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한겨레, 숭례문 화재 근본 원인을 비켜가다

피플파워  / 2008년02월29일 14시19분

한겨레, 숭례문 화재 근본 원인을 비켜가다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이꽃맘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꽃맘/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이꽃맘/ 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0일,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국보 1호인만큼 언론들은 많은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주영/ 저도 출근하면서 매일 보던 것이라 없어지고 나니 마음이 많이 허전하더군요.


이꽃맘/ 저도 그렇습니다. 숭례문이 국보고, 서울의 상징이라서 그것이 없어진 것이 안타깝다기 보다는 수 백 년 전 민중들의 고달픈 삶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어쨌든 이번 화재는 토지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채 모씨가 방화한 것으로 직접적인 원인이 밝혀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지 책임을 두고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 서울시 등의 문화제 관리 소홀로 비난 여론이 모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주영/ 언론들의 보도도 화재 진압 실패에 대한 책임공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던데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실제 화재 발생 직후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의 손발이 맞지 않아 조기진압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구요. 이에 대부분의 언론들은 국보 1호 하나도 지켜내지 못하는 문화 민족 등의 카피를 뽑으며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도 그저 문화재 관리를 누가 맡아왔느냐, 예산이 왜 이렇게 적게 배정되어 있는가 등으로 한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한겨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주영/ 그럼, 한겨레의 보도태도를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그래도 이번 사건의 원인을 따지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나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다른 언론들은 국민 애도 분위기를 선정적인 카피를 통해 부추겨 이를 통한 국가주의, 애국주의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반면 한겨레는 하도급식 문화재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의 접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INS 1.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13일 ‘문화재청, 지자체, 민간위탁 하도급 관리’라는 기사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도급으로 관리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왜 하도급으로 관리되어 왔는가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왜 문화재 관리가 넘겨지고 넘겨져서 민간업체에 30만원을 주고 위탁하게 되었는가 인데요. 여기에는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부터 강력히 추진해 왔던 공공부문 구조개혁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주영/ 이명박 당선인은 숭례문 개방과 파수 교대식 등에는 수백억의 예산을 들이면서 화재방지시스템 마련은 고려도 안했다죠?


숭례문 화재 원인 ① 효율성만 앞세운 공공부문 인력 축소


이꽃맘/ 그렇습니다. 오히려 숭례문 개방 이후에 관리 인원들도 모두 없애고 무인감시시스템으로 바꿨다고 하는데요. 이는 단순히 문화재 관리가 허술한 점을 넘어 효율성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예산절감을 이유로 많은 공공부문 업무를 민간위탁 해 왔는데요. 이로 인한 인력감축이 결국 관리소홀로 드러나고 숭례문 전소로 나타났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공공노조는 “이번 화재는 공공부문의 현장 인력 축소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공공노조는 “공공시설물을 관리할 최소한의 필수인력인 공공노동자들을 계속 줄이면서 시설물 관리의 안정성을 논할 순 없다”라고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했습니다. 숭례문을 관리한 중구청의 경우도 숭례문을 포함해 수십 개의 문화재 관리에 단 3명만의 인력을 배치했다고 합니다.


하주영/ 다른 문제는 없나요?


이꽃맘/ 이번 화재를 직접 일으킨 채 모씨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은데요. 한겨레도 그렇습니다. 채 모씨는 재개발 과정에서 자신의 집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번 방화를 계획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언론들은 채 모씨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국가 개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채 모씨 개인의 문제로 원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한겨레도 다르지 않구요.


하주영/ 막무가내식 개발정책이 결국 채 모씨의 도발적 행위를 불러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겨레의 보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떤가요?



(INS 2. 한겨레 기사)


이꽃맘/ 한겨레는 13일, ‘토지보상 방화범 판결불만, 600년 역사에 빗나간 화풀이’라는 제목으로 채 모씨의 방화 동기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는데요.

이 기사는 채 모씨가 작년 12월 썼다는 편지를 인용해 “채 씨의 글에는 ‘정부는 약자는 죽이고 법을 알고 권세 있는 자는 국고를 낭비하고, 죄는 조금이다. 자식이라도 내가 죄인이 아니라고 믿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대목도 있다”라며 “사회에 대한 불만과 함께 소외감도 내비치는 부분”이라고 다루며 채 모씨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는 짧게 다룬 반면 채 모씨의 개인 신상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하주영/ 또 정신병력은 어떻고, 이웃과의 관계가 어떻고 외톨이고 뭐 이런 뻔한 스토리가 나오는 건 아니겠죠?


이꽃맘/ 정확히 그 부분이 나옵니다. 같은 기사에서 한겨레는 “채 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전 부인 이아무개 씨와 함께 생활하며 마을 사람들과 왕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라며 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의 말을 인용해 “채 씨는 정신병력이 없으며, 정신적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채 씨가 반사회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피해의식이 굉장히 많아 보복행위로 방화를 한 것 같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주영/ 결국 성격에 문제 있는 한 개인이 잘못한 일로 몰아가는 것 같네요.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대부분의 언론들이 하는 행태죠.


숭례문 화재 원인 ② 국민합의 없는 불도저식 개발


이꽃맘/ 그렇습니다. 채 모 씨가 방화를 결심한 것은 주민들의 합의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않고 막무가내로 추진되는 개발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명박 당선인은 경부운하를 비롯해 앞뒤 보지 않고 불도저처럼 개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막가파식 개발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이번 숭례문 화재가 명확히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한겨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런 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몰아가는 오류를 또 다시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주영/ 네, 이꽃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꽃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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