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에이즈 감염인의 목소리를 들어라

피플파워  / 2006년12월12일 12시35분

하주영/ 오늘 첫 순서 현장속으로 입니다. 지난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는데요. 에이즈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감염인들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조차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늘 현장속으로에서는 에이즈 인권 운동의 역사와 HIV/AIDS 감염인 인권 주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봅니다. 먼저 정부가 후원한 에이즈의 날 행사장에서 벌어진 일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영상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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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 12월 1일 영상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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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오늘 스튜디오에는 ‘HIV/AIDS 감염인 인권주간 준비위원회’ 홍지은씨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인사)


홍지은/ (인사)


하주영/ 지난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는데요. 세계에이즈의 날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홍지은/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에 개최된 ‘에이즈 예방 세계 보건장관회의에서 제정됐다. 1988년부터 2004년까지는 유엔에이즈계획이 주관하였으나, 2005년부터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국제 민간단체인 ‘세계 에이즈 캠페인’으로 행사 주관단체가 변경되었다. 2005년과 2006년 세계 에이즈의 날은 ‘에이즈를 막자, 약속을 지켜라’는 주제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서 약속이란, 2001년 6월에 열린 HIV/AIDS에 관한 UN 특별회기에서 189개국의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HIV/AIDS에 관한 임무 선언’을 말한다. 선언은 에이즈 확산이 세계적인 위기상황을 만들고, 인류의 삶과 존엄에 강력한 위협임을 알리며, 예방에서 치료 기금 마련에 이르기까지 10가지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리하여 2015년까지 HIV/AIDS의 확산을 멈추고 감염률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의 세계 에이즈의 날 세부 주제는 ‘책임성’이다.


하주영/ 모든 차별과 편견이 있는 곳은 차별과 편견을 깨기 위한 운동이 있기 마련인데요. 에이즈운동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 일 듯 합니다. 에이즈 운동의 역사도 험난했을 듯 한데요.


홍지은/ 세계 에이즈 운동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체가 있다. 바로 미국의 액트업이다. 에이즈는 1981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후 4년간 미국에서만 에이즈로 1만 2천명이 사망할 동안, 레이건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한 번도 에이즈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1987년까지 ‘에이즈’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에이즈 확산을 수수방관해 온 미국 정부에 분노를 터트려온 에이즈 운동가 래리 크레이머는 1987년 에이즈 환자 1만 여명을 모아 ‘직접행동’ 조직인 Act Up을 결성한다.


액트업은 침묵은 죽음이라는 공격적인 구호를 외치며 전투적인 항의행동을 펼쳤다.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인 지도부딘을 환자들이 먹을 수 있게 하고 조속한 치료제 개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지도부딘을 개발한 제약사가 있는 월스트리트를 봉쇄했다. 그 밖에, 성패트릭 성당, 뉴욕 증권거래소 등에서 시위를 하면서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에이즈로 사망한 환자의 관을 들고 백악관으로 행진하며 자신들의 절박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액트업의 투쟁은 결국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정부를 움직여 에이즈와 관련한 지원과 예산이 배정되게 만들었다.


하주영/ 그렇다면 한국에서 에이즈 운동은 어떻게 시작 되었나요?

홍지/ 한국의 에이즈 운동은 동성애 운동에서 비롯됐다. 1998년 동성애운동이 단순한 모임에서 사회운동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한국에이즈연맹은 동성애자들을 타겟 삼아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사실들을 언론에 뿌렸다. 이에 ‘왜곡된 언론보도와 에이즈정책에 대항하는 범동성애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1998년 1월 26일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된 범대위발족에는 150여명의 동성애자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방송국과 연맹에 찾아가 강력히 항의했다.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편견에 대응한 최초의 움직임이었다.


하주영/ 처음 영상에서 보았듯이 정부가 후원한 에이즈의 날 행사는 ‘편견과 차별을 넘어’라는 주제로 진행 되었는데요. 제목만 놓고 보면 적절한 구호였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과 감염인 당사자들은 올해 행사에 항의 하는 행동을 진행했습니다. 행사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나요?


홍지은/ 먼저 행사프로그램이 주제와 목적에 부합하기나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행사주제는 ‘에이즈감염인 인권향상 및 편견과 차별해소’로 정해놓고 대회사, 치사, 격려사, 그리고 무엇을 기념하는지 모를 합창 공연과 레이저 쇼로 채워졌다. 발언하는 사람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학전문기자, 보건복지부차관, 협회 회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이다. 에이즈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감염인의 발언이 없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상황인가? 행사목적에서 밝힌 것처럼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전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해소 및 감염인에 대한 지원은 물론 인권향상을 통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위해서는 감염인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정책입안과정에 감염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에이즈의 날 행사에서 감염인들의 목소리를 배재한 정부는 대신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했다. 그는 이 날 전 세계 에이즈 확산의 주범인 부시 정부를 치켜세웠다. 그 자리에는 부시 정부와 미국의 초국적제약자본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감염인들이 있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1부 식순이 끝날 무렵까지 행사장 진입을 차단당했다. 준비위에 참여했던 감염인 한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은 초청까지 받았는데도,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행사 이후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감염인 인권 증진과 한미 FTA 협상 중단’요구를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협회 관계자가 항의서한을 빼앗아 갔다. ‘편견과 차별을 넘어’라는 행사구호가 무색해졌다.


