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평화를 택하리랏다

피플파워  / 2007년03월14일 20시35분


하주영/ 안녕하세요.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바야흐로 평화무드입니다. 북한발 평화무드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마치 모든 게 잘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십시오. 현재의 평화무드가 반쪽 뿐 인지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북한발 평화무드 속에 한미 fta 협상이 8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이 가능할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그것이 희망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렇게 우리를 다 죽일지도 모르는 한미 fta협상은 평화라는 이름으로 막판 몰이 될지도 모릅니다.

평택 주민들도 결국 평화로운 합의로 미군기지를 위해 3월 31일까지 고향을 떠나야 합니다. 3월, 따사로운 봄이 오면서 모든 게 평화롭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게 과연 평화일까요?

하주영/ 오늘 현장속으로에서는 평택 평화 지킴이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영상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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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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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오늘은 평택 지킴이 조약골씨 나오셨습니다.

조약골/ 안녕하세요

하주영/ 대추리에서 지킴이를 하고 계시는데요. 지킴이의 의미를 설명해 주시죠.


조약골/ 지킴이는 말 그대로 마을을 지키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죠. 마을에 원래 살고 있는 주민은 아니지만 대추리와 도두리가 너무 소중하고, 지켜야 할 각자의 이유들이 절실하게 있어서 아예 짐을 싸들고 마을로 내려와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마을을 지켜나가는 평화활동가들입니다. 마을의 소식과 주민들의 투쟁을 바깥으로 알리고, 또 바깥 사람들이 계속 마을로 들어와서 주민들과 연대해 이 땅의 평화를 지켜나가는 활동을 지킴이들은 주로 합니다.

하주영/ 조약골씨께서 지킴이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약골/ 대추리에 오게 된 계기는, 내겐 일종의 숙명이었습니다. 대추리에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슈들이 모두 있었던 것이죠. 평택평화항쟁이라고 불러야 할 대추리 투쟁은 본질적으로 마을 주민들, 농민들이 모여 벌인 풀뿌리 평화운동이에요. 게다가 폭력적인 국가권력에 반대하는 운동이기도 하고, 또한 자립적이고 대안적인 마을을 만들어가는 활동이기도 했던 것이죠. 몇백 명의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 거대한 제국에 맞서 싸우고, 자치를 선언하고 마을을 꾸려나가는 일은 내겐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하주영/ 대추리, 도두리에 대한 이야기 나눠 볼까 합니다. 대추리, 도두리는 어떤 공간이라고 보십니까? 2007년 대추리라는 공간은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보시는지요.

조약골/ 만약 대추리, 도두리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지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그곳은 제가 단연컨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될 거에요. 그곳은 이미 외국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미군의 일방적인 전쟁기지확장 계획에 맞서서 소수의 주민들이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대추리와 도두리를 아름다운 평화마을로 계속 남긴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그리고 평화와 인권의 측면에서도 이것은 획기적인 일이 된다고 봅니다. 주민들의 자치로 일궈가는 아름다운 평화와 예술의 마을! 지금 우리는 이렇게 소중한 곳을 포기하고 미군에게 전쟁기지로 내주려고 하고 있다니...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에요.

하주영/ 대추리에 들어가 살면서 몸으로 체득한 평화에 대한 느낌을 듣고 싶습니다. 대추리에서 거주한다는 것의 의미랄까요.

조약골/ 2006년 5월 4일 이후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마을이 파괴되고, 논에 철조망이 들어서면서 마을 주민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고립감은 이루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런 힘든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마을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그 자체로 평화를 지키는 일이었어요. 경찰의 2중, 3중의 삼엄한 검문으로 마을 자체가 마치 감옥처럼 고립된 상태에서 그 마을에 계속 거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항이고, 평화행동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그 마을에서 저는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어요. 농사도 짓고, 생태화장실도 만들고, 빈집쇼핑을 통해 모은 것들로 집도 꾸미고, 음반도 만들면서 그야말로 삶 자체가 평화를 위한 비폭력직접행동이 되는 놀라운 체험을 했던 것이죠.


하주영/ 이번에 대추리에 살면서 만든 노래를 앨범으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앨범을 만든 계기, 컨셉이랄까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조약골/ 마을에 살면서 이 힘들고 모진 싸움을 음악으로 남기고, 표현해야 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국가가 이 나이든 주민들에게 입힌 상처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이었거든요. 그렇게 괴로웠지만 서로 보듬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주민들을 보면서 저는 노래로 이 감동어린 주민들의 싸움을 담아내보고 싶었던 것이에요. 주민들의 생생한 구호와 주장을 저는 아름다운 노래로 담아서 영원히 남겨놓고 싶었던 것이죠. 지킴이들과 함께 음악으로 써내려간 평택의 항쟁이 바로 이번 음반이에요.

