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특집 HIV/AIDS - 1부] 말할게 있수다

참세상  / 2006년10월09일 14시11분

하주영/ 오늘 추석인데요. 모처럼 찾아온 긴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시죠. 피플파워에서는 추석을 맞아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에이즈에 대해서 아십니까? 그리고 에이즈를 불러오는 HIV를 아십니까? 오늘은 HIV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온 HIV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들의 삶과 이들이 차별받아온 인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영상 보시고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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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1영화와 미디어 속 감염인에 대한 왜곡OFF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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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오늘 스튜디오에는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셔요?

하주영/ HIV와 에이즈 감염인의 삶과 인권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우리가 일반적으로 에이즈라고 부르는 질병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에이즈 어떤 병입니까? ①


미류/ 에이즈는 영어약자를 소리나는 대로 읽은 건데 한글로 풀어보면 ‘후천성면역결핍증’입니다. 면역이 결핍되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것들에 몸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이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영어약자로 HIV입니다.

하주영/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에이즈 감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은 데요. 대부분 사람들은 에이즈를 잘은 모르지만 성생활이 문란하거나 동성애자가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병에 대해 잘못 알려진 지식들이 있다면?②

#1. AIDS, 잘못 알려진 지식과 엉뚱한 공포

미류/ 상담사례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자위를 하다가 정액이 입에 튀었다, 에이즈에 걸리게 되는 건가요?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정보들이 상징적으로 드러나죠. 통상적으로 장려되지 않는 성행위의 결과라는 것, 이것이 특히 동성애에 집중되어 나타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인체로 전파되어 감염이 발생하는 것인데 개인의 성생활이 원인이 된다고 많이들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기 발병자가 주로 남성 동성애자 그룹에서 나타났다는 사실과 이것을 섹슈얼리티 억압의 이데올로기로 사용한 보수적인 정치세력들의 왜곡이 만든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주영/ 이런 인식들에는 감염경로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한 몫을 한다고 생각 합니다. HIV가 감염되는 경로를 올바로 알아야 감염인들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 같습니다. ③

미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체액을 통해서 전파됩니다. 혈액이나 정액 같은 거요. 아까 소개한 상담사례를 보면 자신의 정액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갔다고 걱정할 이유가 없는 거죠. 수혈이나 성관계를 가질 때 주로 전파되고 감염된 엄마가 아이를 분만할 때 태아감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성관계를 통한 감염이 가장 흔한 반면, 전파가능성은 수혈이 90% 이상으로 가장 높고 성관계의 경우 0.1~1% 정도의 전파가능성을 보입니다. 자연분만할 때는 약 4분의 1 정도 감염이 나타나구요. 그 외에 음식물이나 음료수, 기침, 재채기, 모기나 벌레에 물린 경우 감염되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감염이 된 후 바로 면역결핍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아요. 10여년 정도의 무증상기가 있죠. 이때는 에이즈 환자가 아니라 HIV 감염인인 거고 이때 약을 잘 복용하면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하주영/ 만성질환과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감염인들에 대한 이런 편견은 어떤 경로에서 나온 것입니까? ④


미류/ 편견이 만들어지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언론이고 에이즈에 대한 홍보를 맡고 있는 정부기관이나 유관단체들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얼마전 한 감염인단체의 워크샵에서 인권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에이즈에 대한 포스터를 이용해 직접 바꿔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료로 나간 포스터는 “순결! 에이즈를 퇴치합시다”라고 적힌 것과 “무분별한 성관계가 당신의 인생을 죽음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것 두 종이었는데 뒤의 것은 남성 두 명이 안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느낌이 오나요? 대부분의 홍보에서 에이즈는 퇴치되어야 할 것으로 다루어지며 무분별한, 문란한 성관계가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죽을 수도 있다는 방식으로 공포를 유발한답니다.

감염인들이 직접 만든 포스터를 보면 따로 비판할 필요도 없는데 “인권! 에이즈를 바로 압시다”, “안전한 성관계가 당신의 사랑을 지켜줍니다” 이렇게 만들었지요.

하주영/ 이런 잘못된 인식들이 감염인의 인권보호가 아닌 차별과 편견 그리고 인권침해의 제도화로 이어지는 듯 한데요. 어떻습니까?⑤

미류/ 네. 마치 질병이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것처럼 다루어지다보니 그 사람들이 죄값을 치루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인식은 감염인들도 많이 얘기하는데, 자신이 처음 감염사실을 확인했을 때 대부분 혼란을 느끼게 되요. 자기관리 못하고 문란하게 노는 것만 밝히는 사람이 걸리는 병에 왜 내가 걸렸지? 그러면서 자기를 긍정하기까지만도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그런 후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감염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들이 알려지지 않다보니 직장이나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기를 두려워하고 심지어 병원에서조차 거부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주영/ 지금까지 HIV와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감염인들에 대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지난 16일 아주 특별한 수다가 있었습니다. HIV감염인들의 증언이 있었는데요. 이날 행사의 제목이 ‘말할게 있수다’ 입니다. 26년만에 한국에서 처음 있는 발언입니다. 먼저 간략한 영상 보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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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2 + 말할게 있수다 도입부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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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염인들의 인권증언
하주영/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에이즈 감염인들의 증언이 있었는데요. 이날 행사가 ‘말할게 있수다’라는 행사였는데요. 이번 감염인들이 직접 증언에 나선 의의가 클 것 같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⑥

미류/ 감염인들이 공개적인 자리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죠. 한국에서 첫 감염인이 발생한 지 21년이 지난 지금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감염인들이 처음부터 함께 준비해서 만들어간 행사입니다. 증언을 하는 사람이든, 스탭을 맡는 사람이든 자신의 삶을 서로 나누며 어떤 자리로 만들어갈지 결정해갔다는 거죠. 그래서 증언을 통해 드러난 이야기들은 그동안 언론에서 선정적으로만 다루던 감염인의 모습과는 달라요.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동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이야기하는 모습. 참가자들에게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현실을 돌아보게 한 자리였다고 봅니다.

하주영/ 감염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사회적인 낙인으로 인해 숨어살아야 하는 삶이 되어버렸는데요. 수다이후 감염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⑦

미류/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로도 많이 뿌듯해했어요. 오신 분들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감염인 커뮤니티 활동 이외의 활동이 거의 없었던 분들은 특히나 더 큰 감동을 받고 간 것 같아요. 단체활동 등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분도 있었구요. 증언에 나섰던 분들도 많이 긴장되고 떨렸지만 함께 준비한 덕분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했구요. 좀더 잘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증언에 나선 감염인들을 조금 걱정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공개적인 석상에 선 것이고 참가자들을 믿기는 하지만 소문이라는 게 워낙 순식간에 돌다보니... 준비했던 감염인들과는 얼마전 평가를 했는데 앞으로 이런 자리, 감염인들이직접 준비해서 사회와 소통하는 자리들을 꾸준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적극적으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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