하주영/ 에이즈의 날 행사에서 감염인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홍지은/ 감염인이 발언 기회를 달라고 했던 이유는 단지 ‘감염인이 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감염인이든 비감염인이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감염인의 입장에서 정부에 요구하고, 감염인의 인권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에이즈가 발견된 지 22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감염인 당사자나, 감염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정부는 에이즈확산의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은폐한 채 그 책임을 감염인에게 묻고 그들을 시한폭탄과도 같은 관리대상으로 간주하여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확산하는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하주영/ 지금까지 세계 에이즈의 날에 대한 이야기와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운동에 대해 들어 보았습니다.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HIV/AIDS 감염인 인권주간이었는데요. 관련 영상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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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 인권주간 상영물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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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염인의 목소리를 들어라 - 감염인 인권 주간


하주영/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HIV/AIDS감염인 인권주간을 선포하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는데요. 인권 주간 선포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홍지은/ HIV/AIDS 감염인 인권주간의 명칭은 ‘Positive Right(긍정적인 권리)’이다. Positive Right란 병의원에서 에이즈 환자의 병상에 표기한 ‘A+’에서 착안한 말이다. A+란 HIV 양성을 뜻한다. HIV 양성은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다. 그들의 인권은 부정당하고 있다. 즉 -, negative다. Positive Right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부정당하는 감염인들의 권리 회복을 뜻한다. 또한 +, positive는 ‘긍정적’이란 뜻도 있다. 지금까지 공포와 배재의 맥락에 갇혀 있었던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의미한다. 인권주간에서 준비한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염인들의 권리에 대해 알리고,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게 하고 싶었다.


하주영/ 인권 주간에 있었던 행사를 소개해 달라.


홍지은/ 11월 28일 오전 10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선포 기자회견을 열면서 5일간의 인권주간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28일, 29일 양일간 12시에서 1시까지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길거리 콘서트와 병원에서 감염인의 차별 문제를 다룬 캠페인을 펼쳤고 수많은 시민들에게 감염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선언을 받을 수 있었다.


29일 저녁 7시에는 인권포럼 ‘한국의 에이즈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개최했습니다.
30일에는 홍익대학교 근처 클럽 ‘툴’에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문화제 <인권을 말하‘쑈’>가 열렸다. 인권주간 마지막 날이자, 에이즈의 날이었던 12월 1일에는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가 열린 대치동 코스모타워에 가서 세계 에이즈의 날을 감염인 인권의 날로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하주영/ 감염인 인권주간 준비위에서는 에이즈의 날을 감염인 인권의 날로 선언했는데요. 이는 감염인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죠. 실제 감염인에 대한 편견이나 인권침해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홍지은/ 감염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에이즈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다. 이는 비단 일반 대중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운동 진영에서도 에이즈에 대한 편견은 뿌리 깊다. 한미 FTA 3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9월 9일, 탑골공원에서 보건의료대책위가 주최하는 반대 집회가 있었다. 이 때 한 노동자에게 에이즈 예방법을 비판하는 스티커를 줬더니 “나는 더러운 사람이 아닌데 왜 이걸 주느냐?”라고 말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인 ‘누구나 건강할 권리'에 누구보다 FTA 반대 활동을 열심히 해왔던 에이즈 환자들은 배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약 자본과 위정자들이 에이즈를 은유하는 방식을 운동진영에서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말 한 마디가 감염인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편견이 심한 상황에서 감염인의 신원 노출 역시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감염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사회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에서 감염인이 원하지 않는 노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공개석상에서 감염인의 아우팅(신원 노출)을 요구하는것은 중대한 잘못이었다. 감염인은 우리 사회에서 그 누구보다 프라이버시가 지켜져야 하는 존재이다. 직장, 병원 등 일상생활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이지만, 에이즈 운동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하주영/ 에이즈 예방법 공동행동 활동이 올해 활발히 진행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올해 활동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홍지은/ 에이즈와 에이즈 예방법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성과다. 운동 진영 내부에서 에이즈 문제를 부각시킨 것도 최초였다. 12월 1일 행사 때 벌어진 상황이 유감스럽지만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알았고, 그 모순성에 대해서 외부에 드러낼 수 있었다. 또한 준비위를 결성하면서 기존 에이즈 예방법 공동행동의 외연을 넓히면서 감염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다 많은 감염인들을 이번 인권주간에 참여시키지 못한 것이다. 외연을 넓히기 위해 몇몇 단체의 대표들만 만났지, 감염인 한 명 한 명 만나서 설득하는 작업을 게을리 했다. 에이즈의 날 행사장에서 우리에게 주머니 속의 쌈짓돈을 꺼내주면서 격려해 준 감염인들도 있었다. 우리 생각에 동의하더라도 쉽게 자신을 알리기 어려운 감염인들의 처지를 염두에 두고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활동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주영/ 마지막으로 향후 활동 계획 설명해 주시죠.


홍지은/ 에이즈 예방법 대응 공동행동에서 발의한 에이즈 예방법 전면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치료접근권 보장을 위해 한미 FTA 반대 운동도 할 것이다. 로슈라는 거대제약회사가 한국에 왜 푸제온을 팔지 않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권주간 준비위에 참여했던 단체들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에이즈 감염인의 문제가 더 이상 감염인만의 문제가 되지 않을 날을 위해 우리는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주영/ 지금까지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 예방법 대응 공동행동’ 홍지씨와 에이즈 인권 운동의 역사와 HIV/AIDS 감염인 인권 주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홍지은씨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인사)


홍지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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