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다시 소모품이 될 수 없다 - 530일 넘은 기륭노조 투쟁

피플파워  / 2007년02월21일 15시01분



하주영/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동물원의 반달곰과 지리산에 방목된 반달곰 중 어느 곰이 더 행복할까요? 전경련과 교육부가 합의한 경제교과서에는 동물원의 반달곰이 사유재산이 되기 때문에 국가의 공유재산인 지리산 반달곰보다 안전해서 행복하다는 논리를 폅니다.


그러나 이런 사유재산의 논리는 극단적인 노사관계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노동자는 회사의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는 언제든지 자르고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요구해도 따라야 합니다. 심지어는 사장이 노동자의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현장속으로에서는 사유재산처럼 소모품 취급을 받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500일이 넘는 길거리 투쟁을 담았습니다. 먼저 지난 2005년부터 기륭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게 된 과정,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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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2005 기륭전자분회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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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영상 잘 봤습니다. 스튜디오에는 기륭전자 노동자 유흥희 조합원 나오셨습니다.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1년반 전에 한번 소개해 드린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공장 안에서 투쟁을 하고 계셨는데요. 지금은 공장 앞에서,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기륭전자 어떤 회사 입니까?


유흥희/ 기륭전자는 구로공단에 위치한 500여명 규모의 최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생산직에 있는 300여명중 정규직 15명, 계약직 40명, 나머지 250명이 파견직으로 구성되어 있고, 생산 품목은 위성라디오, GPS, 네비게이션등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서 2005년 당기순이익 210억원을 자랑하는 코스닥 상장회사입니다. 주요 거래처는 미국의 시리우스사와 일본의 소니사이고,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등에 네비게이션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해고 과정과 노동조합 결성과정등을 설명해 주십시오.


유흥희/ 기륭전자는 적기생산방식으로 생산을 한다면서 재고 없이 일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이 많을 때는 밤을 몇일씩 새우기도 하고 자재수급이 조금 원활하지 못해 일감이 잠시 줄어들면 해고를 하였고 해고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또다시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했습니다. 기륭전자는 이같은 일을 수차례 반복해 왔습니다. 파견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파리목숨처럼 우린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5년 초에는 이런 물갈이해고가 더 심했고 아파서 잔업을 뺀다던지, 잡담을 했다고, 관리자인 조장에게 말대꾸했다고 해고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문자로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이 생겼고 현장내에서 더 이상 이렇게 해고당하고 살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7월 5일 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노동자가 하나가 되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입니다.


하주영/ 노동부는 기륭의 파견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하기도 했는데요. 불법으로 판정이 났으면 불법에 대한 시정이나 처벌등이 있어야 하는데 판정의 효과가 있었나요?


유흥희/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오히려 길거리로 ㅤㅉㅗㅈ겨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회사는 불법파견 판정 즈음에 계약해지라는 명목으로 계약직, 파견직 노동자들을 해고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부가 불법파견 시정 지도를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해서 고용이 유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진성도급하면 합법적이라고 지도하여 몇 명 없는 정규직과 계약직노동자들까지 사직서를 받고 도급회사로 보내버렸습니다. 결국 있는 정규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만든셈입니다. 또한 검찰은 불법파견기소를 하면서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는데도 겨우 벌금 500만원을 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결국 불법파견판정이 고용을 보장하는 시정조치가 되지 않고, 법적 책임의 강도 또한 미미함으로 인해 피해를 본 파견노동자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하주영/ 불법 파견 판정이후 사측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요?


