보낸다는 것은 ‘너 나가라’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그 사건 이전에 경리부에서 출고실로 발령을 받았던 조합원이
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합원이 출고실에서 4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릴 것 같다면서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사장아들의 옆자리에 조합원이 일하도록 한
것입니다.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그 스트레스를 그 조합원은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와 똑같은 상황을 해고된 조합원에게
대입을 시켰던 겁니다.


#3. 노동인권탄압

홍석만/ 최근에 노동인권탄압 화보집을 내기도 했다고 하던데,
관련 영상 보시고 계속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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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② 감시카메라 및 인권탄압 관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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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언제부터 회사 측에서 이런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였던 건가요?

전직원 입사시 지문채취 후 지문감식기를 통한 출퇴근 관리

이진훈/ 사람을 로봇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하지만 이곳
성진애드컴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만큼은 그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입사할 때 회사가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사원번호를
주고 지문채취를 했습니다. 그 지문의 용도는 출퇴근 기록이었습
니다. 이 회사를 다니고 싶으면 거쳐야할 과정이었습니다.
전 직원의 인체기록을 동의 없이 채취보관을 하고 있고 번호를
매기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감시카메라는 거의
없었습니다. 작년 8,9월 정도에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조합원들의
자리배치를 한쪽으로 몰아놓더니 그 곳에 감시카메라를 두는
것이었습니다.

홍석만/ 그럼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 조합원 자리에 집중적으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것인가요?

노동조합 설립 후 조합원 자리, 복도, 계단 등 감시카메라 10여대 설치

이진훈/ 네, 또한 복도 재떨이가 있는 곳이며 계단 코너에 카메라가 없는
곳이 없다보니 직원들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제약되는 것입니다.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회사에 관한 얘기도 못하고 비조합원들은
조합원들과 얘기하는 것도 꺼립니다. 또한 용역직원들은 조합원들의
행동이나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감시하고 뭔가 열심히 적고
있더군요. 회사는 직원들이 리모콘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홍석만/ 이런 작업장 감시 시스템 들에 대한 사측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이진훈/ 회사 측에서는 감시장비며 용역경비들이 직원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도난과 화재예방이라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도난방지와 화재예방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감시카메라가 필요할리 없습니다. 직원들을 도둑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면 말이 되겠죠. 회사 측 감시장비는 인간성 통제입니다.
회사에서의 생활이 다른 어느 곳보다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데
그런 곳에서 항상 감시를 받는 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알게 모르게
직원들의 행동들이 통제 될 수밖에 없고 그 스트레스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 질 것입니다.

홍석만/ 최근 이런 사측의 작업장 감시가 성진애드컴 뿐 아니라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등 다른 곳에서도 크게 문제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해나갈 계획이신가요?

6월 21일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산업기술평가원 노조와 함께 국가인권위에 노동인권탄압에 대한 진정서 제출

이진훈/ 네, 6월 21일에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산업기술평가원 노동조합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세 노동조합이
다 사측의 감시카메라나 다른 여타의 방법을 동원한 작업장 감시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건 단지 한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석만/ 현재 성진애드컴 분회의 노동조합 사수 투쟁, 그 의미에 대해
말씀 해주세요.

이진훈/ 저희가 천막농성을 지금 세달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천막농성을
계속 함으로써 이 투쟁을 계속 알리는 측면도 있지만, 또 한편
이 지역의 인쇄 노동자들에게 어떤 힘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천막에 있으니까 체불임금 같은 것 상담하러 오는 분들도
계시구요.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노동조합의 일이겠고 이 투쟁의 성과가 이 을지로 지역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 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성진애드컴분회에 노동조합을
지켜내는 것이 그 첫 과제인 것 같습니다.

홍석만/ 네, 성진애드컴분회 투쟁 꼭 승리해서 지역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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