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

국기에 대한 맹세-애국은 국민의 의무?

참세상  / 2007년07월14일 12시30분

하주영 / 학생시절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면 늘 먼저 하던 것은 국기에 대한 맹세였는데요. 기억나시나요?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는 박정희 정권 때 학생 교육의 하나로 시작되어 1982년에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왜 하필 독재 정권 시절에 일제의 황국신민서사와 같은 국가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시작 했는지 의문을 가져봅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충성을 맹세하던 순간들은 독재정권이지만 발전을 위해 참아야 한다는 기억으로, 노동자와 민중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아닐까요?




하주영/ 오늘 이슈 피에서는 나라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왜 우리는 나라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고백해야만 하는 것인지 알아봅니다 . 먼저 영상보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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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영상: 영상 1 - 1분 5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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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오늘은 인권운동 사랑방 배경내 활동가 모시고 말씀 나누겠습니다.


배경내/ 안녕하세요(인사)


하주영/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시행령으로 만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반대 운동본부에서 활동 하고 계신데요. 논란 점이 무엇인가요?


배경내/과거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는 대통령령에 규정돼 시행돼 왔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대한민국국기법이 제정되고 이달 시행령까지 입법예고되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는 국기법에, 국기에 대한 맹세는 시행령에 담겨 법률의 지위를 꿰차게 됐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폐지되어야 할 이 때, 오히려 법적 위상을 강화해 강제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주영/사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현재도 초등학교나 여러 공공기관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논란이 일자 정부에서 수정문을 내겠다고 했는데. 발표된 내용은 어떤가요?




배경내/수정된 맹세문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헌법 1조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해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 맹세문의 내용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국가, 아니 정부 앞에 납작 엎드려 충성을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맹세문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와 같은 구절을 뺐다고는 하나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는데다 읽기에 따라서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정의롭다고 암시하는 듯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현재에 대한 해석인지 미래의 지향인지 모호하지만, 그 모호성을 십분 이용하여 국가의 위상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주영/ 국민이 국가에 충성을 다한다는 내용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요. 학생 시절에 늘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해서 그런지 사실 경례와 맹세하는게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배경내/과거에도 현재도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는 기본적으로 맹목적인 애국, 국가가 시키는 대로 복종하겠다는 서약을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사상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무비판적으로 다른 나라를 짓밟고 서는 국위 선양이나 내부적 갈등이나 비판을 비가시화하는 국가통합 이데올로기를 양산하는 국가주의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반복적으로 암송하다 보면, 나라의 명령이나 부름이 있다면 이 한 목숨 다바쳐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웃나라는 어찌되든 우리만 잘 살고 보면 된다는 우리나라 제일주의, 정권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하주영/ 국가에 대한 경례와 맹세가 가벼운 의미로 행해질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주셨는데요. 그 역사가 궁금한데요. 앞에서도 짧게 언급했는데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배경내/역사적으로도 국기에 대한 맹세나 경례는 일제에 대한 충성을 강요했던 황국신민서사와 신사참배라는 상징의식과 다를 바 없다. 해방 후 국기에 대한 경례는 1950년부터 문교부(구 교육부) 지시 하에 도입됐고,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72년에 제정돼 문교부 지시로 전국 학교에 보급되고 거리 국기하강식 등을 통해 전 국민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주영/ 사실 이승만 대통령은 정권이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고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로 대통령 자리를 얻은 것이라서, 뭔가 꼼수를 갖고 도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배경내/국기에 대한 경례는 이승만 정권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는 박정희 정권에서 도입됐다. 이승만 시절에도 국기에 대한 경례가 일제 신사참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가 통합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또한 맹세가 도입됐던 1972년은 박정희 군사정권이 심각한 정당성의 위기에 놓였던 해였다. 독재정권의 위기를 애국주의 강화와 병영과 같은 국민동원체제로의 재편을 통해 돌파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주영/한국의 경우 최근 일본이 교육 기본법을 통해 기미가요 제창과 히노마루 계양을 부활하려는 의도에 대해서 군국주의의 부활이다 라며 많이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이 기미가요를 부르게 하려는 것이나 우리나라가 경례와 맹세를 법제화 하려는 것이나 똑같아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배경내/기미가요와 히노마루는 제국주의 침탈의 상징이자 국민동원 기제로서 전후 일본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왔었다. 그러던 것이 1999년 국기.국가법 제정을 통해 부활됐다. 여기에다 도쿄에서는 2003년 도교육위원회 지시로 교사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국기 제창을 강제되기 시작했고, 이를 거부한 교사들이 무더기 징계를 당했다. 이를 두고 한국사회에선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부활이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지요. 그러면서도 본질은 똑같은 우리의 맹세와 경례에 대해서는 애국심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본다. 외부를 비추는 비판의 거울은 우리 자신을 향해서도 비춰져야 한다.


