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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보호소, 죽음 부른 단속추방 정책

피플파워  / 2007년02월21일 15시37분

하주영/며칠 전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대부분 일을 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던 이주노동자들인데요, 이 사람들은 이곳에 감금되어 있다가 다른나라로 추방된다고 합니다. 이번 화재참사로 정부의 이주노동자 대책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미봉책으로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고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관련 영상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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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이주노동자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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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오늘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실 분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마숨 사무국장이십니다. 국장님 안녕하세요.


마숨/안녕하세요.


하주영/먼저 이번 참사가 벌어진 곳이 여수 외국인 보호소인데요, 외국인 보호소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운영실태는 어떻습니까?


마숨/외국인 보호소는 현재 전국에 21곳이 있고 여기에 9백 명 정도가 수용돼 있다고 합니다. 현재 2003년 11월부터 시행된 단속추방 정책에 따라 법무부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잡아 가두기 때문에 평균 1천 명 정도 수감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06년 6월에 나온 출입국 통계를 보면 한 해에 4만 명 정도가 퇴거된다고 하니 ‘인간사냥’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보호소 실태는 최악입니다. 1인당 평균 1.84평을 사용하고 있고 아파도 치료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동할 때 수갑을 채우고 규정에도 없는 알몸 검사를 당하기 쉽습니다. 여수 보호소 화재 참사 소식을 다룰 때 CCTV를 이주노동자가 자주 가리려고 했다는데 화장실, 샤워실처럼 사생활이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곳은 말 할 것도 없고 사생활이라는 게 없는데 안 가리고 싶겠습니까?



하주영/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정부는 불법체류로 간주하고 범법자로 취급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마숨/우리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단속에 걸리는 이주노동자들은 그저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잡혀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 누구도 산업연수제나 고용허가제 같은 제도 하에서 일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요? 직장도 옮길 수가 없고, 일하는 곳 환경은 너무 나쁘고 견디다못해 공장을 나오면 미등록이 돼 버리는 것이 우리들의 처지입니다. 정부는 우리에게 ‘불법’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짐승처럼 끌려가 감옥에 갇혀야 할 만큼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때문에 단속에 걸려 외국인 수용소에 구금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범죄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구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2002년 이주민인권에 관한 UN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서 ‘모든 형태의 행정적 억류를 전향적으로 폐지시킬 가능성을 고려’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외국인 수용 시설을 더 확충하고 있습니다.


하주영/이런 외국인 보호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마숨/외국인 보호소는 말이 보호소지 사실은 감옥입니다. 이번 여수 참사 사건은 감옥보다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우리 동료들은 보호소가 지옥이라고 말합니다. 오죽하며 그렇게 힘들게 번 임금과 퇴직금도 못받고 나라로 돌아간다는 싸인을 하고 떠나겠습니까?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으려고 오랫동안 갇혀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번 여수 사건에서도 체불 임금 때문에 20일 이상 있다 이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심지어 6개월, 1년이 넘게 갇혀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24시간 CCTV가 방마다 설치돼 돌아가고, 좁은 방에 15-20명 정도를 가둬두고 일주일에 20-30분 정도의 운동 시간이 주어집니다. 개, 돼지도 이렇지는 않겠죠.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운동 안시키고, 사실상 감옥이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하주영/여수 화재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요, 어떻습니까, 현장에도 가보셨는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숨/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새벽 3시55분 불이 났습니다. 이 때 보호소 직원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2중 철창 때문에 불을 끌 수 없었죠. 그리고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데도 사람들이 도망갈까봐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습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완벽한 인재였지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갇혀 있었고, 심지어 700만원을 받으려 기다리던 한 분은 사고 나기 전에 체불 임금이 입금됐는데, 출입국 측에서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못해 이런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정부가, 우리를 얼마나 하찮게 취급하고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사건이 우리를 불법 인간으로 만들고, 사냥하듯이 단속하고 잡아가두는 이 정부의 정책이 진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주영/이번 참사로 가장 가슴아픈 사람들이 유가족들일텐데요, 이번 사건에서 유족들의 심정은 어떤가요?


