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현장속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 태안서해레미콘노조

참세상  / 2005년08월29일 8시20분

홍석만/ 얼마 전 서울 거리에서는 ‘우리를 살려주세요’라는 플랭카드를 들고
집회를 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사측의 비인간적인 대우와 합의서 불이행으로
태안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오늘 <현장 속으로> 에서는
전국건설운송노조 태안서해 이민형 분회장님과 함께
레미콘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민형/ 안녕하세요.

1. 상경투쟁까지의 경위

홍석만/ 지금도 계속 파업을 진행 중이신 걸로 아는데요,
먼저 어떻게 파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야간 작업 중 라면 끓여먹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아

이민형/ 처음엔 배가 고파 시작했다면 이해가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열시 열한시 까지 야간작업을 하면서도, 밥도 못 먹고 일해야 하니
화가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항상 모른 체 할 뿐이었죠.
그러다 한번은 회사의 사무실에 올라가 공장장님께
얘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늦게까지 일 할 것 같으니
저녁에 라면이라도 먹게 해달라고, 그러자 공장장이 하는 말이
원가절감해야 하니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기막힌 일이죠,
그래서 제가 그럼 우리가 사다 끓여먹게 해달라고 하니
공장장이 식당이 더러워지니 안 된다라고 하더군요.
그런 소릴 듣고 가슴이 터지고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았습니다.
지금이 6, 70년댄지, 아님 우리가 사람으로 보이기는 하는 건지...

홍석만/ 라면도 끓여먹지 못하게 하고 일을 시킨다니, 정말 사측의 태도가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그럼 그 이후부터 파업을 하신 건가요?

이민형/ 처음부터 파업을 한 건 아닙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다가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회사와 대화를 통해 기름값 인상에
대해 가격협상을 하려고 했죠. 그러자 회사에서는 매일
운반비 인상을 해준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사무실에 올라가면 또 다음, 또 다음, 늘 다음으로 미룰 뿐
한번도 약속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병수 사장이
아침부터 저희들에게 일방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하는 바람에 저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차를 세우게 됐습니다.
그 상태로 일주일쯤 지나자 계약해지라는 내용증명이 날라왔고,
결국 그때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조합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홍석만/ 노조를 결성한 이후에는 사측의 태도가 달라졌나요?

노조 결성 후 노동자 부당 해고
계속 된 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파업 시작


이민형/ 아닙니다. 오히려 현판식을 하면서 저희 동료가 부당해고 됐고,
결국 그에 맞서 회사와 싸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임금협상을 요구하며 교섭을 요청했습니다.
일곱 차례에 걸쳐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에서는 단 한번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고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해
바로 대전 지방노동위로 이첩되어 두 번에 걸쳐 노동위로
중재를 하였으나 한차례 나와서 우리가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이란 소리만하여 중재가 안 됐고 별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않아 노동위에서 중재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일주일간의 대화요구와 교섭을 요구 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아 끝내 파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홍석만/ 6월부터 파업을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서울까지 오셔서 투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민형/ 파업은 6월 17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7월 28일에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약 열 시간에 걸쳐 태안 군청 공무원과
경찰공무원, 노동사무소 공무원들과 함께 군청에서,
사측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합의서를 마련하게 됐고
자필서명까지 했습니다. 저녁에는 식사와 가벼운 술자리까지 가지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사과하고 악수하며 앞으로 잘해보자
수도 없이 약속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없었던 일로 하고 회사를 폐업하네
매각하네 하며 우리에게 협박만 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속 터지고 배신감 느끼는 행동들입니까?
그 후로도 합의서대로 공장을 운영할 것을 종용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을 대한민국 하늘아래 어디에
하소연하고 어디에 우리의 사실을 알려 억울함을 표현하겠습니까?
갈 곳이 없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게 된 것이죠.

홍석만/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는 건가요?


사측 대표, 노동자 대표가 합의서 작성했는데도 회장이 일방적으로 파기

이민형/ 그렇죠, 앞서 말했듯이 사측대표와 노조 대표가
조업 정상화에 따른 합의서를 장시간에 걸쳐 도출해내고,
다음날 조인식을 갖기로 해서 태안레미콘으로 찾아갔더니
정동평이란 두회사 최고의 주주가 와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하는 말이 태안레미콘은 폐업할 것이고,
서해산업은 휴업할 것이다라며 일방적인 통고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회사를 운영하면 적자가 나니 회사 운영비
한 달에 약 2억 원 정도 군청에서 지원해주면 다시 하겠다는 둥의
알지 못하는 이야기만 할뿐이었습니다.

