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언론, 감염인 ‘낙인’과 ‘통제’에만 열올려

참세상  / 2006년10월09일 14시15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어서 언론에서는 HIV와 AIDS가 어떻게 다뤄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김삼권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삼권/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HIV, AIDS 그리고 감염인 인권, 지금까지 들어본 바와 같이 워낙 사회적 편견이 심해서 언론이 다루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일 것 같은데요. 언론이 에이즈 문제를 다루는 방식 어떻습니까?

김삼권/ 말씀하신대로, 사실 에이즈 문제가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가 맞습니다만. 에이즈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태도는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에이즈가 다뤄지는 방식을 살펴보면, 유독 ‘에이즈 환자가 몇 명 늘었다’, ‘에이즈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식의 보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주영/ 예. 그런데, 에이즈가 아니어도 어떤 질병의 현황과 예방 체계의 문제점을 언론이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자막 : 언론, 감염인 ‘낙인’과 ‘통제’에만 열올려 ↓

김삼권/ 맞습니다. 그런데, 에이즈를 다루는 이 같은 보도들은 표면적으로는 에이즈라는 질병이 늘어나고 있고, 질병예방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런 보도들 속에는 감염인 인권은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고, ‘에이즈는 죽음의 병’이라는 식의 이미지와 ‘감염인들을 더 잘 통제해야한다’는 메시지만 실린다는 게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주영/ 구체적으로 어떤 보도들이 있었나요?

김삼권/ 연합뉴스는 지난 9월22일 ‘작년 군대 에이즈 감염자 27%’증가 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INS 1. 연합뉴스 기사)

‘징병검사시 에이즈검사항목 미비 허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기사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에이즈 감염자 현황’이라는 국감자료의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 기사인데요. 이 기사는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에이즈는 죽음의 병’이라는 등식을 그대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국감자료를 인용해 “군 에이즈 감염자가 전년도에 비해 47% 가량 늘었고, 올해 9월 현재까지 12명이 군 에이즈 환자로 추가 판명됐다”며 “국방부는 에이즈 환자로 확인된 장교, 부사관, 훈련병을 전역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HI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직장이나 일상생활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사는 국방부가 HIV 감염사실을 이유로 직업군인인 장교와 부사관들을 포함해 감염인 모두를 즉각 전역조치 했다는 내용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HIV 감염인들을 왜 전역조치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근거는 기사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직장에서 HIV감염사실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면, 명백한 부당해고에 해당되는데도 말입니다.


하주영/ 그렇군요. 회사로 치면 국방부가 부당해고를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군요.

김삼권/ 연합뉴스의 이 기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죽음의 병’이라는 낙인을 부각시킨 뒤 바로 뒤이어 ‘감염인들에 대한 통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공성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훈련병의 경우, 징병검사시 에이즈 검사 항목이 없어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가 훈련소 입소 후 입영 검사 시 에이즈 감염이 확인된 경우”라며 “군 장병들의 건강 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징병검사시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보도에서 나타난 공성진 의원의 주장은 현재 감염인 당사자들이 ‘인권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즉 징병검사 시 강제검진조항을 포함시키자는 내용이죠. 현재의 에이즈예방법도 인권침해와 위헌적 소지가 다분해 감염인 당사자들이 새로운 법을 준비하고 있는데, 공성진 의원은 거꾸로 강제적인 집단스크리닝을 실시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연합뉴스는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주영/ 예나 지금이나 에이즈를 다루는 언론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요. 에이즈 문제에 대해 언론이 왜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자막 : 의료인 등 전문가, 에이즈에 대한 편견 별반 다르지 않아 ↓

김삼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우선 에이즈 문제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 전문가 집단이라고 불리는 언론인, 의료인 그리고 정책을 수립하는 국회의원들도 에이즈에 대한 인식수준이 일반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데 있는 듯 합니다.

하주영/ 쉽게 말해, 기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무지하다는 말씀이신지요?

김삼권/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어떤 질병의 전파경로, 증상 등에 관한 세부적인 정보에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그 역할은 전문가들이 해줘야 하는데요. 기자들도 무지하다보니, 왜곡된 정보와 편견을 유포하고, 이게 사회적 수준에서 공유되고, 감염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로, 재작년에 한겨레에서 에이즈 관련 기사가 감염인 및 성소수자 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기사는 2004년 1월 8일자, '여성동성애 에이즈감염 첫 확인', '남성동성애자 28% 헌혈경험' 이라는 제목의 두 개의 기사였습니다. 당시 이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한겨레신문 보건복지 전문기자였습니다.

(INS 2. 한겨레신문 기사)


한겨레신문은 비공개 조사자료를 인용한 두 개의 기사를 통해 “동성애자의 28.3%는 에이즈검사를 목적으로 헌혈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즈 감염인 5명 가운데 1명꼴로 동성애를 자주하고 있으며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때때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등 마치 동성애자들은 헌혈도 해서는 안되고, 동성애와 에이즈 간에 어떤 절대적 상관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이 두개의 기사에 대해 “언론인의 양심과 정도를 버리고 특종을 위해 HIV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반인권적 기사”라고 규정했습니다. 비공개로 작성된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비윤리적이고, 에이즈를 동성애자들만이 걸리고, 이들이 에이즈를 전파시키는 온상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게 단체들의 핵심 주장이었습니다.

하주영/ 다른 부분도 많겠지만, 동성애와 에이즈를 연관 지으려는 행태는 언론도 마찬가지군요.

김삼권/ 그렇습니다. 사실 에이즈가 처음 발견됐을 때 ‘게이돌림병’이라고 불릴 정도 그 왜곡의 정도가 심각했습니다. 앞서 미류 활동가가 지적한 것 처럼 동성애가 에이즈를 발생시킨다는 것은 완전히 허무맹랑한 일종의 소설 같은 얘기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에이즈를 떠올리며 동성애자들을 연상하고, 이들을 마치 질병의 온상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위의 경우처럼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언론의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보도는 지금까지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을 등한시 한 채 관리와 통제에만 열을 올려 온 정부정책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통제와 관리 위주의 예방체계를 유지․홍보하고 있고, 언론은 비판적 시각 없이 그대로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언론 보도,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자막 : 에이즈, 감염인 당사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김삼권/ 예, 개인적으로 언론이 에이즈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보도를 하기는 것은 의외로 쉬운일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 19일 열린 에이즈증언대회에서 12년 전에 HIV에 감염된 한 감염인은 “자신이 처음 에이즈에 걸린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자신은지금도 언론과 의료인 등 전문가 집단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말했습니다. 참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날 증언대회는그동안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숨죽이고 살던 감염인 당사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최초의 행사였습니다. 언론이 이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인다면, 정보의 왜곡도 ‘차별과편견 그리고 공포의 유포자’로서의 오명을 벗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하주영/ 지금까지 에이즈 특집 1부, 에이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에이즈 환자들의 증언, 그리고 언론에 나타난 문제들을 짚어 봤습니다. 1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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