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한겨레, 노사 상생하면 성장?

피플파워  / 2007년02월26일 22시01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이꽃맘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꽃맘/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이꽃맘/ 네, 오늘은 한겨레의 보도를 살펴 볼 건데요. 현대자동차가 성과급 삭감 문제를 놓고 지난 1월 심각한 노사대립을 격한 대립을 겪은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한겨레는 2월 22일자를 통해 다시금 이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하주영/ 현대자동차노조의 파업 이후에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요. 한겨레가 이에 대한 내용을 다시 보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꽃맘/ 현대자동차 노사가 노사전문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인데요. 지난 2월 8일 노사가 각 각 5인 씩 추천한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노사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중장기적 노사신뢰 구축과 발전적 노사문화 토대 마련을 위해” 노사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지난 파업 이후 노사갈등에 대한 여론의 압박의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주영/ 지난 파업 당시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여론을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당시 모든 언론들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노조의 파업은 국민경제에 도움이 안 되며 노조가 파업을 접어야 한다며 모든 문제를 노조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이런 언론들의 보도는 현대차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 무엇이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지는 없었습니다. 당시 한겨레의 보도도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주영/ 저도 그 때 한겨레의 보도를 보면서 답답했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이꽃맘/ 네, 지난 파업사태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는 파업 마무리 직후인 1월 18일 나온 기사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는데요. 한겨레는 ‘노사 한발씩 양보해 조기 수습, 극한대치 되풀이 이제 바뀌나’라는 기사를 통해 파업사태를 평가했습니다.
기사는 “현대차 노사는 이번에 과거와 달리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노사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파업 이틀 만에 이뤄진 합의는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노조 설립 이후 최단시간 파업이라는 기록도 남겼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현대차가 아직 갈 길은 멀다”라며 “환율 하락, 고질적인 노사갈등, 경영진과 노조의 비리사건 같은 악재들이 뒤엉키면서 지난해 현대차는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판매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라고 경제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주영/ 노사 상생 모델을 강조하고 있네요. 과연 지금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시에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현대차 노사가 대립했는가의 문제인데요. 당시 파업의 핵심은 노사의 약속으로 지켜져 왔던 성과급 지급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깬 것인데요. 이런 식으로 사측이 언제든지 노조와의 약속을 깰 수 있는, 사측이 노조를 동등한 관계로 인식을 하지 않는 이상 갈등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것은 노사가 대화로 상생해야 한다는 당위로 한꺼번에 풀릴 수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지 않은 채로 조금씩 양보했더니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며 앞으로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좋은 말만 하고 있는 것이죠.


하주영/ 이런 여론의 압박이 현대차 노사의 노사전문위원회 결성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태도는 어떤가요?


이꽃맘/ 네 한겨레는 노사전문위원회가 결성된 다음 날인 지난 2월 9일 ‘현대차 상생 외부전문가가 이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현대자동차가 노사대타협과 상생발전의 길로 가는 시동을 걸었다”라고 적극 환영하며, “현대차 노사는 대립적 노사문화의 상징인데다 국내 제조업 노사문제의 집적지로 취급 당해왔다”라며 “외부전문가들의 조직적 참여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할 경우 제조업 전반의 노사관계 개선을 선도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 된다”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하주영/ 또 다른 기사는 어떤가요?


이꽃맘/네, 한겨레는 2월 22일 노사전문위원회 대표인 박태주 씨를 단독으로 인터뷰 해 1면에 실었는데요. 제목은 “현대차 이대로는 미래 없다. 노사 빅딜해야”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주영/ 제목부터 기사의 방향이 보이는데요.


이꽃맘/ 자세히 살펴보면요. 기사는 “현대차가 세계 인류기업으로 발전하려면 회사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노조는 유연한 생산방식 도입과 생산성 향상에 협조하는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라며 “현대차가 이런 해법을 통해 노사 대타협과 상생을 이룰 경우 한국기업 전반의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박태주 대표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노사불신이 치명적 덫이 되고 있다”라며 “노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고용불안을 없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주영/ 결국 또 세계인류기업, 글로벌기업 같은 말로 표현되는 성장주의 경향이 그대로 나타나네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모든 갈등을 봉합해 버리는 핵심 단어 중 하나는 ‘성장’입니다. 나라경제가 어려우니까, 우리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미FTA를 체결해야 하고, 평택미군기지를 이전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면 안 되고... 이런 말의 핵심은 ‘성장’입니다.
사실 지금의 성장이라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 성장은 노동자, 민중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성장을 위해서 노사는 상생을 해야 한다는 한겨레의 말은 보수언론의 노동자 몰아세우기와 다르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하주영/ 이런 한겨레의 보도가 앞으로의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물론 말로 잘 해결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평화적 문제해결방식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무조건 상생을 외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한겨레는 그동안 지난 민주노총 선거보도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노사간 합의, 상생을 중요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노 사간 합의는 노동자들에게 또 다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보도는 상생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주영/ 네 이꽃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꽃맘/ 감사합니다.


하주영/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94회 1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시 후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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