홍석만/ 그럼 이번 상경투쟁은 어떻게 진행 됐나요?

이민형/ 서울에 올라와 단병호 의원님 만나 뵙고 우리의 현실을 알리면서
도와주십사 부탁드리고, 또 지역의원인 문석호 의원님 만나 뵙고요.
그리고 저희들처럼 힘겹게 투쟁하는 사업장 연대방문, 연대투쟁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고충처리위원회에 들러 애원도
해 보고, 청와대 민원실에 민원 접수도하고
열린우리당 중앙 당사에도 진정서를 넣었습니다.

홍석만/ 그럼 태안서해레미콘 노조의 파업 시작부터 이번 상경투쟁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시고 더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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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파업스케치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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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영상을 보니, 힘든 파업과정을 보내신 것 같은데요,
이번 상경투쟁 이전에도 천막농성을 진행하셨다고요?


이민형/ 예, 대전에 회장집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회사의 권한은 회장이라
생각해서 회장을 압박하는 취지에서 회장집 앞에서 노숙도하고
밥도 지어먹으며 회장을 기다렸지만 회장은 경찰공무원과의
유착관계가 심해 지금도 조합원 모두가 대전에 있는데도
회장 얼굴 한 번 못 봤습니다. 사측 대표이사인 사장들은
여행 간다며 연락도 안 되고 회장 또한 외국 여행을 갔단
유언비어만 무성합니다. 또한 계속해서 공장 폐업 과 매각 이야기만
들릴 뿐 사태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 특수고용 비정규노동자로 산다는 것

홍석만/ 사측에서는 전혀 대화의지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파업을 하면서 제시했던 요구사항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이민형/ 노조 가입 전에는 배가 고프니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노조가입하고 파업하면서는 부당해고자
복직시켜 달라고 했고, 그러면서 노동조합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고,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랐으니 운반비 현실화 해 달라 했죠.
그리고 지금은 합의서대로 조업 정상화 해 달라는 것이
저희들의 요구사항입니다.

홍석만/ 이 요구사항들을 들어보니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정말 최소한의 요구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럼 현재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떤가요?

최소한의 인격 대우도 하지 않고
특수고용직이라는 틀 안에서 노동자 대우도 받지 못함

이민형/ 제가 약 일년 조금 넘게 레미콘회사에 있어보았지만
그동안 회사에서 일해 온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최소한의 인간대접조차 없었다는 게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겉으로는 사측에서 사장님이라고 허울만 덮어씌울 뿐 실제로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사람으로서의
인격 대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직장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업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특수고용직이라고 해서
정부가 가두어놓은 틀 안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수도 없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어찌 법치주의인 대한민국이라
할 수 있는지 의구심만 갈 뿐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동삼권을 찾아올 수 있는 날만 기다릴 뿐입니다.

홍석만/ 특수고용직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럼 특수고용직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요?
여전히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건가요?

법대로 파업을 해도 정부, 사측 모두 책임지려 하지 않음

이민형/ 특수고용직에대한 정부의 태도는, 실제로 파업을 하면서
더 실감하게 됐습니다. 노동부에서 노동필증을 내주어
법대로 파업을 했지만 정말 어느 곳 하나 노동사무소, 경찰,
관할 행정관청, 특히 사측에서도 거들떠보는데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암암하고, 슬프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특수고용직만의 설움이라고 할 수 있죠.

#3. 앞으로의 계획

홍석만/ 그럼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활도 어려우실 것 같은데, 지금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민형/ 현재 조합원 모두가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닥치기 시작했고
어떤 조합원은 어린아이 분유가 떨어지기도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가족 누군가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마음속으로는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상대방에 대한 보복심만 가득 차 있습니다.
오로지 이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아침 가슴을 쓸어내릴 따름입니다.

홍석만/ 그럼 앞으로의 투쟁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민형/ 사측에서는 공장을 운영하면 적자를 본답니다.
그러면서 타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려고 부지매입을 해서
플랜트 설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새 공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축반대에 나서고, 신공장 지역민들과의 공동투쟁전선을 만들어
사측에 대항해야겠죠, 또 태안레미콘 폐업과 서해레미콘 휴업에
맞서서 고용승계와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이며, 흐트러지지 않는
조합의 모습을 사측에 당당하게 보여주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게 할 것입니다.

홍석만/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한 마디 해 주시죠.

이민형/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언론, 사회각계 각 층에 계신 여러분들이
특수고용직과 같은 법의사각지대에 있는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관심과 사랑과 법의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감사합니다.

홍석만/ 네, 지금까지 건설운송노조 태안서해분회 이민형분회장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분회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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