하주영/ 앨범 속에 담긴 노래들이 대추리에 살면서 만든 노래들이라고 들었는데요. 노래의 의미들이 다를 것 같습니다. 앨범에 담긴 노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조약골/ 노래마다 각자의 의미들이 담겨 있지요. 문정현 신부의 연설을 노래가사로 다듬은 ‘평화가 무엇이냐’는 처음 내게 평화의 깊은 의미와 더불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난한 민중들의 치열한 평화 역시 알게 해주었지요. ‘올해도 농사짓자’는 그 자체로 평택 주민들의 가장 유명한 구호잖아요. 농사를 지으면 평화가 온다는, 이 심오하고도 단순한 철학을 한국 사회는 아직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일까요? 주민들이 900일
넘게 이어온 함성은 ‘우리의 노래는 총보다 강하다’가 되어 이 땅에 울려펴지고 있습니다. 총칼로 이룩할 수 없는 따뜻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삶을 노래했기에 총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하주영/ 저도 조약골씨의 공연을 몇 번 봤는데요. 노래를 매우 잘하는 편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조직활동가라든가 다른방식의 활동이 아닌 노래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약골/ 노래를 못하는 사람도, 기타를 못 치는 사람도 누구나 노래를 하고 문화를 창작하고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사회가 진정으로 해방된 사회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나같은 노래를 못하는 사람도 길거리 가수라고 노래하며 다닐 수 있구나 직접 보여주고 싶은 것이죠. 비싼 수업료를 내고 고급 특강을 받지 않아도, 비싼 돈을 내고 악기를 사지 않아도, 기획사에 픽업될만한 외모가 없어도, 특출난 실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지 못해도, 누구나 자신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말로 선전선동 하는 일방적이고 지루하며 딱딱한 방식이 아니라 신나게 함께 춤을 추며 참여해 노래를 하는 것이 제가 대중들과 함께 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부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주영/ 네 그럼 영상 보고 이야기 더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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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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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평택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3월 31일까지 이주를 하기로 국방부와 합의를 했는데요. 주민들도 그렇고 마을을 함께 지키려 했던 지킴이들은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합의가 나온 상태고요. 먼저 지킴이들이 이 합의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합니다.


조약골/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하게 되었을 때의 상황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주민들도 비록 합의에 응했다고는 하지만, 그 상황을 자세히 보면 정부가 저질러놓은 폭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민들은 마을에서 쫓겨나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주민들 역시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사실에 너무들 마음 아파하고 계시지요. 지킴이들은 주민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모든 것을 바쳐서 투쟁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주민들이 해야 할 몫의 백 배 아니 천 배 이상 해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주민들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에요. 평택평화항쟁에서 이 주민들만큼 열심히 싸운 사람들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2월 13일에 처음 합의가 알려졌을 때는 물론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서 저는 서운하고 허탈했지만 그것이 주민들에 대한 서운함은 아니었지요. 주민들은 언제나 멋진 분들이세요.

하주영/ 주민들이 대추리 도두리를 떠나게 되는 이후 지킴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되고 있는지요? 향후 조약골씨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요?

조약골/ 저는 마지막까지 마을에 남아서 평화활동을 할 생각이고요, 마을을 떠나게 되면 다시 새로운 지역에서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계속 해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피자매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피자매연대는 여성운동과 생태운동과 인권운동과 평화운동 그리고 여러 소수자운동을 창조적으로 결합해 이 사회의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거든요. 그런 일을 해나가면서 주민들에게 가해진 국가의 폭력과 미군기지 확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도 계속 알려나가려고 합니다.

하주영/ 마지막으로 주민들이 미군기지로부터 평택을 지키려는 계획이 왜 중요한지 정리 해 주십시오.

조약골/ 2003년 3월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한지 4주년이 되고 있어요. 이라크에서 미국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이 6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다면,
당신은 막겠습니까? 저는 물론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막아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기울일 생각이에요. 만약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한반도 지역에서 벌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총집결하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미군은 마침내 한반도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획득해 신속기동군화 작업을 속속 진행하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평택을 지키는 것은 앞으로 10년 후 이라크와 같은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후 한반도에서 죽어갈 60만 명의 목숨을 살리는 일을 평택의 주민들, 지킴이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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