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

비정규직 언니들의 서울구경

피플파워  / 2007년09월28일 15시27분


하주영/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 종합대책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히려 이 대책을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관리규정 때문에 무기계약전환이나 처우개선은 커녕 고용보장도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한편 지난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해고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도 상당수 있는데요, 이들 대부분은 여성들입니다.
오늘 이슈P에서는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해고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지난 버스순회투쟁을 찾아가봤습니다. 영상먼저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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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오전 기자회견 및 서울대병원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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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 서경지회 정수운 연대사업부장을 모시고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수운/ 안녕하세요


하주영/ 버스순회투쟁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이렇게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수운/ 지난 9월 7일 버스순회투쟁이 있었는데요, 저를 포함해서 공공기관에서 비정규법 시행으로 해고된 여성 비정규노동자 네 명이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을 벌인지 1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버스순회투쟁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앞장서서 해고하는 것을 규탄하고 즉각 해고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을 해고로 내모는 비정규악법을 즉각 폐기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투쟁에 많은 여성 비정규해고노동자들이 함께 해 매우 고마웠습니다.


하주영/ 버스순회투쟁에 참가하신 분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정수운/ 주로 여성 비정규 해고노동자들이 버스순회투쟁에 함께 했습니다. 최근 비정규법으로 인해 대량 해고 당하고 투쟁 중인 이랜드, 뉴코아 조합원들, 2년째 투쟁 중인 기륭전자 조합원들, 최근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르네상스호텔 조합원들과 여러 연대단위를 합쳐 15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저희들이 여성 비정규해고노동자들이다보니 투쟁 중인 여성 비정규해고노동자들이 대거 저희 투쟁에 참여했습니다.


하주영/ 서로 직종도 다르고 활동 공간도 다르신 분들인데, 함께 투쟁하는 것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나요?


정수운/ 전혀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함께 하니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서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먼저 여성이고, 비정규직이며 해고를 당한 아픔을 똑같이 갖고 있습니다. 또 가정주부이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니 동병상련이라고 서로 서로 함께 하자는 것이 자연스레 만들어졌습니다.



하주영/ 서울에 오래 사신 분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투쟁을 위한 버스 순회는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버스순회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었습니까?


정수운/150여명이 버스 4대에 나눠 탔습니다. 9월 7일 오전10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 사업장을 버스를 타고 순회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전11시30분 서울대병원 안에서 집회를 한 시간 동안 했습니다. 이어 점심을 서울대병원 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곧바로 버스를 타고 송파구청 앞으로 이동해 오후2시30분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면담도 함께 있었는데 송파구청은 여전히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송파구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버스는 마지막 집회장소인 서대문 서울시교육청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오후5시부터 집회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집회를 끝으로 버스순회투쟁은 마무리 됐습니다.


하주영/ 여성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곳에서는 웃음과 희망 같은 것이 끊이질 않는데요, 이번 버스순회투쟁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정수운/ 국가인권위에서 농성을 한 저희들 네 명 모두 난생 처음 농성이란 것을 해봤습니다. 13일 동안 했는데요, 처음에는 무섭기도 하고, tv에서 본 것처럼 끌려나가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농성을 하면서 안정을 많이 찾았습니다. 서로가 같은 처지들이다 보니 아침부터 서로 웃으면서 보이지 않게 위로하며 농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농성장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고, 버스순회투쟁 역시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주영/ 대부분이 여성분들인데요, 이렇게 투쟁에 나서게 된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연들이 있나요?


정수운/ 서울 송파구청 민원봉사과에서 5년이 넘도록 일용직으로 전화안내를 한 임정재 씨는 구청으로부터 6월초 ‘비정규법 시행으로 어쩔 수 없다’며 6월 31일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서울 언주초등학교 방과 후 보육교사인 채성미 씨는 학교 쪽으로부터 재건축 공사를 하기 때문에 방과 후 교실을 폐쇄한다면서 8월 1일 해고를 당했습니다.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23개월 동안 일해 온 김은희 씨는 무기계약 전환 1개월을 앞두고 해고를 당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측은 무기계약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김은희 씨를 해고했습니다. 12년 동안 서울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저 역시 학교 측으로부터 비정규법 때문이라며 6월 31일 해고를 당했습니다.



하주영/ 네, 전 직종에 걸쳐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데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특수성이 있을까요?


