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한겨레, 빈곤층 시혜적 시선 이제 그만

피플파워  / 2006년12월12일 12시51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이꽃맘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꽃맘/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이꽃맘/ 네, 벌써 2006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인데요. 겨울도 한 층 더 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맘 때쯤 되면 언론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요. 한겨레도 이와 관련된 기사를 르포형태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한겨레의 보도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주영/ 이 맘 때쯤이면 모든 언론사가 한 두 개 정도의 르포를 의례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한겨레도 이에 뒤쳐지지 않고 움직였는데요. 지난 4일부터 김기태 한겨레 기자가 직접 상계동 양지마을이란 곳에 들어가서 한 달 동안 생활을 하면서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사로 쓰는 방식의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김기태 기자는 자신이 이사를 하는 순간부터 기사를 쓰기 시작하는데요. 나쁘게 말하면 체험 삶의 현장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하주영/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직접 느껴보고 기사를 쓰기위한 기자의 노력이 느껴지는 데요.


이꽃맘/ 물론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삶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기사를 생산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예를 들고, 마치 극기체험을 하는 듯한 분위기로 기사를 쓰면서 또 다시 빈곤의 문제가 어떤 특정 계층의 문제인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그간의 보도태도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론의 재구성에서 무수히 지적해 왔지만 이제 한국은 절대 빈곤층이 천만에 이르는 빈곤의 나라입니다. 이것이 어떤 특정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하주영/ 이런 한겨레의 보도태도가 시혜적 시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지적해 왔었는데요.


이꽃맘/ 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빈곤의 문제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김기태 기자는 ‘사업망해, 사기당해, 10집 중 3집 신 빈곤층’이라는 기사를 통해 “몰락한 중산층이 재해, 사고 등으로 빈곤층에 편입되면 높은 집값과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 때문에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라며 신 빈곤층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빈곤층은 어떤 특정한 사건에 의해 가난해졌다기 보다는 끊어낼 수 없는 가난의 굴래와 노동을 해도 가난을 벗어 날 수 없는 저임금 노동에 그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이 보도는 또 어떤 특정한 사건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극단적 빈곤만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주영/ 다른 보도는 어떤가요?


이꽃맘/ 김기태 기자는 7일 두 번째 르포기사를 보도하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꿈이 안보여요’라는 제목의 아동 빈곤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특히 이 기사에서는 양지마을 공부방서 만난 아이들이 대부분 한부모 가정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는데요. 부제로는 “엄마랑 같이 살았으면”이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하주영/ 한부모 가정이 빈곤의 원인이라는 이야기 인가요?


이꽃맘/ 빈곤의 하나의 원인으로 한부모 가정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물론 아동 빈곤에서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동 빈곤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보도는 “저소득층 청소년 지원이 더욱 촘촘하게 이뤄져야 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어 조순배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대표의 말을 인용해 “많은 학생들이 학원을 갈 때 남겨지는 빈곤층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전국적으로 매우 보족한 실정”이라며 더욱 촘촘한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좋은 말인 것 같은데, 어떤 문제가 있나요?


이꽃맘/ 물론 현재 존재하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특히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의 빈곤을 강조하면서 이 기사는 다시금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죠. 사회가 정해놓은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 형태를 정상으로 놓고, 한쪽 부모가 없으니까 문제가 생긴다라는 방식은 정상가족 형태를 절대화하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근본적인 원인은 한 부모로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아동을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 없이 아동에 대한 보육의 책임을 온전히 가족이라는 형태로 전가하고 있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주영/ 이렇게 살펴보니까, 이번 보도가 그동안 지적해왔던 시혜적 시선과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태도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빈곤의 문제를 다룰 때, 특히 겨울이 오고 이런 문제를 다룰 때 대부분의 언론은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은 비켜간 채로 그저 불쌍한 사람 한 번 돌아보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자라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도 마찬가지인데요. 빈곤의 문제는 기아 체험 방식의 극한 방식으로 알려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빈곤 인구 천 만 시대, 이제 빈곤은 특정한 계층의 문제가 아닙니다. 빈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빈곤사회연대에서는 올 겨울에도 빈민현장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른 단체처럼 봉사라는 개념을 쓰지 않는 이유는, 빈곤을 해결하는 문제는 구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에게 이런 방식의 르포보다는 빈곤사회연대에서 하는 현장활동을 함께 취재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네요.


하주영/ 네 이꽃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꽃맘/ 감사합니다.


하주영/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94회 1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시 후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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