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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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넘는 산- 이마트 수지점 노조

참세상  / 2005년10월30일 22시02분

홍석만/ 언니들은 산을 넘는다. 시퍼런 무노조 이념의 산을 넘고 말할 자유 없다는 폭력의 산을 넘고 가난한 자는, 여자는, 힘이 없다는 무지의 산을 넘는다 결국 비오는 거리 눈오는 거리 심장을 녹여 쇠를 달구는 노동자가 되어 산을 넘는다. 이 시는 신세계 이마트의 최초의 노동조합인 수지점 노조의 투쟁을 보고 한 활동가가 지은 것의 일부분입니다. 그들은 단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지금까지 300일 넘게 투쟁을 계속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신세계 이마트 수지분회의 최옥화 분회장님 모시고 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분회장님 안녕하세요.

최옥화/ 안녕하세요.

홍석만/ 이마트도 그렇지만 많은 삼성계열사들이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데, 어떤 이유로 노조를 만들게 되셨나요?


최옥화/ 저는 2003년 7월에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에 계산원으로 입사했는데 윤리경영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지 실제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근무시간외에 계산대 청소를 시키면서 청소검사를 하고 회사 필요로 교육받는 것도 수당으로도 계산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계산대에서 나와서는 바로 퇴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외의 잡다한 업무들이 꽤나 있는데도 앞뒤 작업준비시간은 근무시간에 쳐주지도 않았습니다. 점장이라는 사람은 스트레스 받는 일 있으면 집에 가서 남편한테 풀어라 돈벌러 내보낸 장본인이 남편이니까 라는 여성비하적인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습니다. 또 점원을 A B C 등급으로 나누어서 30000. 20000. 10000원을 능력급으로 주는데 몇 푼 되지도 않는 능력급으로 사람마다 등급을 매겨서 동료들 간에 서로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있기도 했고요.

홍석만/ 윤리경영을 이야기한다는 이마트의 태도가 정말 비윤리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데요, 그래도 무노조 경영을 자랑처럼 여기는 이마트에서 노조를 쉽게 만들게 하지 않았을텐데 노조를 만드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최옥화/ 말씀하신 것처럼 사측의 태도가 너무하다보니까 동료들의 마음이 일치가 되었는데 누군가가 먼저 노조를 만들면 따라가겠다고 공공연히 말이 나와서 제가 한 번 용기를 내어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이마트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고, 또 여러 부당한 점을 노조를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해 보고자 노조를 만들게 됐습니다. 삼성의 무노조경영 이야기는 설립 전부터 대충은 알고 있었기에,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분회설립하기 전날까지는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가 되었었고 노조에 가입하지도 않은 비조합원들도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주었던 것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그럼 노조를 설립한 이후에 사측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요?

노조 설립 후 개별 면담 통해 탈퇴서 요구
미행, 감시 일삼다 결국 해고 조치


최옥화/ 노조가 만들어지자 지금까지 우리에게 대했던 것과는 180도 틀리게 휴게시간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끊이지 않았고 무미건조했던 휴게실(케셔대기실)이 벽걸이티비에 푹신한 쇼파까지 등장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진정한 개선이 아니라 사탕발림이라는 걸 누구나 알았죠. 회사의 노조탄압은 이랬습니다. 우선, 노조가 아니면 다 들어준다면서 왜 내 집 안에 일 있는 것을 외부사람들 끌어들여 어렵게 만드냐면서 탈퇴서를 쓸 때까지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까지 ‘허’넘버로 시작되는 미행차량이 따라붙었고, 창립총회 첫 날은 집에 못 가게 막아서 경찰까지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계속 일 한번 하지 못하고 본사에서 내려온 임직원들과 하루 종일 개별면담을 받았는데,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들은 탈퇴할 때까지 일도 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면담을 강요했고 끝까지 탈퇴하지 않은 저와 세 명의 조합원들은 여자 보안을 붙여 화장실, 탈의실까지 쫓아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습니다. 결국 노조설립한지 한달도 안 되어 3개월 정직의 징계처분을 받고 복귀하자마자 결국엔 해고되었습니다.

홍석만/ 그럼 지금 조합원 전원이 해고 된 상태인 건가요?

최옥화/ 2004년 12월 21일에 노조 설립하고 나서 한 달도 안 된 2005년 1월17일자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정직이라는 판정을 했고 결국 3개월 정직기간 끝나고 4월17일 복직하고 나니 다시 일주일만인 4월 25일 회사는 또다시 자택대기명령을 내렸고, 5월 9일 우리를 징계해고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다시 7월5일 갑자기 복직명령을 내렸고 복직한지 6일 만인 7월10일 계약종료 통보서를 주면서 내쫒았습니다..

홍석만/ 어차피 해고할 거였으면, 굳이 복직을 시켰다가 계약해지를 다시 반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법적 책임 회피 위해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근로계약서를 악용


최옥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회사에게 “정직 3개월은 부당하니 취소하라“고 판결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에서는 저희를 다시 해고 시켰기 때문에 회사가 이길 자신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형식적으로 존재했던 1년 계약직 신분, 그러니까 근로계약서를 1년에 한번씩 갱신하는 것을 악용해서, 계약만료라는 이유를 내거는 것이 법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홍석만/ 사측의 태도가 아주 주도면밀한 것 같은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벌써 이 이마트 투쟁이 300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이를 기념한 문화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문화제 영상 보시고 얘기 계속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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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300일 문화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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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영상을 보니, 벌써 투쟁이 1년이 가까워 오고 있는데, 현재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계시는지요?