하주영/한편에서는 애국하는 게 뭐 어떠냐? 애국심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라며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삶은 운명공동체 이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배경내/맞습니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국민의 무의식까지 파고들면서 길러온 생각이 아닐까요? 과거 국민교육현장에서도 나와 있었듯이,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근본’이라는 사고방식을 반복적으로 주입받다 보니, 나를 희생하고 나라의 발전에 먼저 복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죠.


하주영/사실 지난 월드컵 때 대한민국 응원 안하는 사람은 거의 왕따 당하는 분위기 였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국가적인 사업이다. 하면서 생방송을 하고, 침울한 모습들을 계속 보여주고 했는데요. 어떻게 보면은 굉장히 오버스럽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예도 국가주의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

배경내/국가에 대한 충성을 단번에 얻을 수 없다는 건 국가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 발전이 우선이고 다른 나라와 경쟁해서 우리가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주의가 움트고 폭발할 수 있는 계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쟁, 국제경기 유치 경쟁 등을 계기적으로 부추기는 것이고, 일상적으로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강제되는 것이다.


하주영/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우리 안에서 국가주의는 다양한 곳에서 구성되는군요. 애국심이란 것에 의문이 점점 더 커져가네요. 강요된 애국심을 거부하며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한 반대하는 시민들의 활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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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영상 2 - 2분 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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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영상을 보니까 국기와 대한 맹세, 경례를 거부해서 피해 본 사례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사례들은 어떻게 됩니까?


배경내/실제 국기 경례와 맹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970년대 무수히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고 형사처벌 됐었다. 김해여고에서는 학생 6명이 집단 퇴학을 당했다.
그러면서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흐름이 전혀 형성되지 못했다.최근 2003년에는 종교상의 이유로 경례를 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학생이 입학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었고, 지난해에는 부천 상동고 이용석 교사가 국기 맹세와 경례가 가진 문제점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위반 판정을 받고 3개월 정직 처분을 당한 적 있다.


하주영/ 나라를 사랑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을 제제까지 하고 처벌을 한다면 문제가 심각한데요.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요?


배경내/사실 국기에 대한 맹세나 경례와 같은 것은 파시즘과 연결되기 때문에 유럽의 경우에 이러한 상징의식을 거행하는 나라들은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기미가요 기립 제창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892년부터 충성 서약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1954년 ‘하나님의 보호 아래’라는 구절이 추가되었다. 미국에서는 국가주의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종교자유 침해쪽으로 주로 의제화되고 있다. 주에 따라서는 정교 분리 원칙에 따라 위헌판결이 내려지기도 한다. 필리핀에서도, 모든 공.사립학교에서 국기 경례를 실시하도록 하는 법률을 1955년부터 시행해 왔으나, 1994년 대법원이 자유로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위헌 판결을 내려 폐지됐다.


하주영/국민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아직도 위에 계신 분들은 근대사회에 살고 계신 것 같네요. 반대 운동을 진행 중 이신데요. 어떤 활동을 진행 중이신가요?


배경내/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이후 청소년 불복종 선언 발표, 각계 기자회견, 거리 문화행동, 불복종 스티커 붙이기, 릴레이 언론기고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주영/이제 7월 27일이면 시행이 되는데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배경내/ 다음 제헌절 기념식에 맞춰서도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헌법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드러내는 것이지요. 시행령 통과 이후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만큼, 향후 좀 더 많은 시민들과 국가주의 교육에 저항하는 행동을 기획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주영/ 네, 오늘말씀 감사합니다.(인사)


배경내 / (인사)


하주영/오늘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이야기하면서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간 여러 일들이 떠오르는데요. 이라크에서 죽음을 당한 김선일씨, 그리고 비정규직법안으로 해고되고 투쟁하는 민중들과 한미 FTA로 인해 고통을 겪을 많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어떤 존재일까요? 위에 계신 분들,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차분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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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거덕 이건 뭐 완전 똥개념이네...왠지 학교 다닐때 왕따 였을거 같다...공부 못하고, 집 못살고, 못생기고...왕따 트라이앵글!!
윤석환
2009.08.27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