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언론의 재구성
카트리나 피해자 폭도로 매도하고 부시 감싸기까지

참세상  / 2005년09월12일 0시26분

홍석만/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조신애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신애/ 예 안녕하세요.


홍석만/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조신애/ 네, 최근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관련 보도가 언론을 뒤덮고 있는데요, 단순히 자연재해를 넘어
인종차별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홍석만/ 보수, 개혁 언론할 것 없이 카트리나 피해 이후
미국 내 인종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죠.

조신애/ 네, 인종차별 얘기가 터져나온 것은 태풍의 피해자 대다수가
흑인이기 때문인데요. 카트리나가 덮친 미국의 뉴올리언스 지역은 저지대인데다가 도시확장을 위해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주변 늪지대를 없애면서 애초부터 허리케인 피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석만/ 그런데 그 지역의 거주자 대부분이 흑인이었다는 건데요

저소득층 흑인들, 침수 위험 알면서도 저지대 살 수밖에

조신애/ 대부분의 백인들은 오래 전에 호수 북쪽이나 도시 고지대로
이주한 반면 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흑인들은 저지대에
빈민촌을 형성하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흑인들이 뉴올리언스
거주자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던 거죠.
거기다 구호물품의 배달이 지연되는 것이 부시 정부가
난민 대부분이 흑인이기 때문에 늑장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면서 미국 사회 인종 차별에 대한 흑인들의 분노가
다시금 폭발한 것입니다.

홍석만/ 뉴올리언스의 흑인 거주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결국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능력 차 때문이었다는 얘기군요.



조신애/ 네. 더구나 지역 흑인들 중 35%가 차를 갖고 있지 못한 것도
흑인들의 피해를 키웠습니다. 차를 가진 사람들이 재빨리
대피한 것에 비해 흑인들은 근처 슈퍼돔 등 대피소로 몰려들었으며 집에 남은 흑인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석만/ 결국 흑백의 빈부격차가 흑인들을 태풍의 피해자로 몰았다는 건데, 한겨레는 이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얘기해주시죠.

한겨레, 특파원 통해 현지 흑인들 폭도로만 매도

조신애/ 한겨레도 뉴올리언스의 거주자가 대부분 빈곤층 흑인이었고
이들이 차가 없어 대피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지적하고 있지만
문제는 현지 특파원이 현장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흑인들을
피해자가 아닌, 폭도로만 묘사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홍석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조신애/ 한겨레는 현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필품 약탈 등의
무질서 상황에 대해 외신을 이용해 자세히 전했는데요.
“주변 거리에선 강간과, 통행자나 여행객들에 대한 공격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행해지고 있다”, “시내엔 무장한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건물은 불타고, 상점에선 사람들이 물건을
약탈하고 있다. 이건 시가전 상황이다ꡓ등 ‘최악의 치안상황’을
묘사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홍석만/ 현지에서 무장한 세력이 상점을 약탈하는 등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요?

조신애/ 네, 그렇지만 한겨레는 ‘폭도=거주자 흑인’,
‘피해자=한인을 비롯한 외국인’이라는 식으로 사태를 몰고
갔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6일자 “암흑천지 슈퍼돔은 무법지대였다ꡓ라는 제목의 기사는
슈퍼돔에 피신해 있다 뉴욕으로 빠져나온 한국인 여성의 입을
통해 ‘폭도’ 흑인들이 점령한 피해 지역이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를 생생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슈퍼돔에 수용된 2만5천여 주민들가운데 대부분은
흑인이었다. 너무 무서워 한숨도 못 자 밤을 지샜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그대로 실었고 “여자들이 어린아이가 떨어져 죽고, 젊은 여성들이 많이 강간당한다는 얘기를 해줬다”며 전해들은
이야기를 마치 있었던 사실인 양 전했습니다.

홍석만/ 흑인들과 함께 피신해있다 빠져나온 한국인의 얘기를
기사화했다는 건데요

조신애/ 기사는 한국인의 시각에서 그대로 전하면서 그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생필품이 떨어지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지옥같은 곳’에서 지원 차량이 오지 않아 그대로 머무를 수밖에 없는 흑인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동시에,
이들을 오로지 한국인 여성을 위협한 폭도로만 매도했습니다.

홍석만/ 네, 한겨레는 그렇구요, 다른 매체의 경우는 어떤가요?


오마이, 우연히 흑인지역 피해입은 걸 인종차별로 확대한다?

조신애/ 오마이뉴스는 한겨레보다 한 발 더 나가 아예 카트리나 피해의
‘흑인 책임론’까지 거론했습니다. 5일자 “'카트리나 대재앙' 흑인도 책임있다?”라는 기사는 수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이
대피를 하지 않았으며, 흑인들의 방화와 약탈로 인해 구호작업이
늦어졌다는 식의 언급을 하고 있는데요.

홍석만/ 흑인들이 피해를 자초했다는 얘긴가요?

조신애/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미국 내에서 터져나오는 인종차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전하고는 있지만
“흑인들을 차별해서 재난대응이 늦어졌다기보다는 하필이면
재해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주민들이 흑인이었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왜 흑인들이 재해지역에 집중적으로 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이 이번 피해는 우연히
흑인 밀집지역에 닥친 것뿐이라는 식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홍석만/ 그러니까 우연히 흑인거주 지역이 피해를 입은 것일 뿐인데,
엉뚱하게 인종차별 논쟁으로 확산됐다는 주장이군요?

조신애/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마이뉴스는 기사에 AP통신의 사진을
실으면서 밑에 “마치 TV카메라맨들과 사진기자들이 흑인들만
골라 찍겠다고 담합이라도 한 것일까. 뉴올리언스에서 전송되는
화면은 그런 오해가 들 정도로 흑인 일색이었다”는 사진 설명을
덧붙였는데요. 마치 기자들이 일부러 흑인만 골라서 사진을 담아
흑인 피해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뉘앙스로 읽힙니다.

홍석만/ 그렇군요, 그리고 부시행정부의 늑장대응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요?

오마이뉴스, “부시는 비난이 억울할 수도.."

조신애/ 오마이뉴스는 부시를 감싸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부시로서는 이런 비난이 억울할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거듭된 경고와 대피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안이하게 집에서 머물다 피해를 당한 뉴올리언스 흑인들의 책임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고 말합니다.
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임박한 재난의 위협에 태평스런 모습을 보인 흑인들의 모습을 꼬집기도 했다”고 재차 흑인들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홍석만/ 흑인들 잘못도 있다란 식의 보도,.. 전반적으로
이런 언론들의 보도 태도의 아쉬운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신애/ 일단 왜 흑인들이 침수 위험이 있는 뉴올리언스 지역에
모여살 수밖에 없었는지, 흑인들의 대피가 왜 어려웠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번 카트리나 대재앙을 다루는 기본 바탕이
돼야한다고 생각하구요.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가
자연재난을 넘어 부시 행정부로 인한 인재였다는 지적이 일관성
있게 보도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석만/ 조신애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조신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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