최옥화/ 7월 10일 계약해지라는 이름의 해고로 인해 또다시 실업급여를 받아 급한 대로 생계비를 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5월 9일 징계해고 되었을 때 고용안정센타에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2개월간 받았는데 회사가 갑작스럽게 복직명령을 내려서 6일간 복직되었다가 다시 7월 10일 계약만료 되는 바람에 다시 실업급여를 신청하게 되니까 고용안정센터에서 “애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면서 황당해 했습니다. 이런 예가 한 번도 없었고 처음이라 알아 봐야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먼저 탔던 실업급여는 반환하고 다시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타고 있지만 12월이 지나면 그나마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누군가 농사짓는다고 쌀도 보내준 적도 있고 정말 그럴 땐 눈물겹도록 고마웠어요. 모두들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왕 시작해서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결과를 한번보고 끝장을 내보자 라는 일치된 생각들이어서 힘들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홍석만/ 현재 이마트 측에서는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민주노총 조끼 입으면 매장 출입도 못 하게 해
최옥화/ 전국 이마트 매장근처는 집회신고를 모두 내놓아서 집회다운 집회도 못하고 있고 겨우 1인 시위 정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당한 것은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사람은 쇼핑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저번 은평점(이마트 본점) 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과 보안들이 갑자기 모여들더니 “민주노총 조끼를 입으면 쇼핑하지 못한다”면서 물건 담았던 카트까지 빼앗기고 쫒겨났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어요.

홍석만/ 이런 문제도 그렇고, 얼마 전인 지난 3월에는 수원지방법원이 회사의 요구대로 특정문구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었는데요, 물론 이후에 이의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무노조 경영’ 등의 말도 쓰지 못 하게 하면서 이미 내려졌던 가처분 판결 때문에 많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법원의 가처분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최옥화/ 가처분 결정으로 우리는 말과 행동이 묶이게 됐죠. 보통사람들도 삼성은 무노조경영을 하는 곳이라고 알고 표현하는데도 가처분 때문에 우리는 “이마트가 무노조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 1인 1회당 50만원의 벌금을 회사에 물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한 표현은 언론기사는 물론, 노조 홈페이지 등에 조차 표현이 금지되었습니다. 특히 투쟁이 가장 필요했던 정직기간과 해고기간동안에 말조차 하지 못하게 했던 가처분 판결로 인한 피해는 사후 약방책과 같은 가처분 이의 판결로는 회복되기 어려운 피해였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이런 법윈의 판결에서도 그런 점을 엿 볼 수 있었을 텐데, ‘삼성 공화국’이라고 까지 불리는 거대기업과의 싸움인데요. 어떤 점들이 가장 어려우신가요?

최옥화/ 저는 노조를 설립하기 전에는 삼성이 꽤나 좋은 회사인 줄 알았는데 제가 피부로 느끼다 보니 삼성은 겉과 속이 너무 다른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삼성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다가 감금, 폭행, 미행, 감시를 당하다가 해고됐고 지금 현재 삼성의 무노조경영에 맞서 싸우다가 교도소에 가게 된 노동자도 있고요.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다 길거리로 내몰린 무수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마트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것이 법을 어기면서 유지하는 것이고, 또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것이죠. 그것이 윤리경영을 이야기하는 삼성의 가장 큰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삼성이 법조계 권력을 잡고 있다 보니 우리는 최대한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행동했던 것도 법으로 어떻게 걸고넘어질까 겁날 때도 많아요. 동료들에게 확인서 하나 받기도 어렵고요. 그렇지만 삼성이 돈으로 검찰, 정치계, 언론까지 좌지우지 한다는 것을 제대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국민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하라고 경고한다면 제아무리 삼성이라도 국민보다 위 일수 있겠어요? 전 삼성 별거 아니라는 생각 드는데요. 저 대한민국 아줌마 잖아요... 대한민국 아줌마 무섭걸랑요!!


홍석만/ 지금 이마트 투쟁도 300일을 넘기고, 다른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도 점점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는데요, 이렇게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렇게 장기화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최옥화/ 상대가 삼성이라는 것도 어려운데 더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은 우리가 수십 차례 교섭요청을 했는데 회사는 교섭에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7개월 후 계약갱신기간에 조합원 전원에게 계약만료통보를 했고요. 이마트 투쟁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완전한 노동3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들도 정규직들처럼 교섭하다가 안 되면 파업할 수 있는 권리가 온전하게 주어진다면 이렇게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노동법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투쟁까지 해야하다보니 비정규투쟁이 장기적이고 힘든 투쟁인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들을 진심으로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동법을 만들어야 되겠죠.

홍석만/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삼성 바로보기 순례 투쟁단의 전국 순회
29일에는 대학로에서 삼성바로보기 문화제 열려

최옥화/ 온 국민들이 삼성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삼성바로보기 순례투쟁단’이 24일 월요일에 거제로 떠났습니다. 일주일간 거제, 울산, 구미, 광주, 천안, 수원 등지에서 삼성공장주변에서 삼성 바로보기 선전전을 진행중이고요. 그리고 29일에 돌아와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삼성바로보기 문화제가 2시부터 열립니다. 이번 기회에 온 국민이 제대로 삼성을 보고 판단해서 삼성이 이건희의 기업이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고요. 오늘 7월10일 부당해고에 대한 심판회의가 있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마트 싸움이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중요한 싸움이 될 것이기에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의 힘으로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십시요.

홍석만/ 예, 열심히 싸우셔서 좋은 소식 전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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