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언론의 재구성
한겨레 산재보도,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 분석 미흡해

참세상  / 2005년11월16일 9시32분

홍석만/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이꽃맘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꽃맘/ 예 안녕하세요.

홍석만/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이꽃맘/ 네, 한겨레에서는 지난 9월 21일부터 ‘노동재해 왕국 멍에를 벗자’ 라는 제목으로 기획연재를 하고 있는데요. 이것을 중심으로 그간 한 겨레의 산재관련 보도 태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홍석만/ 노동재해 왕국, 한겨레의 기획은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이꽃맘/ 네, 이번 한겨레의 기획은 지난 8월 28일 단병호 의원이 산업재해 보상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1963년 제정된 산업재해보장법 의 큰 변화를 앞두고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기획은 산업재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그리고 이주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이슈를 중심으로 비교적 체계적으 로 정리를 하였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업재해보장에 대한 제도를 두고 봤을 때 비교적 모범적이 라는 스웨덴과 독일의 예를 들면서 안전교육 강화나 사업주의 인 식 변화들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산업재해로 들 어 났던 쟁점들과 이후 과제까지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 보도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산재 기획, 근시안적 관점 넘어서지 못해

홍석만/ 네, 나름대로 많이 준비하고 기획연재를 진행한 것 같은데요. 그렇 다면 문제는 없나요?


이꽃맘/ 네, 이번 한겨레 기획이 산재 문제에 대해 비교적 잘 다루고 있지 만 산업재해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과 이에 대한 해 결 방안은 빠져있다는 지적입니다.
첫 번째로는 한국이 노동재해 왕국으로 불리게 된 원인을 산재보험 의 사각지대에서만 찾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문제의식은 제도의 변 화로 산재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시안적 관점만을 제시하 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여가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러나 산재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자 본주의가 노동자들을 기계처럼 사용한다는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노동 강도의 강화와 비정규직과 하도급 등 노동의 불안정화 의 확대 속에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산재문제 역시 노동자에게 떠 넘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제도의 변화나 노동자와 사업주의 인식 변화로 해결될 수 없 는 것이지요.

홍석만/ 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떤가요?

이꽃맘/ 이번 기획의 두 번째 기사인 ‘산재 벼랑, 비정규직 영세사업장’은 불안정한 노동과 노동 강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사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는 업체들과, 일감 불안에 시달리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었다”며 “이들 에게, 쌓인 피로가 부르는 노동재해의 ‘비극’은 그저 ‘운수’나 ‘운명’ 일 뿐이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자들이 산재를 운명으로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하도급 구조 등에 대한 분석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불안정하고 싼 노동을 찾게 되고, 이렇게 불안정한 노 동 시장에서는 기초적인 노동자들의 건강에 관한 법률도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기에 불안정한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 기 없이 산재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홍석만/ 네, 다른 문제는 없나요?

이꽃맘/ 두 번째 문제는, 산재의 문제를 불쌍한 노동자들을 치료해주는 시 혜의 관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이번 기획의 세 번째 기사인 ‘산 재나라 온 이주노동자’라는 기사는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달고 치료 다운 치료도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홍석만/ 시혜적 관점이라, 구체적으로 어떤가요?

한겨레 산재 기획, 시혜적 관점 가득

이꽃맘/ 이주노동자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이 땅에서 안정 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한 겨레의 이번 기사는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산재를 당해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음에도, 결국 ‘불법체류자도 치료받을 수 있어요’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법적 원칙 만을 되뇌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산재를 보장받을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장 다 친 곳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비자 등의 문제 해결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들은 불쌍해서 치료 해줘야하는 것이 아 니라 노동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치료에 대해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 지요.

그러나 한겨레는 이런 지적은 사라진 채 손이 잘려 아파하는 노동 자들의 사진을 선정적으로 실어가며 시혜적 관점을 강화하는 방식 의 보도에 집중했다는 지적입니다.

홍석만/ 그렇군요. 한겨레가 산재에 대해 기획연재까지 마련하며 관심을 보 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꽃맘/ 네, 산재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듯 하지만 현실에서 산재를 인정받 기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도 등 현안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어 이번 기획이 일상적인 보도가 아닌 한 번의 이벤트성 보 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실에서 산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싸움은 현재 산재 법의 사각지대를 더욱 명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싸움을 보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홍석만/ 구체적인 예가 있나요?

이꽃맘/ 현재 사업장에서의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로 인한 정신장애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조 합의 투쟁은 직업병의 영역을 확장해나간다는 것과 산재 인정을 위 한 집단적인 행동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한 투 쟁입니다.

한겨레, 현실 산재 인정 투쟁 외면한 채 이벤트성 보도만

실제 산재 인정에 대한 사각지대가 줄어들고 보장범위가 넓어진다 고 해도 산재 인정의 실질적인 사각지대는 신자유주의 하에 노동자 들에 대한 통제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 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조합의 싸움을 통해 볼 수 있는데요.

홍석만/ 결국 사각지대는 자본의 입맛대로 만들어진다는 것인가요?

이꽃맘/ 네, 자본의 뜻대로 관리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치료만 보장해주 고, 신자유주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노동 강도에 대한 비판을 집단화하는 환자들은 치료해주지 않겠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의 보도 속에 서 자본 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통제하는가, 이 과정에서 산재의 사 각지대는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한 것이죠.

앞으로 한겨레가 산재에 관련해서 일회성이 아닌 현안에 대한 일상 적인 보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홍석만/ 네 이꽃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꽃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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