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버지니아에서 울린 총성 한국에서는 핵폭탄으로

피플파워  / 2007년04월23일 14시07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조수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빈/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은 어떤 내용 소개해주실 건가요.


조수빈/ 버지니아에서 울린 총성이 한국에는 핵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33명의 희생자를 낳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이 사건의 용의자가 한국계 학생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언론은 오버에 오버, 그야말로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주영/ 충격적인 사건인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조수빈/ 사망자를 포함해 총 60여명의 사상자를 낳은 이번 사건은 현지시간으로 16일 발생했습니다. 범인을 포함해 사망자만 33명입니다. 미국언론은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911테러 이후 최고의 충격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며칠째 라디오며 TV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가 나와서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만 한국 언론들 보도 동향은 어떻습니까?


조수빈/ 한국에는 17일 새벽 1시 경 첫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때만해도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최악의 총기사건’이라며 미국 내 분위기를 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 국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들 이에 대해 비중 있게 보도합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9시경부터 범인의 국적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는 미국언론에서 범인이 ‘아시아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면서입니다.


이후 늦은 오후까지 미국의 안보불감증이 낳은 인재라는 보도가 보수언론을 비롯한 개혁성향의 언론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기도 했으나 17일 밤 범인이 한국계 유학생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내 가라앉았습니다.


한국인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오보가 속출하기도 합니다. 범인을 ‘84년생 한국인 왕모씨’라고 보도하는가 하면, 범인의 이름 한 끝 차로 다르게 보도하는 등의 헤프닝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하주영/ 대체로 언론들 범인이 한국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황해하는 분위기인데요.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주류언론들은 범인이 한국계 학생인 것에 주목하며 미국 내 한인사회와 한국사회의 반응을 실었습니다. ‘교민사회충격, 불이익 우려’, ‘한인들 충격 충격 또 충격’, ‘한국인 아니길 바랬는데..’등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번 사건이 반한 감정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하주영/ 소위 개혁성향의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궁금한데요.


조수빈/ 개혁언론을 비롯해 진보적 색체를 가진 인터넷신문들까지 범인이 한국계 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사들을 쏟아냅니다. 보수언론에 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지만 개혁진보 성향의 언론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향신문은 범인이 한국계 학생이 알려진 후 <한국인 학생 미 총기참극>이라는 말머리까지 붙이며 집중 보도하고 있는데, 18일 오후 들어서는 한국인학생을 빼고 ‘미 총기참극’이라고 말머리를 줄입니다.


경향신문은 18일 범인 개인의 신변과 상황에 대한 보도하는 한편 <미유학 준비생들 ‘전전긍긍’, 반한감정 우려>, <미여론 총기 소지 초점에 일단 안도> 등 한국인이 범인이라는 충격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사회의 반응을 집중 보도합니다. 주로 반한 감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보도였습니다.


하주영/ 경향신문 외에 다른 신문들 보도는 어떻습니까?


조수빈/ 한겨레신문 연합뉴스 기사 등을 포함해 100여개가 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한미관계 악영향 미칠까...비상체제 돌입>, 미국에 거주하는 1.5세 한국인 변호사가 기고한 <미국인은 한국책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등 한겨레신문 은 문제가 국가적 차원으로 환원되는 것에 대한 일정한 우려를 나타냅니다.


하주영/ 한겨레신문은 다른 언론에서는 안보이던 사설도 실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조수빈/한겨레신문은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관련된 사설만 세 꼭지를 싣습니다. 주로 미국의 총기문화에 대해 초점을 맞춘 사설입니다.




한겨레는 마지막 19일자 사설 ‘깊은 애도와 함께 우리를 되돌아볼 때’에서 “우리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용의자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미동포 학생이라는 점”이라며“미국언론들은 사건의 원인과 관련해 총기규제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따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미동맹이나 대미교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국내 일각의 걱정은 괜한 기우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주영/ 국가적 차원에 영향이 미치는 것을 경계하는 느낌입니다.


조수빈/ 개혁성향 언론들 비슷한 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도 19일 현재까지 시민기자 기사와 연합뉴스를 포함해 100여개의 기사를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비교적 균형 있게 보도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대체로 미국의 총기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논란이 일고 있는 범인의 인종과 국적에 대한 논쟁도 균형 있게 실고 있습니다.




오버한 것은 개혁언론이나 진보언론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진보언론으로 불리 우는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는 “부시 정권과 미국의 총기자본의 결탁을 비판하기 위해 그린 것”이라는 백무현 화백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백 화백은 최근 이번 사건을 풍자한 만평을 그려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부시 정권과 미국의 총기자본이 결탁이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 같지만, ‘한국과 미국’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정작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빗겨간 전형적인 기사입니다.


하주영/ 개혁성향의 언론을 비롯해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의 언론들의 보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조수빈/ 이번 사건은 그 자체로 놀랍고 충격적인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은 더욱 충격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건에 국적과 인종, 민족이라는 색체를 입히는 언론입니다.


‘한국인’에 눈멀어 사건 본질 왜곡됐다


범인의 국적이 사건의 본질과 무관함에도 한국언론들 사건을 꼼꼼히 되짚기에 앞서 범인이 한국계 학생이라는 사실에 더욱 주목해 보도하면서 소위 오버에 오보까지 속출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본 언론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민족적, 인종적 틀로 왜곡하면서 되려 민족적 갈등을 부추거나, 불안감만 조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캠퍼스 내 총기소지와 경찰 대응 실패 등을 꼽고 있는데요. 이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차분하게 지켜보며 인종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언론의 보도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주영/ 조수빈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조수빈/(인사)


하주영/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111회 1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시 후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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