마숨/유족들은 현재 2명의 사망자 가족만 와 있는데, 정부에서 이 사고가 나고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던 것에 엄청 분노했어요. 뉴스보고 혹시하고 전화해서 알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계속 방화라느니 배상금이 얼마냐느니 이런 말만 계속하고 있는 법무부에게 매우 화가 많이 나 있어요. 사람을 죽여놓고 책임회피하기만 바쁘니까요.
또한 시신을 확인하는 절차에서도 시신을 함부로 대해 목이 꺽이고 떨어뜨릴뻔 한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게 전반적인 한국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선인 것 같아 저도 가슴이 매우 아픈데, 당사자들은 어떨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하주영/정부와 일부 언론은 여수사건을 수용자의 방화사건으로 보고 사건의 원인을 그쪽으로 몰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마숨/이 점은 정말 화가 나는 일입니다. 정부는 처음부터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 사건을 방화로 몰아갔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유족들과 대책위의 사건 현장 방문을 막고 있고, CCTV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이제는 갑자기 라이터가 새롭게 나왔다고 하고. 지금이라도 정부가 자신있다면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방화라 해도 이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망자가 많아진 것은 화재 자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모든 잘못이 그에게 있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정말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정부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이 사건 때문에 자신이 비난과 항의를 받을 것을 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외국인보호소가 유지되고 단속이 계속되면 이런 비극적 참사는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하주영/이주노동자 운동단체들과 현지 방문을 한 것을 알고 있는데, 방문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마숨/우리가 참사 현장에 들어가려고 할 때 법부부와 경찰은 출입을 못하게 했어요. 심지어 기자 브리핑하는 자리에도 못 들어오게 했어요.
이주노동자들이 9명이 죽었어요. 그리고 부상자만 18명입니다. 정부가 정말 떳떳하다면 우리를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을 가스총, 그물총, 몽둥이로 ‘인간 사냥’하던 장본인들이 우리를 막을 자격이나 있는 사람들입니까?


하주영/여기서 잠깐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 듣고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영상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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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이주노동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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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정부에서 몇 가지 대책을 내고 있는데, 정부대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마숨/이번 일로 정부가 내 놓은 대책이라는 게 전국 보호소 안전 점검입니다.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2005년에 화재가 났어요.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런 대참사가 벌어진 겁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강제추방했고, 단속 과정에서 인대가 파열되고 뼈가 부러지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습니다. 정부가 진정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단속을 중단해야 합니다.


하주영/최근에도 출입국관리소의 이주노동자 단속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마숨/최근 신문에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안을 가장 잘 어긴다고 나왔어요. 영장도 없이 마구 이주노동자들을 잡아 가면서 우리한테 불법이라고 합니다. 정부 정책이 이주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단속을 중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단속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지난 1월 22일 전남 해남에서 중국 이주노동자 여풍산 씨(32)가 단속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2월 2일에는 경찰이 인천 지역 노동사무소에서 6백여 만 원의 임금 체불 조사를 받던 몽골 여성 이주노동자를 강제 연행했습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번야드 데이브(34)는 충북 음성 한 공장에서 단속 피하려다 2층에서 추락해 무릎 인대가 파열됐습니다.
단속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부가 말하는 인권 보장이라는 말 앞에는 숨겨진 말이 있는데 바로 ‘사장들을 위한 인권 보장’입니다. 정부가 여수 대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거든 지금 당장 야만적인 단속을 중단해야 합니다.



하주영/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권리 보장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2월1일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 대해 합법성을 인정받았는데 그 경과와 의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숨/우리는 2005년 4월에 우리의 독자 노조를 건설했습니다. 이것은 381일 간의 명동성당 농성 투쟁의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노조를 건설하자마자 노동부가 설리신고를 받아주지 않았고, 아노아르 위원장은 표적 연행됐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조직을 건설하자마자 노조를 지키고 위원장 석방을 위한 활동을 벌여야 했습니다. 무려 1년을 투쟁해 아노아르 위원장의 석방을 이루어냈고, 또 1년을 더 싸워 노조를 인정받았습니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다른 것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같은 것을 주었습니다. 물론 얼마 뒤 이 여수 참사 사건이 터져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 어둡다는 사실을 보여줬지만요.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합법성 보장은 노동권 쟁취를 향한 첫 걸음이라는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주영/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마숨/법적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우리의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12시간 이상 일하고, 저임금을 받는 현실, 체불임금과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들은 계속 벌어질 것입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추방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 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속 추방 반대 운동을 계속 벌여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조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노조로 적극 조직해 함께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워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여수 보호소 화재 참사 사건의 진정한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하주영/마숨 사무국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나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마숨/네, 수고하셨습니다.



하주영/지금까지 살펴본대로 노동에 대해서는 이동의 자유도 없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의 권리도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어떻습니까? 자본의 이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도 없고 자본의 권리는 무제한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수천억, 수조원의 이익을 남겨도 세금 한푼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 게 자본의 속성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범죄자로 보아야 할까요? 우리사회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면서도 묵묵히 일해온 이주노동자들입니까? 아니면 먹고튀는 투기자본일까요?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시하는 정부정책은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합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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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2010.02.05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