정수운/갈수록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더욱이 비정규법이 통과되고 나서 비정규직이 해고나 외주화의 위협에 놓여 있는 상황, 혹은 차별을 고착화시키기 위한 별도직군 무기계약직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등은 민간기업이나 공공부문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공공부문의 경우 비정규직의 확산, 특히 외주나 위탁의 확산은 공공성 훼손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ktx 승무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겠지만, 최근 서울시가 시립병원, 물 재생센터 등 산하 기관을 민간위탁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물 값 인상이나 돈벌이 중심의 병원 운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주영/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그 범주가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직종들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나요?


정수운/ 몇 가지 업무로 추릴 수 없을 만큼 공공부문 대부분의 직종에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철도 경우 승무원, 역무원, 차량관리원, 학교는 회계관리, 전산, 급식, 교사, 지방자치단체는 안내, 주차관리, 수영강사, 병원의 경우 간호사, 의료기사, 급식, 시설관리, 심지어 노동부에도 행정보조, 전화상담, 상담원, 청소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이 800여명 넘게 있는 등 공공기관의 대부분의 직종에 걸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하주영/ 특히 여성들이 하는 비정규직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핵심.비핵심 업무라는 것이 정확하게 나누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수운/핵심/비핵심이라는 것은 사실 무의미 합니다. 보통 정부와 사용자들은 청소, 식당, 시설관리, 사무보조업무 등을 비핵심업무라고 분류하는데 이런 업무가 없으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핵심’업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학교나 병원에서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고, 급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교육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단적인 예로 최근 필수유지업무선정과 관련해 사용자들은 그들이 말한 비핵심업무의 상당부분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비정규직을 사용할 때는 비핵심부서가 되고, 필수유지업무를 선정할 때는 핵심 업무가 되는 것입니다.


하주영/ 앞선 영상에서 버스순회투쟁의 오전 일정을 따라가 보았는데요, 오후에는 송파구청과 서대문 서울시교육청을 오후에 방문했습니다. 이날의 투쟁을 계속 따라가보겠습니다. 영상보고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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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오후 송파구청 기자회견 및 서울시교육청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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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현업에 계셨던 학교 비정규직의 현황은 어떤가요? 만성적인 해고 위협에 놓여있다는 것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정수운/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9월중으로 취업규칙과 인사관리규정 내밀며 우리에게 서명하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인사관리규정 안에는 가진 독소조항들이 숨어 있습니다. 해고 32조 3항에는 학교의 통.폐합, 휴교, 공무원의 충원, 학생수 감소, 사업의 종료나 변경의 경우에는 해고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숨어 있습니다. 무기계약은 제도화 하는 것입니다. 합법적으로 우리학교비정규직들을 해고하겠다는 겁니다.


하주영/ 이렇게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게 원인은 비정규직법과 사용자인 정부의 때문이라 볼 수 있는데요,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수운/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인다면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추진 중인데요, 오히려 법보다 더 후퇴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정규직도 아닌 무기계약 전환입니다. 각 부처에서 발표한 인사관리규정을 보면 해고사유로 사업 축소 및 완료, 공무원 충원 등을 명기해놓았습니다. 정부 스스로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도 이럴진대 민간기업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랜드, 뉴코아 비정규직들입니다. 정부는 비정규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랜드 자본이 법을 악용한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만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법 자체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비정규법을 폐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주영/ 노조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투쟁이라는 말이 익숙하진 않았을 텐데요, 주변에서는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은 없었나요?


정수운/ 12년 동안 다니던 학교에서 평범한 주부가 해고라는 걸 당하고 그로해서 노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투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합께 일하던 동료로부터 이참에 집에서 애나 키우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말보다 더 힘든 건 외면과 냉대였습니다.


하주영/ 공공노조에서는 이번 여성 비정규직 투쟁에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한편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라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수운/국가인권위 농성과 더불어 각 사업장에 집회 및 면담을 진행 중입니다. 주부이고 한 아이에 엄마이기에 가사문제와 육아 문제가 가장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녁때가 되면 아이생각이 나서요 때론 울 때도 많았습니다.


하주영/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정수운/우리 투쟁은 비록 네 명이지만 비정규악법에 의해 해고를 당할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투쟁이 우리 네 명의 싸움으로서 그치지 않습니다. 더구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중에도 부평구청에서 비정규직들이 무더기로 해고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해고를 철회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농성 이후에 매주 사업장별로 돌아가면서 집중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또 우리들은 끝까지 싸워 이후에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하주영/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수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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