유흥희/ 불법파견 판정이후 기륭전자는 노동부가 시키는 대로 합법적으로 하겠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먼저 관악노동부의 지도를 통해서 4개의 업체로 나누어 도급화를 빠르게 진행했고, 파견노동자들을 4개의 도급회사의 정규직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면서 1년짜리 도급 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했습니다. 그래도 도급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해고를 자행했고, 현장에 몇 명 남아있지 않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로 설득하여 도급회사로 보내는 어이없는 일들을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도급회사 직원이 되면서 달라진 것이라고는 작업복과 출퇴근카드 뿐 일하는 것은 예전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주영/ 그렇다면 불법을 저지르고도 어떤 재제도 없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불법이라고 밝혀졌는데도 전혀 시정되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유흥희/ 기륭전자는 2005년 8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고, 작년에 검찰로부터 불법파견으로 기소되었지만, 불법을 저지른 사업주에게 500만원의 양형을 선고하는 형식적인 처벌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처벌은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현장으로 돌아가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축소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사업주들의 편에서 노동부와 검찰, 정부가 하나 되어 비정규직 확대 정책을 계속적으로 진행하는 한 불법파견의 문제는 이름만 바뀐 도급의 문제로 계속 발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때문에 정부의 비정규직을 없애려는 의지가 없는 한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하주영/ 파견이라는 고용 형태가 야기하는 문제점이 기륭에서는 어떤 식으로 드러났습니까?


유흥희/ 무분별한 해고, 인격모독, 임금차별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정규직화 계약직 파견직을 마치 1등노동자 2등노동자 3등노동자 취급을 하면서 파견직은 뭔가 엄청 능력이 뒤떨어진 사람처럼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로인해 기본적인 인간관계조차 형성하기 어려움이 있었고, 임금차별 또한 심각해서 정규직은 상여 700%, 계약직은 400%, 파견직은 0% 그리고 파견직은 신입사원이나 2년차나 기본급차이가 없습니다.


하주영/ 지금가지 기륜전자 불법 파견에 대한 이야기 나눠 봤는데요. 최근 투쟁 영상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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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기륭전자분회 최근 투쟁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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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최근 투쟁 모습 영상으로 봤는데요. 투쟁하신지 530일이 넘었습니다. 현재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은 얼마나 남아 있나요?


유흥희/ 530일이 넘는 투쟁으로 많은 조합원들이 생계가 어려워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조합원들은 우리 자식들에게는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물려줄 수 없다는 각오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조합원은 전체40여명 정도인데, 몸이 아프거나 생계가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나가시는 분들을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투쟁에 결합하는 조합원은 20여명 정도 됩니다.



하주영/ 530일 짧은 기간이 결코 아닌데요. 그간 어떤 투쟁을 해왔으며 이렇게 오랜 투쟁이 가능한 원동력이 어디에 있습니까?


유흥희/ 우리문제를 풀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우리의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해고중단과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며, 시작한 투쟁이 55일간의 현장점거농성과 구속으로 이어졌고, 삭발투쟁, 30여일의 단식투쟁, 530일이 넘는 천막투쟁으로 아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랜 투쟁이 가능한 원동력은 조합원들의 분노와 승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입니다.
또한 연대하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한다면 또다시 비정규직의 설움을 우리들의 미래와 아이들의 미래에 지워져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구로공단에서는 정규직을 뽑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파견직입니다. 생계가 어려워 새로운 곳에 취업한 조합원들이 다시 파견직으로 일을 하고 있고 3개월만에 6개월만에 또다시 해고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투쟁을 포기한다면 또다시 끔찍한 파견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다시 예전의 소모품으로, 노예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지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주영/ 지금 대부분 해고 된 상태인데요. 해고 된 이후 돈 들어올 곳이 없었을텐데요. 500여일 동안 어떻게 생계를 꾸려 가고 있나요?


유흥희/ 현재 정규직2명의 조합원이 해고되지 않고 현재까지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생계 문제는 기혼자와 미혼자 모두 힘든 처지에 있는데, 처음에는 보험 깨고, 대출받고, 카드빚을 지면서 지내고, 기혼자의 경우는 아이들의 과외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지경입니다. 거의 가정이 파산 직전까지 가있는 상태이지요. 이렇게 어려운 생계를 분회자체의 재정사업으로 최소한의 교통비 정도로 지급하며 어렵게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향후 계획과 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유흥희/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노동자에게 있어 해고의 문제는 목숨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무감각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소중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모쪼록 거리에서 만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무관심과 질책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주영/ 네 지금까지 기륭전자 노동자 유흥희 조합원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흥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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